[Opinion] 개인적 계몽과 그 질문에 대해 [음악]

쏜애플(Thornapple), 《계몽 (2019)》
글 입력 2019.08.0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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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로봇 엔터테인먼트



해결될 수 없는 질문에 대해



계몽이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본다. 1920-30년대 쓰였던 계몽소설이라는 장르나 프랑스의 볼테르로 대표되는 계몽주의사상을 제외하면 현재의 우리에게는 무척 생소한 단어이다. 이때의 계몽은 민중계몽의 맥락에서 시도되었던 사상이기에 무척 거대하고 민중적이었다.


이런 계몽이라는 단어가 쏜애플(Thornapple)의 앨범에서 등장했다. 개인화된 시대에 계몽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작가들도 '위에서 가르친다는 느낌', '어떤 개인보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느낌' 때문에 사용되지 않던 단어이기도 했다.


쏜애플이 그런 우월감에서 만든 앨범은 결코 아니기에 계몽이 필요한 시대에 필요한 노래는 아닐 것이다. 쏜애플의 계몽은 무언가 달랐다. 확실한 것은 과거처럼 국가, 민중(국민)의 계몽은 분명 아니다.  그렇다면 개인적 계몽에 대한 질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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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로봇 엔터테인먼트



부정적인 현재와 그 안의 사람, 이를 관찰(노래) 하는 쏜애플이 계몽이라는 앨범의 시점이다. 부정성은 어둠을 만들어낸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분위기는 공허하며 비어있다.


개인이 갖고 있는 틈새를 클로즈업해 들려준다. 그 틈은 다양한다. 깊기도 하고, 얕기도 하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그 깊이에 상관없이 빛나기 힘든 어둠들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밤'과 '새벽', '우주(무중력)'이라는 시공간적 배경은 주제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또 공허함은 맞물림으로 음악적 확장을 이뤄낸다. 《이상기후》와 비슷한 어둠이지만 자세를 다르게 취한 것이다. 전작이 음악적인 꽉참을 가사적 공허로 맞물리게 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음악적인 공허함을 가사와 맞물리게 만든다.




나의 질문은 찢거나 부수지 않고는 열릴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렇듯 어둠과 공허, 틈이라고 하면 보통 아래와 바닥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재밌는 점은 아래와 위의 조화가 이뤄진 앨범이라는 점이다. 바닥(<뭍>, <위에서 그러했듯이 아래에서도>, 하늘과 별(<수성의 하루>, <은하>, <검은 별>)이 동시에 등장하고 똑같이 불안, 어둠, 공허라는 키워드로 이어진다.


보통 아름다움으로 대변되는 밤하늘, 별이 빛나는 하늘은 이 앨범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로 상정되며, 죽음으로 돌아갈 수 없는 형태로 작용한다. 아름다움은 공허로 존재한다. 맞물리고 있지만, 다 잘되고 있는 것 같지만 쏜애플은 공허를 느끼고, 쓸쓸함을 느낀다.

쏜애플의 계몽은 이렇듯 개인의 계몽에 필요한 질문과 생각을 담았다. 즉, '개인적 계몽에 물음을 던졌다'고 요약할 수 있다. 해결할 수 없는 물음을 던진 것이다. 이 독특한 앨범을 인물화하자면 이럴 것이다.


「<물가의 라이온*>은 이제 철이 들어서 세상을 이해했다. 맞물리는 세계에서 자신은 맞물리지 못하는 틈과 같았다. '그저 나 이렇게 숨만 쉬고 살아도 정말 괜찮은 걸까?' 라는 질문을 해결하지 못한 채 매일 잠자리에 들었다.」


*

《이상기후》마지막 트랙

<수성의 하루>와 같은 풍의 노래





[노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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