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상상에 상상을 더해서 "에릭 요한슨 전" [전시]

글 입력 2019.08.0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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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_700.jpg
 

요즘에 인스타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핫한 전시 중 하나인 에릭 요한슨 전에 가게 되었다. 사실 작품들을 딱 보면 ‘그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상상 속 세계를 도화지 위에 펼쳐 놓은 그림 같았다. 하지만 사진전이라니? 작품들을 이미지로 온라인상에서 봤을 때는 저게 어떻게 실제 사진이지? 믿기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작품들을 창작해내는지, 작가가 궁금해졌고 실사를 만나보고 싶어 얼른 예술의전당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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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출신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인 에릭 요한슨은 사진가이며 리터칭 전문가이다. 그는 마그리트와 에셔에게서 영감을 받았으며 사진계에 등단한지 얼마 되지 않아. 벤 구센, 딘 챔벌레인, 홀거 푸텐 등과 함께 가장 촉망받는 사진작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의 작품은 다른 여타 초현실주의 작가의 작품처럼 단순한 디지털 기반의 합성 사진이 아니라, 작품의 모든 요소를 직접 촬영하여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세계를 한 장의 사진 속에 가능한 세계로 담아낸다. 그의 상상의 풍부함이나 표현의 세심함은 단순히 사진 이상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포토샵을 이용한 이미지 조작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간에 맞춰 가 도슨트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몇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작품을 어떻게 창작해내는지 그 과정도 알 수 있었다. 아이디어 구상을 수 개월 동안 하고 작업을 시작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내기까지 그 과정을 보니 참 대단하다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같이 간 친구와 공통으로 느낀 점은 에릭 요한슨이 ‘누끼 따기 장인’이라는 점이었다.

에릭 요한슨은 15살에 부모님에게서 처음 카메라를 선물 받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셔터를 누르는 순간 끝이 난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게 느껴졌고 "만약 내가 찍은 사진들을 합성하여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포토샵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독학으로 포토샵을 배워 지금의 수준까지 이뤘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의 작품 하나에 사용된 포토샵의 기능들을 나열한 전시도 있었는데 이런 노력이 기울어져야 이러한 탄성을 지를 만한 작품이 만들어짐을 깨달았다.

알고 보니, 에릭 요한슨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었다. 엔지니어로 살 수 있었던 안정적인 삶보다 자신의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사진작가의 삶을 선택한 그를 알고 나서 작품들을 보니 새롭게 다가왔다. 작품 속에 투영된 에릭 요한슨의 감정과 의도를 찾으려 한참 쳐다보면 처음과는 다르게 보이기도 했다.


자아실현.jpg
Self-actualization


이 작품의 제목은 자아실현이다. 어릴 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는 그처럼 작품 속 남자도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물가에서 저 멀리 보이는 나무와 구름들을 그리고 있다. 이와 동시에 그 자기 자신도 그려지고 있다.

작품 속 남자는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것, 사진을 찍는 것, 혹은 어떠한 일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이렇게 마주하니 이러한 아이디어를 캐치해 직접 나타낸 에릭 요한슨이 다시 한번 대단하다고 느꼈다. 어떤 행위를 통해 나 자신을 채워가고 만들어 가는 모습을 표현한 예술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파노라마.jpg
Soundscapes
음악적 파노라마


턴테이블 축음기가 작동하면 큰 나팔에서 노래가 퍼진다. 우리는 그 음악에 심취해 웃기도, 울기도 하며 음악을 즐긴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며 온전히 다른 세상으로 가 그 세상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상상하기도 한다. 그런 음악의 매력을 이 사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숲속 호수에 턴테이블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는, 다소 음산하고 쓸쓸해 보이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쳐다보니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나무가 있고, 호수가 있고 숲이 있는 작품이었다. 전시를 보면서 정말 이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을 조금이라도 닮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작품도 그러한 생각을 하게 한 작품 중 하나였다.


Full Moon Service.jpg
 
The Architect.jpg
 

이것은 사실상 순간을 담는 것보다 아이디어를 캡처하는 것의 문제이다.

상상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작가가 상상하는 것을 ‘표현’해내는 것, 아이디어를 ‘캡처’하는 것은 분명 힘들고 사람들이 감히 시도한다고 해서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캡처한 작품들로 이렇게 사람들을 상상하게끔 하고, 불가능을 가능하다고 믿게 하는 에릭 요한슨은 계속해서 나도 상상하게 만들고 작품을 분석하고 싶도록 만들었다.





에릭 요한슨 사진전
- Impossible is Possible -


일자 : 2019.06.05 ~ 2019.09.15

시간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

*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12,000원
청소년(만13세-18세) 10,000원
어린이(36개월 이상-만 13세) 8,000원

주최/주관
씨씨오씨

후원
주한스웨덴대사관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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