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외와 규칙 사이 :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영화]

사랑하며 살아갈 우리 모두를 위해
글 입력 2019.08.0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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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좋으면서 겉으로만 그러는 거야”

“자신이 없어서 연락 못 했겠지”

“네 전화번호를 잃어버린 거야”



누구나 한 번쯤은 오지 않는 누군가의 연락을 애타게 기다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온종일 휴대폰을 들여다봐도 오지 않는 연락에 온갖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여 가며 나 자신을 세뇌시키고, 어쩌다 온 상대방의 짧은 문자 한 통에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던 애처롭고 초라한 시간들. 상대방이 연락하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너무 간단하고 명백한 것임에도, 많은 사람은 이를 인정하지 못해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이보다 이 영화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제목이 또 있을까.  이 영화는 상대방의 알 수 없는 심리에 고민하는 다섯 커플의 이야기를 담았다.


연락이 없는 소개팅 상대를 기다리는 지지와 그녀에게 현실적인 연애 조언을 하는 알렉스, 불륜과 거짓말을 둘러싸고 갈등하는 제닌과 벤, 애너, 결혼 문제로 갈등하는 7년 차 커플 베스와 닐, 자신에게 마음이 없는 애너에게 매달리는 코너와 온라인으로 연애 상대를 찾다가 매번 허탕만 치는 메리까지.


이들은 각기 다른 문제로 갈등하지만, 결국 하나의 결론을 향해 달려간다. 바로 그가, 혹은 그녀가 내게 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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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전화 안 하면

거절이니 포기할 것.

남자들 여자한테 관심 없으면 연락 안 해요.

예외는 없어요.”



자신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 소개팅 상대에게 매달리던 지지에게 알렉스는 이런 조언을 한다. 지지는 물론이고, 남편의 불륜을 보고도 넘어가려던 제닌과 애매한 애너의 태도에 괴로워하던 코너도 바로 이 사실을 인정하지 못해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미련을 털어버린 이후 혼자만의 인생을 꾸려가기로 한 제닌과 새로운 사랑을 찾은 지지와 코너의 결말에서 알 수 있듯이, 상대방이 내게 반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코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인정함으로써 나를 갉아먹던 미련과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단지 그 한 사람이 내게 반하지 않았다고 절망하기에는, 앞으로의 새로운 가능성이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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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가 이 하나의 사실을 인정하지 못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바로 수많은 ‘예외의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7년 동안 함께하면서 결혼 이야기만 나오면 화제를 돌려버리던 닐 때문에 고민하던 베스는 결국 닐이 자신과의 관계에 확신이 없다는 결론을 내고 헤어지지만, 결국은 다시 서로에게로 돌아와 행복한 엔딩을 맞는다. 지지 역시,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한 자신으로부터 거리를 두던 알렉스와 연인이 된다. 일반적인 연애의 정석대로라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두 커플은 서로의 특별한 ‘예외’다.
 

세상에는 수많은 예외가 있다. 일반적인 ‘룰’에 비추어 봤을 때 가능성이 전혀 없는 연애라도, 우리는 항상 내가 예외일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희망 고문일 뿐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사랑에 이끌리고 안달나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사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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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미련과 상처로부터 지키기 위한 연애의 일반적인 ‘룰’과 그럼에도 존재하는 아름다운 ‘예외’ 사이에서 우리는 항상 흔들리며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연애와 감정싸움에 깊이 빠져 정작 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맞추느라 나를 소진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하며 사랑과 삶의 균형을 맞춰 가야 할 것이다. 작은 가능성에 모든 희망을 걸고 사랑하며 살아갈 우리 모두를 위해.



[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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