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멤논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 B.C 5000 ~ 3000년 경 고대 유물부터 그리스를 대표하는 각종 유물까지 한자리에. 신들의 나라 그리스의 국보급 유물 한국에 오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고대 그리스의 전설적인 서사시인 호메로스, 트로이 전쟁, 그리스 신화, 올림픽, 민주주의, 그리고 세상의 끝을 보고 싶어 했던 알렉산드로스 대왕 등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었던 유물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읽으며, 세계사를 배우며 글로 접했던 그리스 로마를 실제 유물로 접하게 되는 경험은 상당히 색달랐다. 세계사를 배운지 시간이 좀 지나 가물가물 했는데 다행히 그리스 역사의 흐름을 따라 전시가 진행되었고 각 시대와 주제에 대한 설명이 길게 쓰여있어 유물 감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

에게해 문명부터 알렉산드로스 대왕 시대까지의 유물을 보여주는 그리스 보물전은 상당히 긴 여정이었다.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그리스의 유물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뜻 깊은 전시였다. 상당히 오래 전의 유물임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양호한 유물들이 많아서 놀라웠고 찬란한 그 시대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도자기에 문어, 조개, 해초 등 해양 생물이 그려져 있는 것이 신기했다. 새삼 그리스 로마가 해양 중심 문화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장수를 의미하는 동식물, 학, 사신이 그려진 우리나라 유물만을 봐오다가 해양 생물이 표현된 도자기를 보니 정말 새롭고 흥미로웠다.

©The Hellenic Ministry of Culture and Sports

유물 중에 은화가 있었는데 기원전 시기에 동전이 존재하였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실제로 은화를 사용했을지는 모르겠지만 화폐의 개념이 존재했다는 점에서 그리스 로마가 정말 앞서 나간 문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The Hellenic Ministry of Culture and Sports

만화로 접했던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을 그 시대의 사람들이 묘사한 조각으로 접하는 과정 또한 매우 즐거웠다. 마치 어릴 적 썼던 그림 일기를 곱씹으며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신화 속 인물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묘사가 매우 구체적이어서 놀라웠다. 그렇게 구체적이고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신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하고 놀랍다.

우리나라 및 동아시아의 유물 전시를 본 적은 있지만 서양 문명의 유물을 본 것은 이번 전시가 처음이었다. 그리스 보물전을 보며 이국적인 유물을 접할 수 있어 즐거웠고 글로만 배웠던 역사를 두 눈으로 생생히 볼 수 있다는 점 또한 좋았다. 세계사를 배우던 고등학생 때 이 전시회를 갔으면 정말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리스 문화가 얼마나 앞서간 문화였는지를 느낄 수 있었고 보존이 상당히 잘 되어있다는 점 또한 인상깊었다.

외국의 문화를 보고나니 그 때의 우리나라는 어떤 문화를 꽃피우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또한 현재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문화를 먼 미래의 사람들이 보면 우리나라의 문화가 어떻다고 생각할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조금 더 나은 문화를 만들고 남기기 위해서는 문화에 더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