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독립예술을 찾아가야 하는 이유,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공연]

글 입력 2019.07.2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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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프린지페스티벌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영국의 에딘버러프린지페스티벌이다.


에딘버러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참가하지 못한 팀들이 모여 거리에서 공연한 것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진 공연예술축제인 에딘버러프린지페스티벌은 이제 영국의 중요한 관광자원이 되었다. 시가 지원하는 예산의 비율이 그리 높지 않아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참여가 보장되고, 관객의 30%가 지역 주민일 정도로 지역사회의 지지 기반도 탄탄하다.


이 때문에 오히려 인터내셔널 페스티벌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으며, 4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 예술제로 거듭났다. 비슷한 사례로는 프랑스의 아비뇽 페스티벌 오프가 있다. 역시 아비뇽 연극제 심사에서 탈락한 팀들이 공연장 대신 거리 곳곳에서 공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유래는 조금 다르지만, 서울프린지페스티벌도 예술가들의 자발적 참여를 보장하는, 모두가 와서 즐길 수 있는 축제라는 점에서 유사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1998년 대학로의 ‘독립예술제’로 시작하여, 22년째 공연예술, 음악, 미술,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독립예술가들이 모여 고유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었다.


대학로, 홍대에 이어 서울월드컵경기장이 프린지페스티벌의 장이 되어 ‘예술아지트:프린지’라는 콘셉트로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아지트’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와 같이, 관객과 예술가를 이어주는 장이 될 뿐만 아니라, 예술가끼리 잇는 기능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문화 콘텐츠에 관심을 두게 된 이후로, 독립 예술가들에 대한 지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본질적으로 예술은 비생산적이다. 그러나 어떠한 생산성 있는 활동도 해내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다. 학교 안의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에서 8천 원을 내고 본 영화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꾸어 놓았고, SNS를 통해 본 웹툰은 나를 옭아매던 강박의 정체와 그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몇백 만 원을 내고 들은 수업보다도 나에게는 영화가 더 많은 것을 알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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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독립 예술가여야 하는가? 다른 이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고 싶다. 최근에는 영화 시놉시스와 캐스팅된 배우 명단이 발표되면 그것만으로 영화의 대사나 장면을 예상하는 인터넷 밈이 나올 정도로(악역 단골 배우인 이경영 씨가 사장, 대통령, 국회의원 등의 역할을 맡아 ‘진행시켜’라는 대사를 하는 식), 관객들이 한국 영화의 뻔한 문법에 질렸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메시지보다는 신파적 줄거리로부터 나오는 감동과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배우의 외모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지만, 똑같은 줄거리와 장면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돈을 내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그 질려버린 관객 중 하나였고, 정말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은 체험을 하고 싶어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찾기 시작했다.

이론적으로는 상업적 예술의 대규모 자본이 더욱 실험적인 예술에 투자되고, 실험적 예술의 아이디어가 상업적 예술에서 활용되는 선순환이 바람직하다. 앞서 말했듯 예술은 자본주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지니고 있고, 이것이 유지되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피가 수혈되어야 한다.

이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 전인 예술가를 위한 지지기반이 마련되었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공정화되어버린 문화산업에서 대규모의 자본은 구태여 독립 예술가의 아이디어를 찾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가 예술적 가치를 굳이 좇지 않아도 우리는 익숙한 상업영화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비자인 우리가 독립 예술을 직접 찾아가야 한다. 우리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를 순간을 마주할 것이라 기대하며.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저 언제라도 볼 수 있는 뻔한 것들에게서 벗어나 휴식할 것을 기대하며. 너무 순진하고 낙관적인 기대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나는 믿어보려 한다. 내가 사는 독립출판물이, 내가 보는 예술 연극이 언젠가는 많은 이들에게 닿아 세상을 바꾸기를.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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