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행자이자 생존자로, '서울' 이곳은 내게 [문화 공간]

글 입력 2019.07.2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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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는 조금은 힘들어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앞에 앉은 사람

쳐다보다가도 저 사람의 오늘의 땀

내 것보다도 짠맛일지 몰라

 

광화문 계단 위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 쳐다보면

사람들 수만큼이 우주가

떠다니고 있네 이 작은 도시에

 

서울살이는 조금은 어려워서

하나를 얻는 사이에 두 개를 잃어가

외로움의 파도와 닿을 줄 모르는 길

높기만 해서 막막한 이 벽

 

새벽의 라디오 디제이

목소리 귀 기울여 들어보면

사람들 수만큼의 마음이

떠다니고 있네

전파를 타고서

 

서울살이는 조금은 즐거워서

가끔의 작은 행복에 시름을 잊지만

서울살이는 결국엔 어려워서

계속 이렇게 울다가 웃겠지

계속 이렇게 울다가 웃겠지


오지은 - 서울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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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듯 생존하기



좋아하는 아티스트 오지은님의 <서울살이>를 버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듣는다. 매일 보는 한강도, 서울 어디에서나 보이는 잠실의 높은 빌딩도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나는 여전히 눈을 떼지 못한다. 어디에 살고 있든 오래도록 서울을 떠올리고 싶은 사람 마냥, 하늘을 배경 삼아 한참을 바라본다.


여전히 이곳은 내게 거주자의 지루한 일상보다는 여행자의 낯선 풍경처럼 느껴진다. 서울에서 살아간 지 꼬박 1년이 되어간다. 그럼에도 역마살이 낀 듯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던 순수함과 호기심을 버리지 못한다.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 두 발로 뚜벅뚜벅 작은 골목까지 걸어 다니는 여행을 좋아하는 난 서울만큼 모든 곳이 여행 같은 도시가 없었다. 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 생각한다. 온 마음을 반짝이며, “오늘은 어디에 가보지?” 집을 나서면 버스 카드 태그 한 번으로 여행을 시작한 기분이다.


하지만 세상에 어떠한 것도 오로지 환상적이기만 한 것은 없다. 서울도 나에게 결국 ‘생존의 구역’이 되었음을 안다. 부모님이 갖추어준 틀 안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를 위해 먹고, 입고, 자는 일을 신경 쓸 뿐인데 '의식주'가 이곳에서는 더욱 팍팍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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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역에 내리든 빽빽한 건물과 더욱 빽빽한 사람들. 지하철 환승 구간에는 조금이라도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음식들로 줄을 지어 펼쳐져 있다. 광화문과 종로 일대를 걷고 있으면 남녀노소 상관없이 각진 가방을 멘 사람들이 어딘가를 향해 바쁘게 걸어 다닌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은 서울에서 가장 피해야 할 곳 1순위가 아닐까.


빌딩 숲 뒤편에는 조그만 골목들이 줄기를 뻗어 존재하고 포장마차들이 그 속에서 줄을 잇는다. 시끄러운 번화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에 듬성듬성 예쁜 가게들이 숨어있다. 사람들은 어디서 그렇게 알고 왔는지 찾기 힘든 골목길에 위치한 곳도 분주하게 다녀간다. 심지어 줄을 서 기다리는 모습도 보인다. 모든 것들이 과연 ‘서울답다’라고 할 수 있는 풍경이다.


그리 작지 않은 광역시에서 평생을 살아온 나에게도 서울은 꽤나 복잡한 도시다. 특히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입시를 준비하고, 똑같은 전공 안에서 획일화된 대화 주제를 가진 집단 속에 있던 나는 그곳에서의 삶이 지루해 자유를 갈망하듯 서울에 왔다.


서울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생을 나누고, 감각의 촉수를 세워 새로움을 흡수한다. 그리고 나의 삶을 새롭게 고찰한다. 저들이 꿈꾸는 미래는 무엇일까?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을까?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 자리에서 저런 일을 하게 되었을까? 앉기도 힘든 지하철에서 1시간을 꼬박 출퇴근하며 다니는 곳은 어떤 곳일까? 이 도시에서 내가 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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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순수한 여행자의 시선을 거두고 조금만 감각을 곤두세워 이 도시를 면밀히 살피면 치열한 생존의 영역이다. 방 하나를 구하는데 더욱 많은 것을 살펴야 하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내 몸을 더 바삐 움직여야만 자리를 잡는 곳. 해방촌 언덕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면 빌딩은 가득하고 불빛은 화려하다.


곳곳에 꺼지지 않는 조명이 도시의 밤을 밝힌다. 서울 야경을 바라보면 여행으로 간 이국의 야경을 볼 때보다 마음이 팍팍하다. 나는 저 불빛들 속 어느 곳에 있을까? 여기서 만난 사람들, 여기서 누리는 모든 것들이 양날의 검처럼 나를 보살피고 채워주다 또 어느 날은 지루한 외로움에 빠트리기도 한다.



서울살이는 조금은 즐거워서

가끔의 작은 행복에 시름을 잊지만

서울살이는 결국엔 어려워서

계속 이렇게 울다가 웃겠지

계속 이렇게 울다가 웃겠지



<서울살이>의 가사가 마치 나의 이야기 같았다. 비단 노래 <서울살이>뿐만 아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들은 나와 비슷한지 서울을 노래하며 복잡한 도시의 모습을 담은 곡도, 군중 속에서의 외로움을 담은 곡도, 그럼에도 아름다운 이곳을 찬양하는 곡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결국 우리는 때론 외로움을 느끼고 때론 갈피를 잃겠지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여전히 서울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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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지만 다른 서울의 동네들



외국으로 짧은 여행을 가더라도 몇 번이고 마주친 어느 풍경, 마음에 드는 카페 하나는 낯선 도시에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포근한 아지트처럼 느껴진다. 몇 개월을 꼬박 살아온 도시에서 그런 곳이 없으면 애정이 있다고 할 수 없겠지. 내가 좋아하는 서울의 모습은 너무나 다양하다.


꽤 많은 아지트가 생기기도 했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그곳만의 분위기가 있기에 내 아지트들의 모습들 역시 다양하다. 커다란 중심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동네마다 개성이 살아 곳곳에 흩어져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쉴 새 없이 서울을 탐닉하고 다녔을지도 모른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느껴지는 광화문을 걷고 있으면 서울을 몸에 가득 채우는 듯하다. 경복궁 둘레로 이뤄지는 북촌과 서촌은 이른 저녁의 노을빛처럼 따뜻한 감성에 젖게 하고, 인사동은 한국의 전통 풍경이 골목에 가득 차있다. 광화문을 지나 종로를 걷다 보면 우리네 인생이 보인다. 때론 분주하고 때론 인간적인 정겨운 모습들. 이태원은 반란의 회색 도시 같은 풍경을 주는가 하면 좌우로 펼쳐진 녹사평역과 한강진역에서는 강아지와 함께 커피를 들고 산책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을지로는 후미진 골목 속에서 젊은이들의 새로운 바람이 느껴지고, 홍대는 여전히 대학생과 관광객의 열기가 가득하다. 조금만 벗어나 망원동을 걷다 보면 거리 곳곳에서 아기자기함이 물씬 묻어난다. 강남을 들어서면 빡빡한 오피스와 광고판들, 웅장하고 화려한 브랜드가 길거리를 채운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한강, 한강은 늘 서울에 낭만을 부여해주는 존재다. 푸름을 간직한 남산 타워와 어느 곳에서나 서울임을 알게 하는 잠실의 높은 타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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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동네를 말하더라도 그곳의 특징이 있다. 즐비한 화장품 가게들과 아웃도어 브랜드에 묻혀 동네의 활기참이 사라지고 때론 관광객을 위한 소비 구역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서울만큼 동네의 개성이 뚜렷하면서 다양한 곳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곳이 즐겁다. 어느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고, 어느 곳에서나 색다름을 즐길 수 있기에.


교통 카드 한 장으로 수많은 곳을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서울은 아직 나에게 영감이다. 앞으로도 수많은 동네들이 새로 떠오르고 또 비슷한 풍경으로 변해갈 것이다. 사람들은 늘 모이길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욕구를 느끼니까. 그런 변모하는 모습들이 켜켜이 쌓여 지금껏 갖춰온 서울을 또 다르게 변화시킬 것이고, 또 새로운 서울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제는 마냥 여행자가 아닌, 생존하는 사람으로서 서울을 바라보게 되었지만 여전히 이곳은 흥미롭고 탐닉하고 싶은 도시다. 서울에서 나는 또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어느 날은 또 외롭고 지루해지겠지. 그렇지만 <서울살이>의 가사처럼 조금의 즐거움에 행복을 느끼며 나는 뚜벅뚜벅 이 도시를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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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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