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달랑 한 줄', 연극 "달랑 한 줄"

글 입력 2019.07.2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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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달랑 한 줄'
연극 <달랑 한 줄>


"내가 상처받았던 말을
내 딸에게 하고 있더라고."


달랑 한 줄_연습사진_c김민솔15.jpg
 


내가 상처받았던 말을 내 딸에게 하고 있더라고. 그게 참 미안해.

연극 <달랑 한 줄>은 네 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남편에게 지속적인 언어폭력으로 인해 이혼을 하고자 하지만 그 결심을 하지 못하는 '연실'을 중심으로 연실의 친구 '명희', 그녀의 두 딸 '은주', '현주'. 본 연극은 네 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흔히 '달랑 한 줄', 그런 것 가지고 왜 그러냐는 말처럼, 그러한 사회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네 사람의 이야기다. 그들이 겪은 '달랑 한 줄'은 내가 직접 듣기도, 또는 내가 직접 실천하기도 했다. 고등학생 '현주'가 교칙에 항의하는 것과는 다르게 과거 선도부로 활동하면서 전혀 그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과거의 나를 떠올렸다.

이러한 '달랑 한 줄'들, 그 달랑 한 줄을 대하는 네 사람의 태도가 극에서 볼 만한 점이며, 그 태도의 변화가 본 극의 목표일 것이다. 본 연극에서 가장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인물은 고등학생 '현주'이겠지만 가장 크게 변화하는 사람은 '연실', 그러니 그녀의 성장담이라는 생각으로 극을 봤다.

알게 모르게 자신의 딸들에게 던진 언어폭력의 가해자이며, 동시에 피해자인 '연실'의 변화는 이 극의 목표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된다. '가부장제'라는 제도 하에서 우리는 모두 '가해자'일 수 있으며, '피해자'였다. 과거에 당연히 맞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현재를 틀리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를 '연실'이라는 인물에 비춰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연실의 대사가 참 기억에 남는다. '내가 어릴 때, 상처받았던 말들을 내 딸들한테 하고 있더라고.'라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그것을 미안하다며 고백하는 연실은 이제 두려워하거나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으려는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난다. '연실'은 변화한 시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이제는 '달랑 한 줄'도 쉽게 넘어가지 않게 된 것을 보면 말이다.


달랑 한 줄_연습사진_c김민솔10.jpg
 


우리의 언어, 우리가 정의되는 표현들

언어란, 굉장히 큰 힘을 갖는다고 믿는다. 그 이유는 우리가 언어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너는 ~한 사람이야.'라는 말을 함으로써 그 사람은 ~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만큼 내가 나를 정의하는 것도, 타인이 나를 정의하는 것도, 나 스스로 ~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언어는 신중해야 한다. 내가 스치듯이 말한 것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정의되게 만드니까 말이다. '조심해야 한다.', '밤에 혼자 다니면 안 된다.', '싸우면 안 된다.', 이러한 말들은 사실 성별과 상관없이 해당되는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말들이 누군가의 행동을 억압해왔다. 우리는 서로 모두를 존중해야 하며, 그렇기에 조심해야 한다. 여자아이들에게만 한정되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남자다운, 또는 여자다운이 아니라 너다운, 나다운이라는 수식어를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의 수식어는 무엇이든 될 수 있으며, 그 수식어를 정하는 것은 스스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달랑 한 줄'에도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고혜원.jpg
 

[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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