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낯설지 않았던 그리스 - 그리스 보물전 [전시]

전시 <그리스 보물전> 리뷰
글 입력 2019.07.28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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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람 미술관에서 고대 그리스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전시 <그리스 보물전>이 개최 중이다. 이름에 걸맞게 전시에서는 다양한 그리스 문명의 유물과 문화와 예술을 엿볼 수 있었다. 무려 신석기시대부터 시작되는 그리스 문명의 큰 흐름을 전시에서 다루기 때문에, 방대하고 다양한 유물과 보물을 볼 수 있다. 전시된 유물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당시 시대상과 문화 또한 색다른 흥미를 준다.


'전시'이긴 하지만 전시라기보단 박물관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그리스 보물전>에서 보여주고 집중하는 건 유물들과 그 유물에 대한 설명, 그리고 시대에 대한 설명이 전부다. 다양한 전시방법을 이용하거나,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고 정말 딱! 유물과 역사 정보만을 보여주는 전시였다.


그럼에도 결코 콘텐츠가 얕거나 단순한 전시라고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유물만 하더라도 그리스 전국의 박물관 24곳에서 모은 총 360점의 보물들이어서, 유물들만 찬찬히 보는 데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전시는 총 9부로 구성되어있다. 단순히 연도 순으로 나눈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당시 시대의 스포츠, 신화 등 문화적인 특징도 강조하는 식으로 구성되어있어 과거의 흔적을 인상 깊게 관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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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며 내내 든 생각은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구나"라는 생각이었다. 뜬금없지만 얼마 전에 경주에 가서 본 유물들과 그리스 문명의 유물의 인상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들은 최대한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위해서 과하게 화려하게 치장하고, 종교를 위한 다양한 조각들이 있었으며, 주변 환경의 재료들을 이용한 생활용품들은 우리가 한 번쯤은 방문했던 역사박물관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다르게 느껴지는 점이라면 유물들의 재료가 다르다는 점과, 재료와 예술 양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오는 스타일의 차이였다. (물론 문화적인 차이도 있지만)


그리스의 유물들은 주로 화이트와 갈색 계열의 색이 많았다. 아무래도 주변 자원인 대리석을 이용한 조각상들이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무리 화려해도 톤이 비슷한 계열이라 묘하게 차분하단 느낌을 준다. 게다가 흰색에서 갈색 계열의 색은 요즘 한국에서도 많이 사랑받고 있는 색깔이라 (특히 공간과 소품 등에서) 유물들이 묘하게 낯설지 않았다.



미케네인물소상.jpg

마케네 인물 소상 ©The Hellenic Ministry of Culture and Sports


운동선수를 묘사한 부조 ©The Hellenic Ministry of Culture and Sports



색깔이 주는 친근함을 제외하고서도 전체적으로 전시의 유물들은 낯설지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은 나에게 또 다른 충격을 주었다. 필자의 머리에는 개인적으로 그리스 유물이나 문화에 관하여 찾아봤던 기억이 전혀 없다. 교과서에서 어렴풋이 봤던 기억이 나지만, 그것도 무려 몇 년 전인 데다 단편적인 기억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리스 유물들은 낯설지가 않았다. 이유는 지금 우리의 문화에 스며있는 그리스 문화들 때문일 것이다.


어렸을 적 한 번쯤 만화로 읽었을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도 그렇고, (심지어 올림포스 신 이야기는 아직도 다양한 드라마나 영화에 차용되는 신화다) 미술을 배우지 않아도 미술시간에 미술실에 있던 두상 조각상. 올림픽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그리스 시대의 장신구나 스타일조차 몇몇 미드 때문에 익숙하다.


전시에서 볼 수 있었던 올림포스 신들의 대리석 조각상들은 세월 때문에 부식되거나 부러진 부분이 있지 않다면 사실 지금 어느 호텔 로비에 있는 조각상이라고 보고 무관했고, 조각상에 표현된 신들조차 익숙했다. 그들의 조각상에 얼굴은 미술실에 매일 보던 소묘할 때 쓰던 두상 조각과 닮았고, 올림픽의 우승자에게 씌어주던 월계관은 말할 것도 없이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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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차례로 아테네 두상, 아프로디테, 포세이돈 조각상
©The Hellenic Ministry of Culture and Sports



박물관에 가거나 문화유산지를 방문하지 않아도 익숙할 정도로, 우리 문화에 스며들어있는 문화라니. 그것도 한국과 아주 먼 곳에서 시작된 문화가 그렇다니. 그리스 유물을 보며 우리 역사의 유물과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과 동시에 그 유물을 보며 요새 물건 같다고 느껴지는 나 자신을 보며 뭔가 씁쓸해졌다.


그 느낌은 우리나라 전통문화와 양식, 색, 건축물을 보는 느낌과 달랐다. 우리는 우리 문화에 '익숙'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한옥에 살거나, 생활한복을 입는다거나, 전통 과자를 즐기는 것 등은 요즘 문화와는 다른 독자적인 것이라는 느낌이 있다. 어쨌거나 '전통'문화라는 선이 그어진다. 우리 것은 과거의 것이고, 그들의 것은 지금의 것이라니. 모든 이들이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닐 테지만 전시를 보며 드는 느낌은 나를 씁쓸하게 했다.


문화의 힘이라는 말을 미디어나 기사 등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가만 생각해본다. 문화의 힘이란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에서가 아니라 역사를 따라 이어진 우리의 문화를 지금 우리의 삶에 들이고 채우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익선동 전경.jpg

핫플레이스이자 한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익선동에서 직접 찍었던 사진.

아직은 '한옥'뿐인 느낌이지만,

우리의 전통문화를 요즘 문화로 만드는 현상이

더 많이 퍼졌으면 좋겠다.




P.S.

전시의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위에서 말했듯이 무려 신석기시대부터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죽음까지 몇천 년의 역사를 다룬다. 아무리 많은 유물이 있더라도 그 모든 걸 담기 부족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요약을 할지라도 조금 더 친절하고 자세한 시대와 역사 설명이 더 있었음 한다.


큰 주제가 나눠지는 전시의 구간마다 시대 설명이 있긴 하지만, 그것마저 최소한의 요약으로, 그것도 딱 백과사전이나 역사책에 나올만한 문체로 있어 그다지 몰입력이 좋은 글은 아니다. 필자는 시간이 안 맞아 듣지 못했지만, 도슨트 해설 시간에 맞춰 전시를 관람하면 정말 아주 좋은 시너지가 될 것이다. 도슨트는 평일 2회 오후 2시와 5시에 이루어진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겠다.





아트인사이트문화예술알리미태그_이민희.jpg

 




[이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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