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인과 닮은 공간에서, 그의 시를 되새겨 본다. - 윤동주문학관 [문화 공간]

글 입력 2019.07.2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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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아는 이들은 그가 강직하면서 조용한 성품을 지녔다고 기억한다. 어렸을 때는 동무들과 어울리며 글을 썼고,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후 유학을 떠났다. 배움으로 찬란했어야 할 청춘의 마음에는 부끄러움이 자리 잡았고, 쓰라린 시간은 시로 남겨졌다.


일제가 앗아간 시인의 삶, 그가 남긴 글들은 동무의 도움으로 세상에 알려진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시인, 윤동주의 삶이다. 2012년, 시인을 기리는 문학관이 종로구 청운동에 문을 열었다. 인왕산 자락에 자리한 윤동주 문학관은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시인 중 하나인 그의 인생과 작품을 다시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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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문학관 : 우리 영혼의 가압장"


종로문화재단은 윤동주 문학관을 "우리 영혼의 가압장"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가압장이란, 느려지는 물살에 압력을 가해 다시 힘차게 흐르도록 돕는 곳이라고 한다. 일상에 지치고 상처를 받은 시민들이 시인의 시로 위로를 받게 되어 다시 앞으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시민 하나하나의 영혼의 가압장이 되겠다는 것이다.

문학관을 찾아가는 길은, 필자의 경우 경복궁역에서 조금 걷다가 마을버스를 타고 윤동주문학관 정류장에서 내리니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산 중턱에 이 자그마하고 소박한 느낌을 주는 건물을 보면 시인과 그의 시와 참 많이 닮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문학관은 시인의 작품과 생애의 흔적을 관람할 수 있는 제1전시실, 시인의 시 중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의 모습을 형상화한 제2전시실, 마지막으로 영상물을 감상하며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인 제3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다.

제1전시실은 윤동주 시인 관련 사진 자료와 대표 작품의 친필 원고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된 시집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내용을 자세히 확인할 수는 없어서 과연 우리말로 적힌 그 표현과 의미가 잘 전달되었을까 호기심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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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건물에 남겨진 시간의 흔적은
새로운 가치로 탄생했다"


본래 문학관이 있던 곳에는 시민아파트와 주택가를 위한 가압장이 있었다. 2009년 시민아파트가 철거되면서 가압장은 용도 폐기되어 비워진다. 그리고 크게 눈길을 끌지 않던 이 버려진 허름한 가압장을 종로구청은 문학관으로 리모델링하기로 한다. 리모델링 중 가압장 뒤에 산에 묻힌 콘크리트 물탱크 벽면을 발견하고 이를 포함해 재설계해 오늘날의 문학관이 탄생했다.

문학관 제2전시실은 이 물탱크의 벽면으로 둘러싸인, 제3전시실로 가는 길이 있는 공간이다. 원래 존재했던 물탱크의 윗면을 개방하고 "열린 우물"이라고 명명해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의 우물의 이미지를 부여했다. 시간의 흐름이 선명한 그 벽면에 둘러싸인 곳에서 위로 올려다 보면 꼭 우물 안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이 든다.

제2전시실의 길, 그 끝에 있는 미닫이문을 열면 폐기된 물탱크를 원형 보존한 공간인 제3전시실이 있다. 들어가 문을 닫으면 밝은 빛이 없는 공간에서 사색할 수 있으며 시인의 삶을 소개하는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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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의 전시실을 다 관람한 후 출구로 나오면 시인의 언덕과 이어지는데, 별뜨락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작은 카페와 벤치가 있는 공간을 지나면 산길을 따라 조성된 시인의 언덕이 나온다. 시인의 대표 시 구절들을 짧게 소개해 놓았으며 성벽을 따라 걸으며 한눈에 보이는 서울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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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문학관을 2012년에는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국무총리상을, 2014년 서울특별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했다. 소박하고 순결한 시인의 이미지를 닮길 원했다는 건축 관계자의 바람이 건축가와 종로구 외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시인의 삶과 그 작품이 가진 상징성이 가장 잘 어우러진 건축물로 탄생한 것이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시인의 작품 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서시"와 "자화상"에서처럼 부끄러움은 윤동주라는 시인을 대표하기도 하지만 시인의 시가 모두 그를 주제로 한 것은 아니었다. 가족에 대한 사랑, 벗들은 아끼는 마음, 그리고 고된 현실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보자는 거창하지 않으면서도 올곧은 다짐이 윤동주의 시에 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윤동주문학관에서 작품을 다시 찬찬히 되새기며 책에서 읽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윤동주 시인을 기릴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시이자, 시인이 연희전문학교(現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후, 하숙집에서 학교까지 통학하고, 당시 벗의 집에 놀러 가고 인왕산자락을 걸으며 시상을 떠올렸던 시절에 썼다는 시를 덧붙이며 문학관 소개를 마치려고 한다.



새로운 길 -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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