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별을 준비하는 순간, 나와 강아지에 관하여 [기타]

글 입력 2019.07.2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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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 나에게는 다가올 일이 먼 아득히 떨어져 있을 것 같은 일이 갑자기 마음속에 훅 파고드는 일이 있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주변 사람으로부터 ‘헤어짐’의 순간을 귀로 듣는 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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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이별은 대체로 의연했다.

@Alexandre Croussette, Unsplash

 


‘단순한 이별이냐 혹은 죽음이냐’와는 별개로 살면서 겪었던 이별에 대하여 나는 대체로 덤덤한 편이었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언젠가는 닥쳐올 상황이기에 미련 없이 떠나보냈다. 그중에는 너무 갑작스럽거나 황당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런 때에도 슬퍼하기보다는 허무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과거에 A가 아니라 B를 선택했다면 지금 이러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만이 떠올랐다. 한편으로는 어제 함께 만나 어울려 다닌 상대가 다음 날 아침에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 2차원의 인물이 된 것 같았다.

 

요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별을 겪으면서 내가 헤어짐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왔다. 좀 더 감성적으로 사람을 대하기 시작했고 찾아올 미래를 고민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게 더 중요해졌다. 특히, 반려견인 포도와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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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산책을 나온 포도

 


포도는 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키워온 믹스견이다. 이제는 노년기에 접어들어 체력이 예전보다 떨어지지만 큰 병치레 없이 지내왔다. 성격아 온순하여 딴 곳을 보는 사이에 사고를 치는 경우 또한 없었다. 그러다 최근에 산책 도중에 돌발행동을 하는 상황이 생기기 시작했다.

 

산책로는 차나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라 잠깐씩 줄을 풀어서 포도가 자유롭게 다니게 한다. 간혹 도중에 야생동물을 만나면 그 동물을 따라 멀리 쫓아간다. 부르면 으레 다시 돌아왔으나 이제는 산 근처까지 따라가서 잡아 줄을 채워야 한다. 한 번은 고라니를 따라 산속까지 들어가 한 시간 동안 찾아 헤맨 적이 있었다.

 

그 순간 겁이 덜컥 났다. 가끔 포도가 벌이는 상황이 자기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뚜렷하게 표현하는 것 같았다. 정말로 산 속 너머로 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먼저 집으로 가버리면 포도 혼자 집으로 찾아올 수 있을지 산책로에 우두커니 서 있으면서 온갖 생각이 둥둥 떠올라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에는 포도가 헉헉 소리를 내며 처음 들어갔던 지점으로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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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다니지 않는 조용한 길이

강아지에게는 호기심 천국의 장소이다.

 


포도의 일탈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그 해프닝으로 포도가 몸은 나이 들어가는데 속은 아기처럼 천진난만하게 변하고 있어 마음이 아렸다. 당연하지만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이 나에게도 찾아오지는 않길 바랐다.


평소와 같이 산책을 하거나 밥을 주는 것 외에 더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저 아프지 않고 좀 더 오래 있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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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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