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스 홍, 그림으로 자기를 찾아가다 [도서]

글 입력 2019.07.2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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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선정된 책이라니 뜻 깊었다. <미스 홍 그림으로 자기를 찾아가다> 그림으로 나를 찾아간다는 말이 맞다. 나는 자존감도 낮고, 자신감도 없었지만 그림을 통해 찾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내 전공을 후회하지 않는다.

입시할 때는 나보다 재능있고 잘 그리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심지어 나보다 입시를 덜하고 늦게 했는데도 더 좋은 대학에 갔다. 다른 아이들은 '색감이 좋다' '묘사를 잘한다' 등의 구체적인 칭찬이 있었으나 내게는 그저 '느낌이 좋다'라는 말 뿐이었다. 느낌이 좋다는 말은 어디에나 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슬펐다.

대학교 1,2학년 때도 다르지 않았다.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라는데 내가 뭘 알아야지. 나는 남들과 같은 기술적인 그림만 그려서 속상했다. '나만의 느낌'을 갖고 싶었다. 개성이 없어서 슬펐고, 다르지 않아서 속상했다. 그러나 이모랩에 가서 배운 드로잉이라던지, 계속해서 수업을 듣고 고민하면서 조금씩 '내 선을 느끼게 되었다.' 어떤 수업에서 컨트어 드로잉을 배웠는데 강사님이 '네 선은 너만의 특유의 느낌이 있어.'라는 말을 했다. 그때부터일까, 내 선 긋기 감각에 집중하기 시작했던 시점이.



그림으로 나를 찾아가다 -내지-인쇄판8.jpg
 


그리고 내가 또 존경하는 분의 수업에서 각자 그림들을 합평하고 크리틱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팝적인 그림을 그리는 친구에게는 좀 더 효과적으로 팝적인 느낌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묘사를 한다면 더 세밀한 묘사를 알려주는 방법으로 각자에게 맞춰서 알려주셨다.


그런데 내게는 '네 마음껏 표현해. 너는 너만의 오묘한 감성이 있어. 그러니 원근법, 묘사 이런 스킬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네 마음가는 대로 그려. 물감과 치열하게 싸우는 거야.' 이 말 듣고 또 집에 가서 울었다. 그렇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내 스타일을 만들어나갔다- 라는 표현이 맞을까? '나를 찾아갔다.' '나로 되돌아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으니까.

졸업작품을 준비하면서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그리고 싶어하는지, 어떤 재료를 좋아하는지 등 계속해서 나만 생각했다. 어떡해 전공이 그림인걸. 그렇게 해서 재능이 없다는 자괴감이나, 나만의 느낌이 없다는 억압감, 무력감을 조금씩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그림은, 백지는 언제나 나를 긴장되게 하고 설레게 한다.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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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가 길어졌지만, 어쨌든 '그림으로 나를 찾아간다'는 표현은 내 경험상 정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미술 서적을 읽으면 (지식을 전달하지 않는 이상) 다 아는 내용을 굳이 왜 설명하지?-라는 의아함이 강하다. 내가 그릴 때 이런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한데, 이걸 왜 하나하나 다 설명하고 있지.. 몰랐던 걸 알게 되는 건 별로 없었고, 내가 느끼는 걸 열심히 설명했네 -정도이다.

내가 너무 불친절한 건가 아니면 타인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생각도 든다. 요즘 지낼수록 느끼는 점 중 하나가, 내 세계가 강해서 사회(회사)생활이 힘든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또 상반된 생각으로는 난 개성이 별로 없는데 내 글이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어째 살면서 더 혼돈일까.


그림으로 나를 찾아가다 -내지-인쇄판9.jpg
 


"그러므로 사람마다 다른 선을 가지고 있지. '남과 다른 나만의 것' 이것이 어쩌면 헌대 미술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어."

맞는말 대잔치 책이다. 내겐 당연한 이야기. 나를 선과 색으로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다. 본인다운게 가장 현대적이다. 한 가수를 생각하면 그 가수만의 뚜렷한 음악 장르가 떠오르듯이. 그 사람이 드러나는게 가장 좋은 작품이다.

내가 디자인을 하다보니 회화도 객관적으로 꾸미려고 드는게 너무 속상하다. 내 고민이기도 하고. 억압하지 말야하는데. 나는 내 시선에 갇힌 그림이 좋다. 그러나 남의 시선을 의식해야하다보니 사회성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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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품을 보아도 내가 가치를 느끼고 의미를 갖는다면 그걸로 됐다. 그게 전부니까. 그림은 그려봐야 압니다. 경험해봐야 합니다. 감각으로 나를 알아가는 느낌이 맞다. 그리고 <화가와 모델>을 하면서 타인을 알게 된다. 그래서 두번째 그릴 때는 속도가 더 빨르고 처음보다 편했다. 이미 알고 있는 대상이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 우리의 삶에 존재하지만 좀처럼 인식되기 어려운 것을 표현해내는 것이 예술의 가치라고 말한 거야." 이런 생각도 했다. 예술은 뭔가 고통스럽거나 쥐어짜내거나 감정을 극한으로 몰면서, 그걸 보며 대중들이 카타르시스를 대신 느끼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나는 얼굴 그리는게 어렵다. 나를 그리는 것도, 타인을 그리는 것도. 왜일까? 사람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그림 그리기 어려운 건 어떤 의미일까. 단정짓고 싶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알고 싶지 않은 걸까, 내 식 대로 판단이 좋은가 아니면 너무 어렵게 생각해서, 과민하게 느껴서일까, 애증인건가. 궁금하다. 자신이 선택하는 재료도 그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음, 내가 오일파스텔을 사용하는 이유. 음, 들고 다니기 편안 휴대성, 색상이 강하게 나오고 섞기 좋다. 화려하고 다양하다. 그리고 흔적을 강렬히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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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공감하는 부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데에서 두려움이 생긴다. 모르면 두렵다는 말이 공감된다. 그래서 시도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역시 어렵긴 하다. 난 불안감과 두려움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럽다. 나도 즐기고 싶다.

내가 뭘 하는지 알면 편한데, 모르니까 불안하다. 나도 내 위치를 알고 싶다.


세상보다 나를 더 중심에 놓아야 한다. 난 그림으로 나를 겨우 세웠으니까. 나를 살게 하는 수단이자 목적, 목표이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그림을 사랑했더라? 생각이 안나네. 자주 그리지는 않아도 항상 생각하는 것. 완성은 늘 어렵다. 특히 날 것의 느낌을 잡아야하는 드로잉이라면 더. 손을 언제 떼야하는지 타이밍을 잘 보아야 한다. 너무 손을 빨리 떼도, 늦게 떼도 맛이 아쉬워지기 때문이다.

아쉬운 건 끝이 덜 맺어진 느낌. 책을 만들다가 뒷부분이 날아간 건가 싶을 정도로 내용이 뚝 끊겨서 당황스러웠다. 맺음말이나 에필로그가 있으면 좋았을텐데. 그 후로 홍씨는 이렇게 지내고 있다 혹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라는 상상. 데,대 맞춤법이 신경쓰였다. 왜 옳게 쓰다가 틀리게 쓰다가 오락가락이지.. 이 두 가지는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굉장히 편하게 읽었다. 결론은 '내가 우주다'. 책이 전부 내 생각들이었다. 다시 또 미술치료를 공부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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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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