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혐오 사회에 대하여, 레라미 프로젝트 [공연]

글 입력 2019.07.24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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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라미 프로젝트>는 등장 인물들 간의 대화가 아닌 연극 단원들의 설명과 인터뷰 내용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어색하거나 이질감을 느끼진 못했다. 이 공연이 완성도 높고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마치 하나의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처음 연극을 접했을 때에는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과장된 연기와 극적인 연출에 거부감이 들었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그러한 점이 연극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연극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과 연출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연극을 보는 초반에 이번 연극은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될지 궁금해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레라미 프로젝트>를 보며 더 확고하게 굳어졌다. 여태까지 접하지 못했던 연출을 보며 초반에 더 흥미를 느끼며 연극을 볼 수 있었다.




혐오 사회에 대하여



마을 사람들은 레라미가 혐오적인 사회가 아니라고 하였다. 오히려 평화롭고 살기 좋은 동네라는것을 강조하였다. 자신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성 소수자들에 대해 큰 관심이 없으며 그들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지만 레라미는 혐오 사회였다. 일부 엇나간 사람이 범죄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혐오 사회이기 때문에 혐오 범죄가 일어나는 것이라는 대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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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라미 마을의 상황이 오늘날의 우리나라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도 많은 혐오가 존재한다. 여성 혐오, 가난 혐오, 장애인 혐오, 퀴어 혐오 등 많은 약자와 소수자들이 혐오의 대상이 된다.


몇몇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남녀 평등한 사회라고 하지만 여성 혐오 범죄는 꾸준히 발생하고 심지어 조명되지 않은 사건들 또한 많다. 여성을 혐오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여성 혐오 범죄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부 꼬인 남성들이 범죄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여성을 약자로 보고 혐오하는 무의식이 사람들에게 깔려있기 때문에 여성이 타겟이 되는 범죄가 꾸준히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 소수자에 대해 대해서는 레라미 마을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 대놓고 동성애자에 대한 불쾌함을 표현하는 사람들, 그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들이 많다. 그들을 인정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결국에는 그들을 놀림 표현으로 사용하거나 막상 주변의 성 소수자에 대해서는 뒷 얘기를 하고 다니곤 한다.

 

연극의 마지막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1년이 지나도록 변화가 없었다고 하였다. 너무나도 화나고 허무한 순간이었다. 제도가 변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인식 변화도 더뎌진다. 어쩌면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도 변화가 생기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매튜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레라미가 혐오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자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이기적이어서 충격적이었다. 매튜는 레라미의 희생양이었지만 어느새 마을 사람들에게 매튜는 마을 이미지를 깎아 내리는 골칫거리가 되어있었다.


피해자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그에게 사과하지 못할 망정 마을의 이미지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늘 자신 앞의 이익만을 중요시 여기는 인간의 추악함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튜의 아버지는 그들을 용서했다. 매튜 또한 그들을 용서하겠다고 하였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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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이 빛나고 벌레 울음소리가 들리는 그 울타리에서 매튜는 고통스럽게 묶여있었다. 자신이 게이라는 이유 때문에. 너무나도 두렵고 절망스러웠을 것이다. 현재의 소수자들은 어떠할까. 비록 구타는 당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태도와 말에 매튜와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소수자들이 고통 받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기 위해서는 다수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 연극을 아버지와 함께 보았는데 소수자들과 그들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였다. 문화 예술은 거부감 없이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작품이 더 많이 생겨 많은 사람들이 옳은 가치관을 접하고 더 나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레라미 프로젝트
- The Laramie Project -


일자 : 2019.07.13 ~ 07.28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월 쉼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티켓가격
전석 35,000원

제작
극단 실한

기획
두산아트센터, 극단 실한

관람연령
14세 이상

공연시간
120분





[윤혜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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