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혼자 떠나는 여행의 자유 [여행]

혼자 떠나는 여행의 매력에 푹 빠지다
글 입력 2019.07.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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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동안, 내 마음 한 구석에는 혼자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는 열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다만 한 번도 실행에 옮겨본 적이 없는 로망이었을 뿐이다.


여행을 자주, 그리고 많이 가는 편이지만 혼자서 떠나본 적은 없었다. 매번 가족/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갔고, 늘 만족스러웠다. 가족/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다보면 ‘함께’ 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오는 행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혼자 떠나는 여행의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미국에서 교환 학생 생활을 하면서 주어진 시간적 여유와 자유로운 생활이 기회였던 것이다. 나는 이 기회를 통해 마음 한 구석의 로망으로만 남겨두었던 ‘혼자 여행가기’를 해보기로 했고, 그 첫 걸음으로 혼자 뉴욕 맨해튼 행 버스에 올라탔다.


막상 혼자 떠나려니까 준비하면서 걱정이 많았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걱정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설렘이 메웠다. 그리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 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내게 행복한 기억이 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날 뭔가 크게 특별한 여행을 했던 것은 아니다. 많은 뉴욕 여행자들이 거쳐 가는 흔한 루트를 ‘혼자’ 갔을 뿐이었다. 난 뉴욕 여행을 통해 혼자 떠나는 여행의 매력에 푹 빠졌고, 결국 시카고, 올랜도, 샌프란시스코, 샌디에고, 라스베가스, LA까지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이 여행들이 너무나도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은, 혼자 떠나는 여행이 내게 준 ‘자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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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 뉴욕 공립 도서관


‘자유’라고 하면 되게 거창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자유는 되게 사소한 것이었다.


뉴욕 여행 중 뉴욕 공립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원래의 계획은 많은 관광객들이 그러듯 한 바퀴 구경하고 나오는 것이었지만 도서관의 웅장함과 차분함에 반해 몇 시간 동안 열람실에 앉아서 그 분위기에 취해 책을 읽었다. 시카고에서는 사람이 별로 없는 클라우드 게이트(시카고 빈)를 보고 싶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새벽 6시부터 그날 일정을 시작하기도 했다.


LA에서는 산타모니카와 베니스 해변 옆에 위치한 풀밭에서 누워서 음악을 듣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그 뒤에 가려고 했던 LA 다저스 야구 경기 일정을 즉흥적으로 취소하고 그 여유를 더 즐겼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케이블카를 예쁜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고 같은 자리에서 거의 한 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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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 샌프란시스코 풍경과 케이블카
 


내가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자고 싶은 시간에 잘 수 있다는 자유. 내가 좋아하는 기념품 샵에 들어가서 내가 고민하고 싶은 만큼 고민할 수 있는 자유. 어떤 장소에 머무르고 싶은 만큼 머무를 수 있는 자유. 내가 배가 고픈 시간에 따라 식사 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자유. 계획된 일정이 있어도 순간적인 심정의 변화로도 계획을 바꿀 수 있는 자유.


특별한 여행을 만든 이유라고 보기에는 너무 사소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소한 자유는 내가 온전히 나를 위한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스스로에게 내가 보고 싶고, 내가 듣고 싶고, 내가 하고 싶고, 내가 느끼고 싶은 것들을 찾아다니고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기회.


이 기회를 자신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 쯤 혼자서 여행을 떠나 보길 조심스럽게 추천한다.



[김태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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