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레라미 프로젝트 - 그는 행복할 권리가 있었다. [공연]

객관화된 사실이 주는 더한 슬픔
글 입력 2019.07.21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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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의 의미



프리뷰에서 울타리 사진의 의미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신을 뜻하는 십자가 같기도 했던 나무 울타리는 죽을힘을 다해 살고자 했던 매튜의 마지막 포효이자 그를 감쌌던 다른 모든 것에 대한 마지막 끝인사의 장소였다. 폭력적인 방법으로 죽음이라는 끝을 맞이하며, 그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또 다른 시작이라고 해야 덜 괴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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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레라미프로젝트



연극의 맨 처음, 배우들의 시작은 이곳 레라미는 무척 평화롭고 살고 싶은 곳이라는 대사를 계속해서 반복한다. “나에게 간섭하지 말고 남에게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전제하에 황량한 벌판이 가득한 곳이지만 평화롭고 살기 좋은 곳, 마음씨 좋은 주민이 모여 사는 그곳 레라미. 극의 초반에는 이 평화로움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뭔가 어색함과 이질감이 드는 평화로움이었는데 이것에 대한 의문은 극의 중반을 향해 가다 보면 왜 어색하고 낯선 평화로움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레라미의 평화로움 이란 것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때에만 비로소 누릴 수 있는 선택적 충족이었다. 실질적인 사건의 피해자인 매튜의 삶이 비추어지기 이전에도 레라미에는 이미 수많은 동성애자가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성 소수자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가해지는 폭력적인 사태를 미리 짐작하여 숨죽이며 살아가는 것이 이곳에서의 평화로움을 이어가는 방법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렇게 자신들의 성향을 숨긴 채 조용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실상이었다.


매튜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조용하고 수줍으며 여리지만,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매너있는 좋은 사람으로 평했다. 그런 그가 모르는 행인들을 따라나선 뒤 죽음을 맞이하게 된 과정을 극을 통해 보면서 조용하고 수줍어했다던 매튜가 어떤 마음으로 그들을 따라나섰는지가 궁금했다. 추후에 살인자의 진술에는 게이가 아닌 자신에게 성적인 추행을 가해서 그것이 너무 끔찍하여 매튜를 살인하게 됐다는 내용이 있다. 피의자가 자신의 죄 형량을 낮추려는 거짓진술인지, 진짜 매튜가 그러한 행위를 했는지 알고 싶었다. 특수한 자신의 정체성 탓인 외로움이었던 걸까, 본능에 따른 자신의 성적만족을 충족하려 했던 것일까. 나는 매튜가 그들을 따라나선 이유가 전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따라나선 이유가 전자에 가까운 마음이었다면, 단지 그들과 좀 더 함께하며 얘기를 나누고 싶었던 매튜에게 그들이 행한 행위는 너무나 끔찍하고 가혹했고, 처벌받아 마땅하다 여겨진다. 흥건히 흘러내린 피가 굳어 입도 벌어지지 않은 채, 발견된 그는 경찰에 의해 맨손으로 기도를 열고나서야 숨통이 트인다. 병원으로 옮겨지지만, 그의 상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울타리에 꽁꽁 묶인 채 땅과 반쯤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도 살려고 발버둥쳤을 그를 설명해주는 경찰의 얘기를 들으며 그 상황들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같이 힘겹고 고통스러웠다.


이는 전국적인 혐오범죄 반대시위를 일으키게 되고, 레라미에서는 500여 명의 사람이 매튜를 위해 모이게 된다. 미국의 작은 소도시인 레라미에서 500여 명이 뜻을 함께 모아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와 역할인데, 자극적인 헤드라인 기사를 뽑는 것에 혈안이 된 언론 탓에, 기사만을 접한 타지 사람들은 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얻지 못한다. 더불어 혐오범죄를 방조한 레라미 주민 모두 범죄자라며 언론의 무조건적인 비판을 받게 된다. 사실 그 안에는 매튜 같은 성 소수자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을 친구라 일컬으며 있는 그대로 그들을 이해하는 시선들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다. 연극단원들이 이들을 인터뷰하기 전까지 레라미 마을 사람들이 이 사건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문 이유이기도 하다.


5일 뒤 결국 매튜는 가혹했던 이 세상을 등지게 되고, 담당의사는 그의 죽음을 발표하며 오열한다. 오열하는 그에게 사람들은 묻는다. 당신의 눈물이 성 소수자를 대변하는 영웅으로 일컬어지는 자에 대한 눈물인지, 단지 그가 일반인이었어도 똑같은 눈물을 흘렸을지에 대한 물음.


이것만 보더라도 이 연극이 혐오범죄에 대한 무조건적인 성향을 관객에게 의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리뷰를 봤을 땐 혐오범죄에 대한 일차원적인 생각을 했었고, 실질적으로 이 연극의 내용도 그러한 방향성을 띄고 있지만, 더 나아가 성 소수자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들려주며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일 뿐인데 왜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영웅시하느냐는 얘기를 들려주며 관객 역시 다양한 생각을 하게끔 유도한다.




클라이막스의 진가



극의 막바지에는 마지막 선고를 앞둔 피해자 매튜 아버지의 가슴 아픈 열연이 전개된다. 그는 살인자들에게 말한다.



당신은 내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갔노라고. 나는 당신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착한 매튜도 당신의 사형에 반대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나에게 당신이 죽는 것보다 더 좋은 바람은 없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매튜를 위해 자비를 베풀고 상처를 치유해야 할 시간이므로 나는 당신이 살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살아서 매시간, 매 순간 순간마다 매튜를 기억하며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한다.



또한 매튜는 죽음을 오가는 그 시간 동안 혼자가 아니었노라고 말한다.



울타리에 묶여 있는 그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그에게는 너른 들판과 그를 에워싼 바람,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하늘과 잊히지 않을 저녁노을과 모든 것들이 그와 함께였노라고. 그들이 매튜를 마지막까지 지켜줬노라고 말한다.



매튜 아버지의 이 피 끓는 심정의 호소에 가슴이 너무 아팠고, 죽어가는 외로운 순간에 자연이 안겨주는 위안을 받으며 그 모든 것에 마지막 인사를 건넸을 그의 심정이 어땠을까 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지막 그를 태웠던 택시기사의 대사 또한 잊히지가 않는다.


"그는 이곳에 앉아 반짝반짝 빛나는 레라미를 지켜봤겠지."


울타리에 묶인 채, 죽음을 직감했을 매튜. 반짝거리는 것들과는 대조되는 자신의 현실이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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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실한의 빼어난 연출력



막이 내리고 사람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열연한 극단 실한의 배우들은 실로 대단했다. 70여 명의 역할을 8명의 배우가 축약하여 표현하다 보면 그 의미가 전달이 잘 안 될 수도 있는데 대단한 연출력으로 너무 훌륭하게 잘 표현됐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삑'하는 소리와 조명을 통하여 이어지는 장면이 어색하지 않게 개연성을 이어나가도록 연출했던 점이 특히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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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



실제로 이 사건이 있고 난 후에 1년이 다 되도록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한 명시적인 해답이 나오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하니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역시 혐오범죄는 이유를 막론하고 반대한다. 그것이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자들에 대한 문제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영화도 그렇고, 책 중에도 다 보고 난 후 유난히도 기억에 오래 남는 것들이 있다. 연극이 끝나고 홀로 세워져 있는 나무울타리를 보는데 실질적으로 극에는 등장하지 않은 매튜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해 씁쓸한 여운이 오래갔다.


다시금 상기한다



"인간은 누구나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으며 존중 받아 마땅한 존엄성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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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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