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매일 아침에 출근을 하는 이유 - 원시인이었다가 세일즈맨이었다가 로봇이 된 남자 [도서]

당신이 정말로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그런 책이 없다면, 당신이 직접 써야 한다
글 입력 2019.07.1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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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서는 무슨 책일지 짐작을 하지 못했다. 책을 펼쳐보고서야, 목차를 읽으면서 이 책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구나. 그것도 한 남자가 여러 직업을 겪으면서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일반적인 위인전과는 다르게, 그 사람의 직업과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직업을 가진 그 사람 자체에 초점을 맞춰, 인간적인 고뇌를 담는데, 마치 그 생각들이 거울처럼 반사되어 나에게 비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지 않았나, 하고. 나와는 전혀 다른 직업들이고, 상상도 하지 못한 직업들이지만 누구나 먹고살기 위해 자기 상황에 맞는 일을 하고 있었다. 먹고 사는 일이 더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현대 사회에 들어서도,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누군가가 시키는 일을 해 나간다.


책의 작가 김영현 씨 역시, 책 제목답게 어떤 직업 하나로 자신을 규정할 수 없는 사람이다. 김영현 씨는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하나의 직업을 오랫동안 유지해온 것은 아니다. 작가이자, 기업가이며, 6년 차 카피라이터이고 브랜드 컨설턴트, 네이미스트를 오가는 ‘N잡러’다. 작가 소개가 특히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그가 매일 아침 ‘우리는 반드시 죽는다’라는 글귀를 보고 집을 나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누가 아침에 그런 문장을 보고 하루를 시작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휴대전화나 TV를 틀어 그 날의 뉴스를 보면서 하루를 열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쌓인 문자메시지를 보거나, 아니 그마저 지나치게 빠르게 흘러가는 아침에 치여 어떤 것을 보지도 못한 채 하루를 흘려보낼지도 모른다.


나 역시 일을 할 때는 최소한의 씻기와 화장, 그리고 아침밥 정도만을 먹고 나가는 데만 해도 1시간 정도가 걸렸고, 더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 지하철에 우겨 들어가느라 휴대전화기를 펼쳐보지도 못했다. 요즘은 그래도 일을 그만둬서 아침에 일어나면 등산을 할지, 웨이트를 할지, 한강을 산책할지 정도의 고민을 할 여유가 생겼다. 하루가 절반도 가기 전에 하루가 너무 짧다는 생각을 한다. 쉰다고 해도 삶의 여유가 없다. 그 여유란 어디로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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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이었다가 세일즈맨이었다가 로봇이 된 남자>를 읽으며 사람, 인간은 왜 일을 하고 살아야 하는가를 넘어선, 인간의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저자 김영현 씨는 책머리에서,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일을 하는 준비를 하고 살아왔던 걸까. 대체 언제부터 이랬던 걸까? 하며 질문을 던진다.



그들은 사냥하고, 씨앗을 심고, 칼을 맞대고, 광물을 캐거나, 불을 길들이거나, 변소를 홍보하거나, 춤과 노래를 부르거나, 가만히 앉아 사유하거나, 아름다운 향기로 유혹하기도 했으며, 누군가의 아침을 부드러운 노크로 깨우기도 했다.


그렇게 살아남은 인간은 지금 무엇을 할까? 그들은 여전히 생존, 즉 살기 위한 돈벌이로 투쟁하고 있다. 우리는 문을 두드리거나, 회사에 구속되거나, 몸과 얼굴을 내걸며 자신을 판다. 우리는 살인, 전쟁, 기아의 고통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었지만, 1평 남짓 공간에서 매일 8시간 일하는 톱니바퀴가 되었다. 자본주의는 우리를 놓아주지 않고 끊임없이 달리게 했다.



나는 늘 삶이란 것이 두려움으로 느껴졌고, 항상 의아했다. 도대체 뭐를 위해서 그렇게 살아가는 건지, 나는 꿈이 없는데 왜 다른 사람들은 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건지. 집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든, 돈을 많이 벌어서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것이든, 목표의 크기와 가치에 상관없이 그냥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나에게는 그런 것이 없기에 삶의 결여를 느꼈다. 어쩌면 나는 정체성이 없는 인간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타인이 나에게 기대한 가치에 나의 정체성을 많이 걸어왔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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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원시인이었다가 세일즈맨이었다가 로봇이 된 남자>의 원시인 편을 읽으며, 사실 모두가 거창한 꿈을 가질 수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인간 역시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그저 살아남기 위한 본능만을 가진 존재였을 텐데 우리 사회는 너무 발달해버려 인간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자아 성찰, 목표 달성, 더 높고 고귀한 가치에 대한 추구를 말하곤 하지만 그건 나의 일이 아니다. 나는 그저 먹고살기만 하면 충분히 행복한 사람인데 왜 나에게 내 꿈이 아닌 것을 억지로 찾으라고 해왔을까. 우리 삶에는 이유가 없다고 한다.


그저 태어났기에 생명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무척 편해졌다. 원래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모든 생명의 삶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뭐, 우리 집에 있는 고양이가 어떤 성취를 이뤄야 해서 태어났겠는가. 그저 세상에 태어났으니 놀고 먹고 행복하게 살다가 가는 거지.



때때로 이런 나를 원망한 적도 있다. 누구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는 곧 두려운 표정으로 질색한다. 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그들은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세워진 율법과 가치 위에서 살아가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깊이 파고드는 자는 외면당한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진실을 찾아내려 하는 자들은,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성질을 지녔다.



철학자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말하는 글도 흥미로웠고, 삶에 대한 생각과 관련 없는 직업마저도 깊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어떤 진로가이드는 아니지만, 만약 대학과 학과를 고민했을 때 이 책을 접했다면 그렇게 나의 선택을 한 순간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라면 어떤 장르라고 말해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약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과 비슷하다고 하면 이해가 조금 쉬울까? 베르나르의 책은 어떤 단어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라면, 이 책은 직업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니.


저자 김영현 씨 역시 소설가 토니 모리슨의 말을 빌려 "당신이 정말로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그런 책이 없다면, 당신이 직접 써야 한다."라고 말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모르던 미지의 세계에 대해 알게 되고, 궁금해지며, 다른 사람들의 삶이 더욱 궁금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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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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