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 영화 제목 변경의 폐해

제목을 제목대로 부르지 못하고...
글 입력 2019.07.1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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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 플레이어에 ‘러브’라고 검색하자 대충 세어도 50개가 넘는 목록이 나온다. 문제는 영화의 본 제목과는 다르게 ‘러브’를 붙이는 경우가 아주 흔하게 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이러한 현상 때문에 해외 영화를 보기 전 혹은 후에 꼭 원제를 검색하는 습관이 생겼다. 원래의 제목을 알고 보면 더 좋을 영화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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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앤 아트

원제: Words and Pictures



줄거리는 이러하다. 천재 작가이자 시인이었으나 지금은 알코올 중독으로 가족들에게도 외면당한 괴팍한 문학 선생님 ‘잭 마커스’ 와 유명한 화가지만 건강 문제로 그림을 이전처럼 자유롭게 그리기 어려운 ‘디나 델산토’가 잭과 같은 학교의 미술 선생님으로 부임한다.


이 둘은 첫 만남부터 서로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 사이임을 직감한다. 그러다 학생들까지 동참하게 되는 문학 vs. 미술 둘 중 어느 것이 더 위대한지를 두고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의 상처를 나누고 각자가 사랑하는 분야인 글과 그림을 통해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줄거리만 보면 미술 선생님과 문학 선생님의 사랑 이야기 같지만, 그보다 영화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문학과 미술, 서로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치며 존재해 왔기에 어느 것이 더 대단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음악을 포함한 모든 예술은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는 메시지이다. 영화가 풀어낸 이야기의 아주 일부분만 담아낸 제목 변경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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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인 프로방스

원제: Avis de Mistral (프랑스 남부 지방의) 북동풍의 조언/의견



직역하면 이해가 잘 안 되는 문장인 것은 맞다. 그러나 Mistral(이하 미스트랄)이 어떤 것인지를 알면 러브 인 프로방스가 너무나 단순하게 영화의 메시지를 축약했음을 알 수 있다.


미스트랄은 여름 프랑스 남부 지역에서 부는 거센 바람이자 올리브 나무 재배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에게 레옹으로 익숙한 장 르노가 맡은 폴은 프랑스 남부 지방의 도시인 아비뇽에서 올리브 농사를 하고 있다. 폴은 고집불통의 성격이라 17년 전, 하나뿐인 딸이 말다툼 끝에 집을 떠났고 끝내 아빠와의 연락을 끊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여름, 갑자기 손주들이 무려 셋씩이나 집에 찾아왔다. 그 녀석들도 이 상황이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라 폴과의 거리는 좁힐 수 없을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가족은 가족인 법.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가족애로 품게 된다.


영화에서 미스트랄을 이겨 내고 폴은 올리브 재배에서 큰 성과를 거두는데 즉, 우리 인생에서 미스트랄은 곧 여러 역경과 갈등이며 이를 이겨내야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굳이 러브와 프로방스를 강조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을 영화를 가벼운 내용처럼 보이게 만든 한국판 제목이 원망스러웠다. 독일판 제목처럼 차라리 “프로방스에서의 여름”이 더 알맞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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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원제: Ce qui nous lie (프) / Back to Burgundy(영)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와이너리와 와인이 전부인 아버지와 고향을 벗어나 살아온 자유로운 영혼 장(Jean)이 위독한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10년 만에 고향을 돌아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남매인 줄리엣, 마르셀과 함께 와이너리를 운영하며 잊고 살았던 가족의 사랑과 자신이 지겹게만 여긴 고향의 소중함을 깨닫고 인생에서 놓치고 살았던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프랑스어 제목을 해석하면 “우리를 연결하는 것”. 아버지의 유산인 와이너리와 와인을 통해 끊어진 가족의 연을 이어주는 내용을 아주 잘 녹여내고 있다. 영어 제목도 “다시 부르고뉴로” 썩 맘에 들지는 않지만 와인보다는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내용을 담았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제목은 부르고뉴와 와인, 인생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영화가 선택한 진중한 방식의 스토리텔링보다 어느 중년의 여행기를 연상케 한다.


*

   

제목뿐 아니라 예고편에서 영화가 그려내는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내용을 강조해 본의 아니게(?) 관객을 낚는 경우가 많다. 그 예로, 어른들조차 충격에 빠뜨린 판타지 스릴러 ‘판의 미로’, 귀여운 아동 성장 영화처럼 홍보했지만 정작 그 내용은 안타까운 현실을 아이의 눈으로 담아내어 더욱 마음이 아프고 비참했던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나 또한 영화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제목만큼은 최소한의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대로 지켜줄 수 있기를 바란다. ‘러브’와 같이 사람들의 관심을 반짝 이끌어낼 수 있는 키워드보다 영화의 중심이 되는 내용을 잘 살린 제목이 훨씬 더 많은 사람의 흥미를 유발하리라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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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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