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비극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도록 - 레라미 프로젝트

글 입력 2019.07.0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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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미국 와이오밍주에 위치한 도시, 레라미. 1998년 10월, 와이오밍 대학교에 다니던 21세 청년, 매튜 쉐퍼드는 2명의 20대 남성들에게 폭행당하고 강탈당하고 고문당했다. 울타리에 묶여 있던 그는 반나절이 지나서야 지나가던 행인에게 발견 되었고 병원으로 이송 되었지만, 5일 후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이 잔인한 사건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8명의 극단원들은 직접 취재를 떠나게 된다.


"아, 매튜. 그 게이새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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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0월, 미국에서 매튜 웨인 셰퍼드(21)가 폭행을 당한 후 레라미 시의 울타리에서 묶인 채 발견돼 숨졌다. 이 사건은 동성애 혐오자인 두 남성이 저지른 범죄로, ‘셰퍼드 혐오 범죄 금지법’을 탄생시켰다. 정확히는 ‘매튜 셰퍼드-제임스 버드 주니어 혐오범죄 금지법안’으로, 성 정체성과 장애인 혐오 범죄와 차별 금지 항목이 포함되어있다.


매튜 셰퍼드의 사망 후, 작가 모이세스 카우프만은 레라미의 마을 주민들과 200번이 넘는 인터뷰를 진행하며 사건을 파해쳤고, 이 인터뷰 과정을 재구성한 연극이 바로 “레라미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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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혐오 범죄들이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장애인 혐오, 성 소수자 혐오, 여성 혐오 등 우리 사회 속에 숨어 있는 여러 차별이 드러나면서 이를 변혁하려는 움직임도 많아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사회는 이런 방법들을 거쳐 변화해왔고, 지금도 그 과도기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움직임이 없으면 변화는 어렵다. 비극이 일어난 후에 변화한다는 사실은 슬프지만, 그 비극이 비극으로 끝나는 것은 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차별보다 심각한 문제는, 많은 사람이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는 점이다. 아무렇지 않게 소수자 비하 발언을 유희처럼 하고,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거리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혐오 범죄가 일어나고 나서야 저건 심했다며 자신은 그러지 않았다는 듯한 얼굴을 한다. 혐오 범죄가 분명한 비극이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인 것은 맞지만, 그 이면에 있는 차별과 괴롭힘의 싹을 뽑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은 없다.


나는 때때로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불편함을 많이 느낀다.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누가 불편했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든 대화들이다. 더군다나 성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마치 자신이 평가자이고 자신의 주관적 가치관이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해도 자신은 용서된다는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이 많아 답답하다. 나는 성 소수자 혐오는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다양하고 그 다양성을 상호 인정하며 살아가는 세상에서, 단지 그들이 ‘소수’이고 자신이 ‘다수’라는 이유로 그들의 정체성을 묵살한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애초에 타인을 평가하는 일이 옳은 일인가 싶다. 나는 지인들과 성 소수자 문제에 관해 토론을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도 맥이 빠진다. 도대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자신이 다수인 양 행동하지만, 모두 소수자가 될 수 있다. 드러나는 특성이 아니어서, 아직 화두에 오른 적 없는 문제라서 등의 이유로 각자가 지닌 소수성이 보이지 않는 것뿐이다. 고등학교 시절, 필리핀 국제학교에서 2년 정도 학교에 다녔고, 그곳은 기독교 학교였다. 비종교인이었던 나는 그 곳에서 완전한 소수자였다. 어른들은 나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학생들은 나를 비난했다. 그 작은 공동체에서 내가 가진 특성이 다수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는 계속해 차별을 당해야 했다.


종교인인 척을 하기도 했고, 실제로 신앙심을 가져보려고도 했고, 무시하려고도 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나는 그저 기독교 신자가 아니었고, 그건 내가 노력으로 고칠 수 있는 부분도 아니었다.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누구도 나를 신앙심이 없다는 이유로 배척하지 않았다. 그 부분에 관해 묻거나 얘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더 이상 ‘소수’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전, 캘리포니아주에서 미국 처음으로 흑인 헤어스타일 차별 금지법이 제정됐다. 나는 그들이 헤어스타일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알게 모르게 너무 많은 차별이 일어나고 있다. 여전히 한국은 '차별금지법'을 놓고 말들이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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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레라미 프로젝트’는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소수자 혐오를 더 가까이서 느낄 기회가 될 것 같다. 내가 아무리 공부를 하고 사회적 소수자를 이해하려 해도, 나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래서 더 문화 콘텐츠를 통해 이해하려고 시도한다. 연극은 내가 그들의 입장을 느껴보기에 좋은 콘텐츠라 생각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만큼 더 충격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





레라미 프로젝트
- The Laramie Project -


일자 : 2019.07.13 ~ 07.28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월 쉼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티켓가격
전석 35,000원

제작
극단 실한

기획
두산아트센터, 극단 실한

관람연령
14세 이상

공연시간
120분





극단 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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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실한'은 허실 없이 옹골차고 든든하다는 뜻을 가진 단어 '실하다'처럼 내실 있는 연극 작업을 위해 모인 젊은 극단입니다. 현대사회 속 소외되는 다양한 인간상에 주목하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될 수 있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듭니다. 그것을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유쾌하게, 또 때로는 따뜻하게 그려내고 싶습니다. 우리의 작업이 관객들 가슴에 '실한 연극'으로 기억되기를 기대합니다.


[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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