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팬덤, 아이돌문화의 원동력 [음악]

아이돌음악이라는 대중문화에 대해
글 입력 2019.07.0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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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중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아이돌 문화이다. 90년대부터 우리나라 음악시장에 등장하더니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음악시장 전체를 잠식하기 시작하였고, 2010년에 주요음악차트 전체가 아이돌 음악으로만 채워지며 아이돌 음악은 정점에 오르게 되었다.


물론 그 이후로는 ‘쇼미더머니’, ‘슈퍼스타K’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나는 가수다’, ‘복면가왕’과 같은 대전 형식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기존 가수들이 방송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트를 석권하기도 했고, 그 외에도 인디음악이나 힙합과 같은 대중음악, 혹은 드물게 Ed Sheeran, Anna Marie 등의 외국 가수들이 인기를 끌면서 아이돌의 차트 점유율은 이전보다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 음악방송과 음악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연예 기획사들이 육성해낸 어린 아이돌 가수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오히려 해외에서는 국내 특유의 아이돌 음악으로 대표되는 K-POP이 점점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무엇보다도 올해 방탄소년단이 빌보드차트를 석권하면서 한국의 아이돌 시스템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남자 아이돌 그룹이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른 것은 1960년대 비틀즈(The Beatles) 이후로 최초인데, 빌보드 차트가 전세계 음악 시장이나 대중음악의 지표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방탄소년단의 이러한 활약은 우리나라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과 우리나라 아이돌의 음악성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한편 차트라는 것은 대중의 관심을 수치화하여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객관적 자료인데,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팬덤 자체의 방대한 규모가 이들이 빌보드차트에 오르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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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트차트 석권의 주역, 방탄소년단

 


우리나라 아이돌 문화에 있어서 팬덤은 음악성 그 자체만큼이나 대중적인 성공을 이끄는데 중요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아미”라는 팬클럽의 응원을 받고 있으며, 다른 아이돌과 달리 해외 팬클럽의 규모가 국내 팬클럽 못지않게 크다. 팬들 사이에서는 ‘외랑둥이’(외국아미 + 사랑둥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이들의 해외 팬클럽이 빌보드 차트 석권에 결정적으로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내 아이돌들은 대부분 고유한 팬덤을 형성하고 팬클럽 단위로 활동하여 가수가 대중과 소통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가 돼주고 있으며, 갓세븐의 경우 “아가새”라는 팬덤으로 유명하고, 여자아이돌의 경우 트와이스의 “원스”, 여자친구의 “버디”가 유명하다.


팬덤에 있어서 흥미로운 점은, 음악이나 무대영상만을 향유하고 공유하며 음악가로서의 가수를 좋아하는, 일개 수용자의 입장만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는 측면에 있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가수 한명한명의 매력을 담은 영상(ex. ‘00 애교 모음’, ‘000 가창력 영상’ 등)을 편집하고 아이돌의 일상생활이나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V앱 등) 자료 등을 엮어 가수의 음악적, 인간적, 일상적인 매력에 대한 자료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역할 역시 한다. 이는 단순한 음악성 외에도 가수에게 캐릭터를 부여하기 위해 팬들이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음악이나 무대에서 관찰될 수 있는 예술성 외에도 가수 개인의 인간성을 한 예술가의 매력으로써 팬들이 제시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데, 결국 이들이 아이돌 음악을 통해서 얻고 싶은 것은 단순한 음악성이 아니라, 가수 한명이 품고 있는 개인의 내력과 스토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팬이 직접 제작한 "입덕" 영상



한편 팬덤 내에서 자체적으로 제작된 영상들 외에 연예기획사나 방송사들이 자발적으로 가수들의 일상생활을 노출시키려는 시도도 흔히 볼 수 있다. ‘음악중심’이나 ‘인기가요’와 같은 음악프로그램에서 무대 중간중간에 가수들의 백스테이지 영상을 보여준다거나, 방송사나 기획사의 유튜브 채널에서 공식적인 뮤직비디오 외에 안무 영상이나 ‘직캠’ 영상을 일반인이 연출할 수 없는 섬세한 카메라 워킹으로 담아내기도 한다. 다시 말해, 방송사나 소속사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가수와 팬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굉장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돌의 대중음악’에 있어서는 결국 가수와 팬 사이의 인간적인 유대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대중음악 관련자들 역시 인식하여 이러한 노력을 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방송사에서 직접 제작한 '직캠' 영상



131.jpg

유튜브 "여자친구 열대야" 검색 결과 목록

방송사 유튜브 채널 제공 영상(1번째)

팬이 편집한 자료(3,4번째)

소속사 유튜브 채널 제공 영상이

골고루 등장한다(5번째).

 
 

물론 문화예술을 분석함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예술성을 깊이 분석하지 않을 수는 없는데, 아이돌 문화에 있어서만큼은 그러한 대중적 노력이 부족한 편이다. 음악적인 깊이나 획일적인 리듬, 일차원적인 가사 내용에 대한 전통적인 음악계 종사자들의 비난은 차치하고서라도, 기본적으로 대중음악 생산자나 유통업계에서 신곡을 홍보할 때 음악성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멜론과 같은 사이트에서 게시한 곡이나 앨범에 대한 소개글만 봐도, “전과 다른 컨셉”이라든가 “한층 성장한 모습”이라고만 표현하지, 음악성이나 작품 컨셉에 대한 깊이있는 설명이 없다. 대중음악이라는 문화예술에 있어서 팬덤이라는 집단적인 문화는 있지만, 예술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이러한 부분에서 발생한다.



앨범소개


여자친구 The 7th Mini Album [FEVER SEASON]


여자친구, 신곡 ‘열대야’로 이룰 또 다른 성장

여자친구와 함께 할 뜨거운 ‘열대야’

2019 여자친구의 여름 ‘열정의 시즌’


2019 여름 여자친구가 ‘열정의 시즌’을 예고하며 7번째 미니앨범 ‘FEVER SEASON(피버 시즌)’으로 컴백한다.


‘피버 시즌’은 데뷔 앨범 ‘Season of Glass(시즌 오브 글래스)’에서 착안한 앨범명으로 한층 성장한 여자친구의 모습을 강조하며, ‘피버 시즌’이라는 타이틀명을 통해 무더운 여름 여자친구가 선보일 열정적인 퍼포먼스와 음악에 대한 의지를 중의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타이틀곡 ‘열대야’로 기존의 파워 퍼포먼스를 유지하되 이전보다 더욱 열정적이면서도 세련된 매력으로 앞으로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예정이다


새 미니앨범 ‘피버 시즌’에는 타이틀곡 ‘열대야(Fever)’를 시작으로 'Mr. Blue', '좋은 말 할 때(Smile)', '바라(Wish)', 'Paradise', '기대(Hope)', 'FLOWER (Korean Ver)', '열대야(Fever) Inst' 등 총 8트랙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열대야(Fever)'는 데뷔 앨범 '시즌 오브 글래스(Season of Glass)'부터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던 작곡가 이기가 속한 프로듀싱팀 오레오가 작업한 곡으로, 밤이 되어도 식지 않는 열기와 뜨거움을 표현한 노래다.


‘널 향한 설렘을 오늘부터 우리는’, ‘열렬한 사랑 고백 해볼까’ 등 수줍으면서도 사랑의 설렘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던 소녀가 어느새 ‘열대야 같은 사랑을 하고 있어’ 라며 한 뼘 더 깊어진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며, 이를 통해 여자친구 노래 속 화자가 자연스럽게 성장한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걸그룹 '여자친구'의 새 미니앨범 설명 中


("이전보다 세련된 매력", "자연스럽게 성장한 모습" 등 구체화되지 않고 진부한 표현들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문화라는 것은, 불특정 다수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아이돌 음악이 깊은 사고와 통찰의 과정이 없다든가 자극적인 음악만을 무분별하게 찍어낸다는 비판을 받지만, 결국 이 역시 우리 사회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예술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음악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고 감동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K-POP이라는 장르로서 세계적인 위상을 인정받고 있는 우리의 아이돌 문화는 대중에게 하나의 서사로서 다가가고 그들의 문화예술적인 갈망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우리 아이돌 음악이 성공한 사례는 물론 우리나라만의 특유한 현상은 아니며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대중음악적 경향의 일부이다. 대중과의 소통이나 아티스트 고유의 스토리가 전세계의 대중문화에 드러나는 특징인 것인데, 현대사회의 문화예술에 있어서 단순한 작품성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과 시선 역시 문화예술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아이돌 문화를 통해 전통적인 문화예술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소통”이라는, 문화예술의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길 바라며, 한편으로 지나친 미디어의 개입으로 인해 팬들과 아티스트 모두 상처를 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러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술산업계의 윤리성에 대한 논의 역시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한승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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