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솔직해지는 게 어려웠던 시간들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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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마지막'은 '처음'보다 아름답다는 이야기가 있다.
마지막을 더욱 멋지고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은 인간의 당연한 욕구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로서 기고하는 마지막 '[오피니언]'을 쓰는 지금, 그 당연한 욕구 때문인지 길고 긴 사색의 시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아트인사이트의 일원이 된 첫 순간, 스스로와 약속한 것이 있다.
마지막이 가장 화려하지 않도록, 되도록이면 마지막 순간이 가장 소박하도록,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만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글을 쓰기를 바라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마지막 글이라는 이유로 화려하게 꾸며진 감정을 쓰기보다는, 그저 지금의 감정만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싶다.
4개월이라는 짧지만 길었던 여정을 끝내고, 마침내 집 앞 역에 도착한 기분이다.
삐빅-
여행을 마치고 집 앞 역에 도착해 교통카드를 찍는 그 순간처럼 얼른 집으로 달려가 쉬고 싶은 기분. 어느새 짐덩이가 된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침대로 뛰어들어가 눕고 싶은 기분. 샤워 한 번으로 온몸을 감싸는 찌뿌둥함을 털어내고 싶은 기분.
솔직하게 말하면, 저 중 어떠한 기분도 나에겐 없다.
'삐빅-'소리를 못 들은 척하고 싶을 만큼 이 여정이 끝났다는 사실이 아쉽다. 집으로 바로 뛰어 들어가지 못하고 근처를 배회하고 서성일만큼 큼지막한 여운이 남는다. 무거운 배낭이 여정을 통해 얻은 것들로 가득 찼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다.
진심으로 이 여정의 끝이 아쉽다. 지금 아트인사이트에서의 마지막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진심으로, 너무나 아쉽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긴장을 머금고 한 문장 한 문장 써 내려가는 것을 망설이던 첫 시작과는 다르게, 갈수록 나태해져 결국 약속한 글 기고 날을 지키지 못할 만큼 변해버린 나에게 실망할 나날들이 더 이상 없을 테니 말이다. 나태해져 가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이 두려워, 아쉬운 감정을 뒤로 한 채 마지막 글을 쓰고 있다.
변한 것들에만 집중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항상 내 곁을 지켜주던 것들에 눈길을 건네던 시간들.
이 여정 끝에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변해가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게 두려울 만큼, 아직까지 나는 변한 것에 집중하는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나 보다.
*
이게 나의 솔직한 감정들이다. 남들은 몰랐을 내 모습을 이렇게 글로 쓰는 게 많이 부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글을 마치는 지금, 나의 마지막 글이 나의 처음 글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갔던 첫 글에는 내가 없었다. 남들의 문체를 따라 하려 애썼고, 읽기에 예쁜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아주 작은 부분만 솔직하고자 했다. 솔직해지기가 어려웠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글을 쓰며, 감정에 좀 더 솔직해졌다. 글을 쓰는 순간에도, 다른 사람을 대하는 순간에도, 그리고 나 스스로를 마주하는 순간에도 말이다.
나태했지만 솔직했고, 멋은 없지만 꾸밈도 없던 4개월이었다. 솔직해서 좋았고, 점점 '나'를 드러낼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문화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에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평범했던 학생의 일상을 '문화롭게' 만들어주었다.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나와 우리가 더 문화로워지기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바라본다.
[김민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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