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먹먹하고 찬란한 베르나르 뷔페전

글 입력 2019.06.28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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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것이 무너지는 전쟁을 겪지 못했기에 전쟁이라는 말이 낯설다. 피폐해진 삶이란 어떤 것일지 TV나 영화,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밖에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온전히 와 닿지 못하다.


이번 전시에서도 비록 간접적으로 전쟁 직후의 상황을 직면했지만 그 느낌은 조금 달랐다. 잿빛이, 피골이 상접한 듯 날카롭고 빼빼마른 사람들의 형상과 무표정에서 감정만은 생생하게 전이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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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nard Buffet, Autoportrait au chevalet, 1948, Huile sur toile, 200x94 /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전시 초반에는 전쟁 같은 거친 상황에서도 그림 그리기를 포기하지 않는 베르나르 뷔페의 모습에서 창조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전시의 마지막에서는 창조에 대한 열망을 넘어서 삶을 포기 하지 않기 위해서 베르나르 뷔페는 그토록 열심히 그림을 그렸구나 생각했다. 그에게 그리는 행위란 창조행위가 아니라 삶을 살기 위한 이유였다. 스스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영감을 믿지 않는다. 단지 그릴 뿐이다.


얼마나 열심히 그리며 살았을지 그의 삶이 내 머릿속에도 그려졌다. 그에게 그림을 더 이상 그리지 못하는 그에게 삶을 영위할 이유가 없었다. 아마 본능적으로 자신이 보고 느낀 모든 것을 회화로 표현하게끔 프로그램 되어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삶, 그 자체가 작품이 되는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을 통해서 피폐한 현실을 담담하게 들여다보았고, 자신이 다닌 길의 자취들도 그림으로 남겼다. 그 자신에게서 들어다본 이중성을 광대로 표현하여 모든 사람들의 겉과 다름을 꿰뚫어 보았으며,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얼굴을 그려 넣기도 했다.


그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읽은 문학작품들도 그의 손을 거쳐서 작품으로 재탄생하였다. 거친 세로줄로 그려진 얼굴 표정은 시니컬하기도 우울하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그마저도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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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mort 10, 1999, Huile sur toile, 195x114 /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그런 그에게 파킨슨병에 걸려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될 거라는 절망감은 전쟁의 공포와 불안을 넘어서는 것이었겠지 이해되었다.

그는 죽음 시리즈를 그리며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얼마나 불안했을까. 언제 갑자기 몸이 아예 움직여지지 않을까 걱정으로 매일 밤잠을 지새웠을까? 그러나 그는 해골의 가슴에 붉은 심장을 그려 넣었다. 이 전 그림에서의 붉은색은 불쾌한 핏빛을 연상시켰다면 해골 가슴의 붉은색은 생동감 넘치는 색이었다.

그는 비록 죽음을 선택했을지라도 죽음 뒤의 새로운 희망을 남겨두었다. 아내인 아나벨은 뷔페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편안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마 그는 자신의 죽음 뒤에도 이렇게 작품을 보고 있는 우리들에게 희망을 전달해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전시 내내 먹먹함과 허전함이 맴돌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거침없는 그의 붓 터치와 솔직한 시선에 감탄하며 전시장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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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뷔페 展
- 나는 광대다 : 천재의 캔버스 -


일자 : 2019.06.08 ~ 2019.09.15

시간
11:00 ~20:00
(19:00 입장마감)

*
매월 마지막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
조선일보사
Fonds de Dotation Bernard Buffet
㈜한솔비비케이

후원
주한프랑스문화대사관
주한프랑스문화원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최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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