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행지에서 받은 자잘한 환대의 추억들 [여행]

글 입력 2019.06.2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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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로 떠나면서 친구가 선물해준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라는 책을 읽었다. 기대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지난 나의 여행이야기들을 떠올리는 시간이 되었다. 그 중에 여행지에서의 환대와 신뢰에 대한 이야기를 읽자 여러 나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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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가 보내는 신뢰는 환대와 쌍을 이루고 있다. 신뢰를 보내는 여행자에게 인류는 환대로 응답하는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 144p



나 역시 낯선 여행지에서 이름도 모르고 이제는 얼굴도 흐릿한 길 위의 사람들에게서 많은 환대와 도움을 받았었다. 21살 첫 해외여행지는 일본이었다. 저녁 작은 초밥 가게에서 초밥을 시키는데 옆 자리의 중년 부부에게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초밥과 사케를 한잔씩 얻어먹었다.


23살 처음으로 국제선 장거리 비행기 환승을 해야 하는 날 서울에서 눈이 많이 내려 2시간이 넘게 지연이 되었다. 혼자 초조한마음으로 홍콩 공항에 도착해 급하게 환승게이트에 들러서 다음 비행기를 타려고 수속하는데 당시에 편도 티켓 밖에 없던 나에게 홍콩 직원들은 비행기에 탈 수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영어는 통하지 않고 쩔쩔매던 내게 어느 한국 아저씨가 대신 통역을 도와주셨는데 너무 급해서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남기지도 못하고 냅다 뛰었던 기억도 스친다.


한 번은 서울에서 온 엄마와 동생을 데리고 파리로 놀러갔다. 저렴한 숙소를 구하느라고 시내 외곽에 숙소를 얻었는데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날은 어두워지고 피곤하고 걱정이 된 나는 지나가는 시민에게 급하게 길을 물었고 그 분은 초등학생 정도의 딸과 함께 어디를 가던 중이신거 같았다. 내가 급해보였는지 영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면서 따라오라는 제스처를 했다.


그 땐 모바일 데이터도 없고 지도는 어두워서 못 보겠고 정말 믿음으로 한참을 따라 갔던 것 같다. 지금 지나고 보니 그 분도 길을 잘 모르면서 안내를 했던 건데 우리는 대화가 통하지 않아서 침묵으로 파리 외곽거리를 거의 1시간을 헤맸다. 처음의 10분, 30분, 40분이 지나자 불안해지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다행이 호텔에 도착했다.


엄마는 지금도 그 때의 일을 이야기하면서 그 사람들이랑 사진이라도 찍었어야했다면서 고마워한다. 게다가 흑인에 대한 선입견도 없어졌다면서 당시에는 침대로 바로 골아 떨어져버릴 정도로 힘들었던 그 경험은 두고두고 남는 추억이자 따스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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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나 카페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묻지 않아도 여행지를 먼저 추천받기도 하고 미술관 의자에 잠시 앉아있으면 사탕을 주시며 가신 할머니도 계신다. 이 밖에도 생각해보니 밥 얻어먹은 일, 길 안내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었다.


물론 여행지에서 느끼는 불쾌한 일들도 많기는 하다. 바가지를 당하거나 뜨내기 관광객에게 보내는 불친절함은 이제 익숙하다.



이른바 ‘예의바른 무관심’정도가 현지인과 여행자 사이에는 적당하다.


- p164



이 말이 정말이지 공감이 되었다. 지나고 보면 항상 기억에 더 남는 것은 여행지보다도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원래의 계획에서 벗어난 불쾌하거나 당황스러운 경험이나 예기치 못한 만남에서 오는 감사함 등. 그들은 나를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관광객A정도로 기억되어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나도 언제나 기꺼이 관광객아무개에게 호의를 보낼 준비가 되어있다. 이런 사소한 에피소드들이 여행을 하는 잔재미이구나 싶다.

 

 

[최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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