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귀로 듣고 마음으로 반한 연극, 춘향전쟁

글 입력 2019.06.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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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연극의 리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어떤 말부터 해야 할까? 너무 고민스러웠다. 내가 본 연극 중 최고였기 때문에.

 

난 프리뷰를 완전히 잘못 썼다. 그리고 잘못 알고 갔다. 너무 ‘뉴트로’에 초점을 맞추고 연극을 보러 간 것 같다. old 한 것에 new를 더한 뉴트로 연극이 맞긴 하다. 실제로 춘향의 이야기를 가지고 흥행 경쟁을 했던 예전 시대인 ‘old’에 국악과 폴리 아티스트로 연극을 진행했다는 ‘new’가 더해지긴 했으니까. 하지만 간과한 게 있었다. 어쨌든 이건 ‘연극’이라는 전제 말이다. 연극이기에 스토리가 당연히 녹아 있다. 이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new’였을 뿐이다. 그리고 이 스토리의 모티브가 ‘old’ 한 것이었을 뿐이고.

 

연극은 시작하자마자 폴리 아티스트들이 하는 작업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드라마나 영화를 찍을 때, 녹음 감독이 있고 녹음 과정을 거치긴 하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사운드를 만드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들이 바로 사운드(음향) 감독이자, 폴리 아티스트이다. 난 평소에 영화나 드라마에 관심이 많았기에 당연히 폴리 아티스트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그렇게까지 신기하진 않았다. 같이 연극을 보러 갔던 친구는, 저렇게 소리를 만드는 줄 몰랐다며 신기해했지만.

 

드라마 <또 오해영>이 생각났다. 이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바로 폴리 아티스트이다. (드라마 소개엔 음향 감독) 이 드라마에선 햇살이 들어오는 소리를 어떻게 내는지, 액션신에서 때리고 맞는 소리는 또 어떻게 내는지 등등 효과음에 대한 신기한 것들을 많이 보여 줬다. 그래서 연극에 나온 사물들이 신기하다기보단 반가웠다. ‘어! 드라마에서 봤던 거다!’ 하면서.



또 오해영.jpg



본격적으로 연극 얘기를 해보자면, 춘향전쟁은 생효과맨, 일명 ‘폴리 아티스트’를 직업으로 가진 남자가 영화 성춘향의 녹음 필름을 가지고 사라진 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가 작업물을 가지고 잠적한 이유는 단 하나. 더 진심이 담긴, 더 진솔한 소리가 있는 효과음을 입히고 싶어서였다.


한때 자신의 밑에서 일하던 막내면서 자신이 무시했던 제자였던 이가 같이 경쟁하게 된 춘향전의 사운드 감독(폴리 아티스트)을 맡은 것이다! 그는 춘향전에 나오는 효과음을 듣고 반성과 자책을 하게 됐다. 자신이 무시했던 사람이 만든 효과음에서 진심을 느꼈기에. 그래서 그는 이런 말을 한다.


신 감독한테, 관객들한테,

그리고 제자 놈한테.

무엇보다도 내 자신한테 증명하고 싶었어.

 


정동극장_창작ing_춘향전쟁_공연사진 (2).jpg
 

 

이 연극은 어떻게 보면 한 사람에 대한 인생을 보여주는 드라마 장르로도 볼 수 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신 감독은 스타 감독이 되어 자신의 예전 열정은 사라지고 흥행에만 연연하는 그렇고 그런 감독이 됐다. 그러다 폴리 아티스트인 선배와 함께 효과음 작업을 하다가 잊고 있었던 영화에 대한 열정과 설렘을 찾게 된다. 안내 팸플릿엔 판소리꾼이자 신 감독인 배우가 주인공이라 나와 있지만, 내가 본 이 연극의 진짜 주인공은 생효과맨 역의 배우였다.

 

스토리 상으론 신 감독이 스타가 되기 전 했던 말이지만, 극 중에선 생효과맨 역의 배우가 이런 말을 한다. 신 감독과 술을 마시면서, 빈 잔에 술 따르는 척만 한다. 그러고선 “여기(귀)로 마셔서 여기(마음)로 취하는 거야”라고 말한다. 이 말이 너무 멋있으면서도 이 연극을 한마디로 말하는 대사라고 생각했다.


그저 폴리 아티스트란 직업을 가진 사람이 소리 녹음 하나하나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진짜 연극에 나오는 대부분의 소리도 무대 뒤에 있던 국악 그룹 <그림>이란 분들이 하셨으니까. 나를 포함한 관객 모두가 이 연극 자체를 귀로 보고 마음으로 즐기고 있었으니까!

 

아, 국악 얘기가 나온 김에 조금 하자면-. 국악, 특히 가야금 소리로 긴장감 조성과 스릴감을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극 중에도 나오지만, 신 감독처럼 나도 국악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국악에 대한 편견이 상대적으로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사운드 연출까지 가능할 줄이야. 내 멋대로 한 악기를, 그리고 한 장르의 한계점을 찍어버렸던 것 같다.

 


정동극장_창작ing_춘향전쟁_공연사진 (3).jpg
 

 

아무튼, 참 좋은 연극을 봤다. 영화에 사운드가 얼마나 중요한지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속상했는데 적어도 이 연극을 본 사람들만큼은 효과음이 차지하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거라 생각하니 흡족하다. 생효과맨 역을 맡은 배우가 한 말이 있다.


효과음은 관객들을

장면 속으로 끌어들이는 거야.

마치 내가 성춘향과 이몽룡이 된 것처럼 말이야.


맞다. 효과음은 이런 거다. 관객을 영화 속으로 몰입하게 해 주는 것. 감정 이입과 공감을 하게 해 주는 것. 집중하게 해 주는 것. 그깟 효과음이 아니라 정말 중요하고도 든든한 사운드.



포스터.jpg
 
 



[홍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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