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가부장제에 맞서 이야기하다 - 연극 '마음의 범죄'

연극 '마음의 범죄' 프리뷰
글 입력 2019.06.2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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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제2회 페미니즘 연극제.jpg
 

미투운동과 함께 여성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오던 2018년에 처음 개최된 페미니즘 연극제가 올해 2회째를 맞았다. 제 2회 페미니즘 연극제의 주제는 '연대'다. 1회때 부조리한 세상에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면 올해는 그 질문들을 안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고자 한다.


연극제는 6월 20일부터 7월 21일까지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과 4개의 부대프로그램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작년 1회때는 개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터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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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작품 중 이번에 소개할 <마음의 범죄>는 6월 27일부터 6월 30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마음의 범죄>는 1981년 퓰리쳐 상을 수상한 베스 헨리의 작품을 번안한 작품으로, 번안 과정에서 작품 배경이 1974년 미국 남부에서 2019년 제주로 바뀌었고 세 자매의 이름은 순진, 가진, 아진으로 바뀌었다.


<시놉시스>

제주시 노형동의 오래되고 큰 양옥집. 세 자매 중 첫째인 순진은 할아버지 병간호를 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둘째 가진은 가수가 되려고 서울로 떠나 연락이 두절되었고, 막내 아진은 유망한 시의원과 결혼해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막내 동생 아진이 남편을 총으로 쐈다는 소식이 들린다.이 소식을 듣고 가진이 집으로 돌아오고, 아진은 구치소에서 보석으로 풀려난다. 오랜만에 모인 세 자매는 아빠의 가출, 엄마의 자살, 할아버지에 대한 애증, 불행한 결혼 생활 등 잊고 싶었던 과거와 대면하게 된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순진의 생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아진의 사건. 이 혼란 속에 늦게라도 순진의 생일 파티를 계획하지만 모든 상황은 꼬여만 간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생일파티를 할 수 있을까?


처음 작품 배경만 보고 1974년 미국과 2019년의 대한민국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나 궁금했다. 그러다 가부장제의 폐해 속에서 결핍된 세 자매의 이야기라는 설명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부장제를 단순히 가정 내 아버지에 의한 지배 질서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 가부장제를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고 소유물로 취급하는, 남성에 의한 여성지배를 정당화하는 사회 이데올로기로 본다면 결은 다를지라도 국가와 세대를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와 같이 여러 역사적, 사회적 요인으로 가부장제가 다른 나라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더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경우, 원작보다 더 깊고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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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부장제'는 좁은 의미인 경우가 많아서 우리 할머니 세대의 일이라고만 여겨질 때가 많다. 어떤 남편을 만나는지가 여자의 인생을 결정한다는 말에 모두가 고민 없이 동의하던 시절이다.

밥상머리에서 집안의 '가장'인 남자가 호통을 치면 모든 식구가 벌벌 떠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이 때에 비하면 이혼도 쉽게 하고 부부가 맞벌이를 하며 비교적 평등한 관계를 이어나가는 요즘은 가부장제와 멀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늘날의 가부장제는 좀 더 교묘하고 뿌리깊게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아들이 아닌 며느리가 시어머니 병간호를 도맡아 하는 모습과 가정폭력에 시다릴던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은 과연 완전히 서로 상관 없는 일일까? 할아버지를 간호하는 손녀, 집을 나가버린 딸, 잘나가는 시의원인 남편을 총으로 쏜 아내, 자살한 엄마.

<마음의 범죄>의 시놉시스에 등장하는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 역시 저마다 다르지만 거기서 우리는 가부장제를 읽어낼 수 있다. '가부장제'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가부장제 하에서 여성은 개인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딸, 어머니, 아내로 여겨진다. 이런 사회에서 여자가 어머니, 아내가 되는 것은 남성이 아버지, 남편이 되는 것과 결코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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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페미니즘 모임에서 한 분이 모든 성차별의 근저에 가부장제가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에 공감하는 요즘, 우리를 지배하는 사회 이데올로기가 너무나 거대해서 그 앞에 선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득해질 때가 있다.

<마음의 범죄>는 그 단서를 이번 페미니즘 연극제의 주제이기도 한 '연대'에서 찾는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자매라고 해도 이렇게 제각각 살아가는데,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많은 우리가 손을 잡기에 많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연대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이 어려운 연대를 가능하게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연극에서 서로 다른 자매들이 대화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통해 그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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