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연대의 페스티벌 - 제2회 페미니즘 연극제 "마음의 범죄"

"자기 삶에 관해 얘기하는 거, 그건 아주 중요한 인간의 욕구야."
글 입력 2019.06.23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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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제2회 페미니즘 연극제.jpg
 
 

두 번째 페미니즘 연극제가 열렸다. 달라진 것은, ‘연대’를 주제로 가져왔다는 것. 6월 20일부터 시작되어 7월 21일까지 개최된다.

 

몇 년째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페미니즘’에 관해 작년 2018의 연극제가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응원하는 시간이었다면, 이제 남은 것은 ‘선을 긋는 일’이다. 누구를 배제하는 게 아니라, 꼭짓점을 잇고 이어 동그란 원을 만들 듯, 손을 잡고 서로 힘을 보태고 나누어 주는 연대의 선을 긋는 것이다.


이번 연극제의 드라마터그 ‘장지영’ 분의 이야기가 유의미하여 그 중 몇 줄을 소개한다.


*


삶의 조건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유동적이다. 우리가 서 있는 자리는 단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무엇보다도 깨지기 쉽다. 발 딛고 서있는 바닥이 꺼지는 경험은 모두에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라도 발생할 수 있다. 누군가를 포함하고 누군가를 배제하는 선긋기를 끊임없이 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라면, 어떤 순간 선 밖으로 밀려나는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 일은 미리 예상할 수가 없다. 사회의 지배적 서클에 포함되어 있을 때 그 밖에 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상상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밖에’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면, 그 ‘밖에’ 있는 것이 내가 아니라는 장담은 불가능하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는 일이다. 포함과 배제의 선이 아닌, 하나의 구호 아래 정렬하는 일직선이 아닌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사람에게로 선을 긋는 일. 연대는 그런 선긋기를 해 보는 일이다. (중략)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밖으로, 더 이상 안도 밖도 없도록 연결하는 일. 배척하는 선긋기가 아닌 연결하는 선긋기를 상상해보는 일이 연대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같은 상황 같은 고민을 갖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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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교과서의 폭력성에 관해 고민한다. 김소월의 말투를 ‘여성 어조’라고 일컫고, 이육사의 말투를 ‘남성 어조’라고 일컫는 것. 학생들도 이해하지 못하고, 선생님들도 불편함을 느끼는 기준에 대해 교육하고 공부해야만 하는 이유는 그것이 권위 있는 ‘교과서’에 실려있기 때문이다.


권위 있지만 불편한 것이 교과서뿐인가, 여성들의 주변엔 불편하고 거기에다가 너무 다수가 공유하고 있는 생각과 문화이기에 권위 있어진 것들이 넘쳐난다. 요 몇 년 사이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언어로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 이후 여성들은 원래 있던 것들을 더 명확히 보고 더욱 분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할 동지다.




마음의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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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구니까.

자기 삶에 관해 얘기 하는 거,

그건 아주 중요한 인간의 욕구야.



1981년 퓰리처 상 수상작인 베스 헨리의 <마음의 범죄> 속의 세 자매가 1974년 미국 남부에서, 2019년 대한민국 제주도로 옮겨온다. 가부장의 폐해 속에서 결핍된 그들이 모이게 된 이유는 바로, ‘막내 동생이 남편에게 총을 쏜 것.’ 그것도 바로 첫 째 순진의 생일날에.


그렇게 그들이 마주하게 되는 것은, 당장의 고통이나 사건이 아니다. 지금까지 그들이 피해오던 아빠의 가출, 엄마의 자살, 할아버지에 대한 애증, 불행한 결혼생활 등의 과거들이다. 억압하고 치워두던 묵은 감정들을 대면하고, 나아가며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혹은 이해를, 치유를 구한다. 이들의 모습이 보여줄 이야기는, 아마 마 세번째 페미니즘 연극제의 방향이, 혹은 앞으로의 페미니즘의 방향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답은 ‘연대’에 닿아있을 것이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을 때 내가 점이 아니라 선위에 있다는 것을 안다면 함께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으니까. 선을 따라서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든 나아갈 수 있으니까.


- 장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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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범죄
- 연대를 상상하라! 제2회 페미니즘 연극제 -


일자 : 2019.06.27 ~ 06.30

시간
목, 금 20시
토 15시, 20시
일 15시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페미씨어터

주관
플레이포라이프

제작
프로덕션IDA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00분




 

[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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