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덤보>, 팀 버튼의 우울

글 입력 2019.06.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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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랜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세상에 상상력이 남아있는 한 그것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는 월트 디즈니의 말은 예언이 아니라 예측이었을지도 모른다. 디즈니의 목표는 전세계를 디즈니랜드로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디즈니는 마블과 픽사를 인수하면서 경쟁자를 흡수해버렸고 그 후 디즈니는 영화를 제작하는데 있어 더 이상 자본의 제약을 받지 않는 기업으로 발전했다. 마블 유니버스를 비롯해 스타워즈 세계관까지 흡수해버린 디즈니는 이제 더 이상 적수가 없을 정도다.


그들은 규모를 키워나가며 기존 자신들이 만든 작품들을 현재 감각에 맞도록 파괴하고 재창조하는 작업(스타워즈 시리즈를 리부트 한다든가, 옛날 디즈니영화들을 라이브액션이라는 이름으로 재창조한다든가 하는 작업들이 그러하다.)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소수자들의 존재를 납작하게 한 서사를 풍성하게 만들고, 그것들을 일종의 정치적 우화로 읽히게끔 만들어놓았다. 이 작업의 호불호 여부를 떠나 한 제작사의 시장독점은 문제점이 있다. 그런 맹점을 지녔기에 디즈니는 그들의 작품에서 돈을 소재로 삼는 상황을 피해왔다. <덤보(2019)>는 이런 기류를 정면으로 거슬러 그들의 맹점을 내부에서 영화로 만들어냈다.


<덤보>는 그간 디즈니가 만들어온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는 작업인 라이브액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팀 버튼 감독이 진두지휘해 만든 영화다. 에바 그린, 콜린 파렐, 마이클 키튼 등 출연진들과 옛날 서커스쇼를 복원한 화려한 영상미로 눈길을 끄는 영화지만 그 내부는 디즈니를 겨냥한 지독한 농담들이 가득하다. 제작소식을 접한 뒤 팀 버튼 감독과 디즈니의 색채가 어울릴 수 있을지 계속 의심해왔다. 팀 버튼의 영화가 공유하는 우울한 정서들은 디즈니가 중요시하는 가치인 연대와는 조금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팀 버튼은 주인공들로 어딘가 결핍, 장애를 극복하기보다 그 장애를 인정하고 세계를 견뎌나가는 것을 보여주는데 비해 디즈니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에게 어떤 위험이 닥쳐도 그것을 극복해내기 때문이다. <덤보>는 그 중간에서 나온 혼종이다. <덤보>의 덤보는 서커스단에서 태어난 코끼리로 귀가 크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미움 받으며 자란다. 그의 이름인 덤보도 그가 공연을 하던 중 사람들에게 멸칭으로 얻은 별명이다. 그는 태어난 순간 그 자신이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어머니와 헤어지게 된다. 그는 외로워하던 중 전쟁 중 팔이 잃은 홀트 패리어(콜린 파렐)의 두 자녀들로 인해 깃털만 있으면 자신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극복해 슈퍼스타로 떠오른다.


그러나 이를 노리는 자본가인 반데비어(마이클 키튼)가 나타나 덤보를 맥스 매디치(대니 드비토)에게서 구매한다. 반데비어는 범보를 자신만의 꿈의 서커스단인 드림랜드로 데려가고 그는 (반데비어의 애인이자) 자신의 파트너인 콜레트 마샹(에바 그린)과 슈퍼스타로 부상한다. 덤보는 그 생활에 만족했으나 그는 그 동물원에 자신의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반데비어는 덤보가 공연할 동안 덤보의 어머니를 다른 곳에 구경거리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덤보는 홀트 패리어와 그의 자녀들, 콜레트 마샹과 함께 자신의 어머니를 구출해 그곳을 탈출한다.


덤보는 그제야 깃털 없이도 날 수 있게 된다. 그들은 반데비어가 광기에 휩싸여 불태워버린 드림랜드를 보고, 덤보를 고향에 돌려보낸다. 매디치는 그 이후 덤보 없이 서커스단을 이끌어나간다. 이 영화는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힘이 없지만 외롭고 결핍을 가진 주인공이 그 세계 밖을 꿈꾸는 우울한 정서가 돋보인다. 팀 버튼이 그간 만들어온 스타일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말을 디즈니 스타일로 만들면서 팀 버튼의 색채가 옅어져버린다. 그럼에도 <덤보>가 값진 실패인 이유는 디즈니의 내부에서 디즈니를 비판하려는 팀 버튼의 진심어린 우울이 보였기 때문이다.


영화 속 빌런으로 나오는 반데비어는 악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덤보를 팔아넘긴 맥스 매디치가 더 속물근성으로 가득 찬 인간이다. 반데비어는 어린이들의 꿈을 팔아먹으려는 사람으로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그저 탁월한 비즈니스 사업가이자 기획자로의 삶에 충실한 사람이다. 맥스 매디치의 직원들을 해고하려는 악행들은 그의 사악한 면모를 보여주기에는 다른 악당들에 비해 지극히 평범한 행위다. 팀 버튼은 반데비어는 악당이 아니며 반데비어가 모방한 현실의 그 어딘가가 악당처럼 보이게끔 만드는 전략을 취한다.


구시대의 서커스와 반데비어가 운영하는 드림랜드를 대비시키며 드림랜드를 사람냄새가 덜 나는 오락시스템으로 묘사하는 장면들은 진부하다. 그 원론적인 비판은 실은 하나마나한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팀 버튼은 이 진부한 비판이 우리가 디즈니에 던질 수 있는 유일한 비판이라는 것을 아는 듯 보인다. 그는 자신이 읽고 자라온 구시대의 동화를 디즈니-마블가 대체하는 시대의 흐름을 시대의 변화라는 것 외에는 어떤 논리로도 비판할 수 없다.


그는 자본이 아니라면 아이들의 동심이 움직이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그 한계점을 반데비어가 드림랜드를 불태우는 서사로 극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스스로 안다다. 그가 왜 굳이 디즈니 내부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했는가, 우리는 그 진심을 조금은 이해해 보려해야 한다. 한때 자신들의 꿈이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찰리의 초콜릿 공장>이 읽히지 않는 세계를 살아가는 옛세대들이란 얼마나 고독할까. 라고.



[김경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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