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첫 번째로 외쳤고 두 번째는 모인다. - 페미니즘 연극제 속 "마음의 범죄" [공연]

글 입력 2019.06.2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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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제2회 페미니즘 연극제.jpg


문화예술계에서 미투가 터져나온지 몇 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목소리가 끊임없이 멈추지 않고 메아리쳤다. 법적 범죄로서의 성폭행 외에도 드러내지 못했던 차별, 당연하게 넘겼던 타자화, 그로써 소외되었던 자기자신에 대해서 다양한 사람들이 말해주었다.

“여자가 여자답지 못하다”라는 말이 꼰대 같았어도 차마 말하지 못했던 지난날과 달리 대한민국은 정말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원하는 이상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때로는 답답하고 느릿느릿 하지만 그래도 분명 변하고 있다.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여성상, 새로운 서사, 새로운 콘텐츠, 그리고 새로운 극이 있다. 페미니즘 연극제는 2018년에 이어 올해도 ‘연대’를 주제로 하여 대학로 일대에서 진행된다. 이곳에서 우리는 ‘여성’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여성들이 직접 고민하여 그려낸 캐릭터와 이야기로 즐길 수도, 비판할 수도, 곰곰이 생각해볼 수도 있다.



프로덕션IDA <마음의 범죄>를 기다리며 글을 쓰다

포스터.jpg
 

6/27(목) - 6/30(일)
평일 8시 / 토 3시, 8시 / 일 3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작_베스 헨리
각색, 번안_진주 / 연출_황세원
출연_이도연, 곽정화, 이승현, 백지선, 양어진
조명_도상민 / 분장_임영희
무대감독_이범석 / 조연출_배현아


“인간의 욕구니까. 자기 삶에 관해 얘기 하는 거, 그건 아주 중요한 인간의 욕구야.”

<마음의 범죄>는 1981년 퓰리처 상 수상작인 베스 헨리가 1970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만든 극이다. 프로덕션IDA는 그 무대를 오늘날의 대한민국으로 옮겨왔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내 사랑스러운 막내 동생이 남편에게 총을 쐈다!

제주시 노형동의 오래되고 큰 양옥집. 세 자매 중 첫째인 순진은 할아버지 병간호를 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둘째 가진은 가수가 되려고 서울로 떠나 연락이 두절되었고, 막내 아진은 유망한 시의원과 결혼해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막내 동생 아진이 남편을 총으로 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소식을 듣고 가진이 집으로 돌아오고, 아진은 구치소에서 보석으로 풀려난다. 오랜만에 모인 세 자매는 아빠의 가출, 엄마의 자살, 할아버지에 대한 애증, 불행한 결혼 생활 등 잊고 싶었던 과거와 대면하게 된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순진의 생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아진의 사건. 이 혼란 속에 늦게라도 순진의 생일 파티를 계획하지만 모든 상황은 꼬여만 간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생일파티를 할 수 있을까?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자라온 세 자매가 막내의 총격 사건을 계기로 오랜만에 만났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 모두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지만 어떤 이들은 입장의 문제로 입을 꾹 닫는다. 분명 속에 쌓인 말들이 한 사리를 이루고 있을텐데도 습관처럼 쌓아둔다. 누군가가 실컷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에겐 그런 믿음을 줄만한 대상이 없었다. 주류 미디어가, 세상이, 주위가 말하는 것을 듣다보면 참고사는 것이 당연한 것인 것 같았다. 그러니 말도 쌓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음속에 탑을 형성한 그것이, 마침내 목구멍을 찌를 듯 올라온 순간 하나의 범죄가 벌어진다. 참고 살라고 말하는 세상을 향해 총을 쏘는 것이다. 과거 니키 드 생팔의 전시에서 보았던 사격회화들이 문득 떠오른다.


Niki de Saint Phalle.jpg
총을 쏘는 여성들


세상을 향해 총을 쏴버린 우리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할까? 페미니즘 연극제가, 여러 페미니스트가 말하듯 중요한 것이 ‘연대’라면 누구와 손을 잡아야할까?

소수자, 주변인, 약자, 타자 등으로 불리우는 수많은 사람들. 지금은 당장 곁에 있는 여성들에게 손을 내밀고 눈길을 주기에도 바쁘지만 조금 더, 조금만 더 용기를 낸다면 같이 ‘선’ 밖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도 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서로를 보지 않는다면 저 ‘선’ 위에 있는 주류의 권력이 우리를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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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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