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페미니즘 연극, "마음의 범죄"

아르코 예술소극장에서 열리는 페미니즘 연극제의 참가작
글 입력 2019.06.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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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페미니즘을 대하는 나의 태도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많이 접하게 된 것은 작년부터였다. 학교 단과대마다 생겨나는 페미니즘 소모임, 미투 운동, 학내 성희롱 관련 대자보와 총여학생회의 필요성을 피력하는 대자보 등등.. 처음엔 그들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직접적으로 겪은 바가 없다고 생각하니 공감을 할 수도 없었고, 궁극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도 무엇인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곤 나는 머지않아 어떤 이들은 '메갈, 뷔페미니즘', 그리고 어떤 이들은 '한남, 재기해'라고 하며 서로를 비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단어가 사용되기까지의 환경과 그들의 의견은 분명했다. 어느 쪽의 입장을 들어보아도 비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초면에 대화를 어색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페미니즘에 대한 언급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도 어느 정도 그런 암묵적인 룰을 인정해주는 분위기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먼저 페미니즘과 관련해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은 자제하고, 어떤 계기에 의해 대화가 시작되었다면 상황에 따라 행동하기로 했다. 페미니스트 적 성향을 가진 이들 앞에서는 그들의 입장을 들어주고,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 앞에서도 그들의 입장을 들어주고,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는 이들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어찌 보면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제일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결국 아무것도 안 하는 존재니까. 하지만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나는 적어도 저 세 부류들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품을 대상이 되는 것은 면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그냥 이렇게 살아가기로 했다.


그러나 페미니즘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그 누구에게도 비난을 하지 않는 것과, 아무것도 몰라서 비난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리고 나는 이왕 저 세 부류와 같은 세상에 어울려 살아가려고 마음먹었다면, 전자의 경우가 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나는 이 연극을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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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페미니즘 연극



연극에 대한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가부장제의 폐해 속에서 살아온 세 자매는 막내동생이 저지른 '사건' 때문에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바로 자신의 남편을 총으로 쏜 것. (사실 총으로 쐈지만 직접적으로 남편이 죽었다는 언급은 없다.) 그리고 그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자신들이 잊고 살아왔던 (어쩌면 잊으려고 했던) 과거와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그들의 행동에 대해 공감하며 더 나아가 여성으로서 연대와, 앞으로 페미니즘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나 혼자 줄거리를 통해 연극 내용을 유추해보자면, 돈 많고 유망한 시의원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있는 줄만 알았던 막내동생이, 알고 보니 남편은 굉장히 가부장적인 사람이었고, 그런 남편의 권위적인 모습에 진절머리가 난 막내동생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두 언니는 막내동생에게 처음엔 나무라지만, 점점 막내동생의 행동에 대해 공감해주고, 결국 동생의 선택을 이해해주게 될 것 같다.

 

연극을 보면서 뭔가 스토리가 억지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고, 공감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나는 이 연극을 보고 어떤 한 입장을 취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페미니즘을 연극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이들의 의견 또한 들어보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연극을 보고, 내가 페미니즘에 대한 지지를 하게 되거나, 반감을 가지게 되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앞으로도 한쪽에 치우친 생각을 가지지 않고 서로의 입장을 다 들어보려고 할 테니까.




03 확산되는 페미니즘



연극 <마음의 범죄>는 페미니즘 연극제의 참가작이다. 이번으로 제2회를 맞이하는 페미니즘 연극제는 연극 외에도 페미니즘 연극인들의 네트워킹, 포럼 등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있다. 나는 중립을 유지한다는 이유를 들며 페미니즘 관련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진 않지만, 이러한 다양한 페미니즘 행사들이 개최되는 것은 적극 장려하는 쪽이다.


우리 학교에 총여학생회가 있었을 시절,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총여학생회의 목표는 총여학생회가 없어지는 것이다'라고. 어느 정도 동의하는 말이다. 변질되지 않은 진정한 페미니즘의 의미는 바로 성평등이니까.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페미니즘 문화가 확산되고 향유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그 목표를 이루는데 더 빨리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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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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