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의 모든 쿠크다스들에게 [사람]

멘탈이 약한 게 죄인가요?
글 입력 2019.06.1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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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너무 멘탈이 약해”


‘멘탈이 약하다’는 뜻은 무엇일까? 이는 어떠한 일에 쉽게 상처 받거나 흔들리는 것을 뜻한다. 필자는 종종 멘탈이 약하다는 말을 듣곤 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나름 자신을 강인한 존재라고 여겨온 터라 자존심이 상했다. 시간이 지나 차츰 그 말에 무뎌졌을 땐 ‘나는 멘탈이 약한 사람’이라고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어떤 이가 “너는 어떤 사람이니?”라고 물으면, 필자는 “멘탈이 약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멘탈이 약하다’라는 말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때 필자는 대학교 학보사라는 조직에서 편집국장이라는, 나름대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었다. 멘탈이 약한 것은 편집국장이 된 필자에게 큰 약점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최대한 멘탈이 강한 척을 하고 다녔다. 취재원이 무작정 이유 없이 건네는 욕설에도, 어느 날 갑자기 기사를 쓰라는 주간 교수의 통보에도 필자는 덤덤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흔들림을 들킨 순간 편집국장으로서의 자격을 잃을 것이라고, 편집국장의 자질이 부족한 것이라고 자신을 꾸짖었다. 그래서 누군가로부터 화살이 날아올 때마다 평정심이라는 방어막을 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 방어막이 무너진 것은 아주 평범한 날이었다. 학보사의 주간 교수와 점심 식사를 하던 날, 결국 필자는 “멘탈이 약하다”라는 말을 들어버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넌 참 마음이 여리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필자의 귀엔 그저 멘탈이 약하다는 것을 들켰다는 뜻으로 들릴 뿐이었다. 멘탈이 강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화내지 않았는데, 필자는 왜 실패했을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교수에게 직접 물어보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여린 마음을 들켜버린 것이 부끄럽기보다 억울했다. 그때 생각했다.

‘마음이 여린 게 왜 약점이 돼야 할까?’

‘너무 상처를 잘 받는다’, ‘별거 아닌 말에 너무 흔들린다’ 등. ‘여리다’의 뒤엔 항상 이러한 말들이 따라다녔다. 이에 필자는 남들처럼 쉽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 흔들리지 않기 위해 ‘멘탈이 강한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누군가가 주는 상처에 무너질 때마다, ‘왜 더 강해지지 못했을까?’라고 속으로 되뇌며 늘 자책하곤 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필자가 들었던 ‘상처 되는 말’과 ‘별거 아닌 말’을 탓한 적은 한순간도 없었다. 어떤 이에겐 마음에 흠집도 나지 않는 말이라 할지라도, 필자에겐 모두 큼지막한 돌들이었다. 돌들이 날아올 때마다 결국, 필자는 소리 없이 아파하는 개구리였을 뿐이다.

돌을 던진 사람이 잘못인가, 그 자리에 있던 개구리가 잘못인가.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돌을 던진 사람이 잘못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돌을 맞은 개구리가 잘못이니, 개구리인 네가 돌을 맞아도 아프지 않게 강해져라”라고, 너무나 당연하게 말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는 악성 댓글에 아파하는 연예인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얼마 전 가수 태연이 우울증을 고백했다. 태연은 자신의 SNS에서 우울증으로 인해 약물치료 중이라고 밝혔고, 이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하는 등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어떤 이들은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지는데 대체 왜 우울한 것이냐”, “공인의 길을 택한 만큼 악성 댓글이나 사생활 침해 또한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렇듯 많은 이들이 누군가의 아픔을, 자신의 기준대로 계량하고 있었다. 말을 듣는 사람이 아닌 말을 하는 사람의 생각이 기준인, 참 아이러니한 계량법이다.

이처럼 잘못된 계량법으로 인해, 세상의 모든 개구리는 자신이 쉽게 부서지는 쿠크다스라고 탓하며, 더 강해지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모든 쿠크다스들에게 당부한다. 스스로의 약한 멘탈보다 자신을 부서지게 했던, 모든 말과 그 말을 내뱉은 자를 탓하라고 말이다.


[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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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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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하는스누피
    • 재밌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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