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도서]

유통기한과 밑줄
글 입력 2019.06.18 00:1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오래오래 살아남아서,

당신 곁을 끝까지 지켜내고 싶다.

 

사람 때문에

상처받았지만

사람 덕분에 웃을 수 있었던

어떤 날, 모든 이들을 위해.”


    

간만에 책을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그만큼 이 책은 부드러우면서도 흡입력이 좋았고, 솔직했다. 바로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란 책 말이다.



앞표지.jpg
 


이 책은 실제로 작가가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여러 관계를 하나씩 풀어내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그만의 따뜻한 말로 유려하게 풀어낸다. 그래서 단순한 글자일 뿐인데도 그 안에는 위로와 용기가 담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작가는 방황, 불안, 고뇌, 무서움 그리고 숱한 흔들림 속에서 자신만의 한 줄기 빛을 찾아낸다.


총 챕터 4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에서 4장으로 넘어가다 보면 조금씩 견고해지면서 단단해지는 한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작가’일수도 있지만 어쩌면 읽고 있는 ‘나’ 일수도, 혹은 우리 ‘모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면서 특정하게 지칭될 수 없는 그 존재가 단단해짐에 따라 ‘나’ 역시 마음속에 따스한 온기가 가득 차게 되었다.

 

*


정말 이상하게도 가끔씩은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터질 때가 있다. 딱 지난주가 그런 날들 중 하나였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심하게 다투고, 중요한 시험들은 망쳤으며 꼭 하고 싶었던 동아리와 알바에는 불합격을 통보받고 친구와 신경질 전도 생겼었다.


‘얼마나 좋은 일이 일어나려고 이렇게 안 좋은 일들만 가득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애써 모면하려 했지만 나도 감정을 느끼는 사람인지라 비구름 가득하듯, 어두운 표정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냈었다. 엉켜버린 실타래들을 풀어보려 했지만 그것도 남은 기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잠시 동안은 마음은 뒤죽박죽 한 상태지만 엉켜버린 실타래들을 뒷전으로 하고 애써 밝은 표정으로 다녔었다.

 


‘신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준다.’는 말을 좋아한다. 종교가 없는 입장에서 저 말을 다시 풀어보자면 ‘시련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찾아온다.’정도이지 않을까.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작가도 나와 같은 시련을 겪었었다. 오히려 더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작가는 많은 시련과 고생이란 경험 끝에 저런 말을 덧붙이며 담담하게 말한다. 힘든 순간들에도 유통기한이 존재하니, 결국 지나갈 것이다, 라며 위로를 하면서 말이다. ‘유통기한’.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단어이다. 힘든 일이 유통기한이라니. 지금까지 무리해서 짊어왔던 무거운 짐들이 갑자기 가벼워진 느낌이 들어서 왠지 모르게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라면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짜증보단 미소를, 초조함보다는 여유를 갖고 상황을 맞이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지나간 내 하루에도 만족하고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뭐가 됐든 결국 나중에는 기억 중 하나 혹은 추억으로 남게 될 일들이니 아름다운 모습으로 추억을 남기는 게 더 낫다고 생각이 들었다. ‘실패’(혹은 힘든 경험)들은 스쳐가는 하나의 과정이지 결과는 아니니 말이다.

 

*


인간관계는 나에게 풀어도 풀리지 않는 뫼비우스의 끈과도 같다. 사람 때문에 행복했고 웃기도 많이 웃었지만 솔직히 말해 그만큼 울었고, 상처받았고, 후회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사람들이 원하는 상으로 미리 ‘나’를 만들어 놓고 다가가곤 했다.


여기서 작가는 이런 말을 한다. ‘인간관계란 도대체 어떤 걸까. 관계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한참 하다 보면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의문에 빠지게 된다. 나는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인가, 배우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은 사람인가. 단순한 고민이 어느새 깊은 의문이 되어 나에게 되묻는다. 그럼 나는 과연 좋은 사람일까. 내가 배울 점이 많아지고 좋은 사람이 된다면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떠나지 않는 것일까.’


이런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이 생겼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보통 인기 많고 친구들도 많은 사람들을 보면 배울 점도 많고, 성격도 좋고, 장점들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한 가지를 꼽자면 ‘자신 만의 개성과 성격을 유지한다.’는 것이 특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해보았다. 아직은 나는 나를 잘 모르겠으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상대방이 밑줄을 그어놓으면 그 밑줄 위에 ‘나’라는 틀을 맞추려 해왔다.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묻는다면, 상대방이 밑줄을 그어놓더라도 그 밑줄을 지울 수 있는 사람. 그와 동시에 밑줄을 지우더라도, 상대방에게 언제나 신뢰감을 주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따스한 사람. 즉 작가의 말을 빌려 ‘애써 맞추려 하지 않아도 편안한 동시에 만남만으로도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행동과 특징을 되새겨 보니 나 또한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는 거라면, 인간관계 역시 비슷한 태도로 대하면 된다는 실마리를 얻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나 그대로를 보여주는 동시에 항상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마음먹고 실천하려 한다. 왜냐하면 그게 ‘내’가 스스로 내린 밑줄 밖의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해본 사람은 알고 있다.

붙잡으려 애를 써도 잡히지 않는 사람이 있는 한편,

무슨 일을 하더라도 평생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김가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