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View] 너와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타린의 음악 Part 1

글 입력 2019.06.14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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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기타를 만나다 (1)



글 - 작곡가 오상훈(Dike)



"지금 들은 곡 전부 다 좋아요!"


처음 그녀를 만난 날, 그녀의 작업실에서 그동안 만들어 둔 곡들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꽤 놀랐다. 곡들이 한 곡도 빠짐없이 좋아서 놀랐었고 엄청나게 많은 양의 작업물들이 있어서 놀랐었다. 마지막으로 곡마다의 작업 과정에 대한 기록이 자세하게 되어있어서 놀랐다. 한 곡을 작업할 때마다 들이는 정성의 밀도가 그동안 본 어떤 사람보다도 높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내가 들었던 그 곡들 중 한 곡이 세상에 나왔다.


작곡가가 만나는 인디 아티스트들의 이야기, <인디 View>. 열네 번째 주인공인 타린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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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A. 타린 : 사랑을 일기장에 적는 것처럼 솔직한 감정과 자연스러움을 노래하고 싶은 타린입니다.



Q. 지난 4월 발매된 <그 밤의 MUSIC> 이후 어떻게 지내고 계셨나요?


A. 타린 : 제 노래를 발매하고 이렇게 오래 스스로 반복해서 듣는 경우는 이번이 오랜만이에요. 그만큼 최근에 낸 앨범에 대한 애착이 커요. 평소 같으면 앨범을 내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텐데, 이번 곡은 저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고 예전보다 곡을 작업하는 양이 훨씬 많아졌어요.


Dike : 원래도 작업량이 많지 않나요? (웃음)


타린 : 그렇죠.(웃음) 그래도 예전에는 음악적인 작업 외에도 부수적인 작업이 많았는데 회사에 들어오고 난 이후로 요즘 작업량이 제일 많아요. 지금은 직접적은 음악 작업이 더 많아졌어요. 이번 곡은 확실히 저에게 뭔가 자극이 된 음악이에요.



타린의 <닿을락 말락 (Feat. 슈가볼)>



Q. 타린님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을지 궁금해요. 지금까지의 일생을 짧게 들려주세요.
  

A. 타린 : 이렇게 저를 정리하는 게 오랜만이네요.(웃음) 좋은 인터뷰가 될 것 같아요. 저희 집안에는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이 없어요. 클래식 쪽에서 유명한 분들이 계세요. “오스트리아 케른트너 주립 음대의 교수님으로 바이올리니스트 서세원님이 저의 이모부요. 어머니랑 사촌지간인 피아니스트 이모와 함께 오스트리아 빈에서 두 분이 한국 부부 교수로 계셔요.” 그 외에는 이렇게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가 뭔가 하고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음악과 미술을 엄청 좋아하셨다고 해요. 집에 있는 LP판의 바늘이 어디에 놓였는지까지 섬세하게 아실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어렸을 때 가족여행을 할 때에는 차를 오랫동안 타고 이동하기도 하잖아요. 가면서 차 안에서 듣는 음악들을 익히고, 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살짝 정리해보면 저에게 음악은 클래식으로 시작했었네요.(웃음) 5살 때 클래식 피아노를 초등학교 6학년까지 쉬지 않고 해서 진도도 많이 나갔었고요. 피아노뿐만이 아니라 바이올린, 플루트도 했었고 오카리나도 독학으로 했던 기억이 나요. 그러다 중학교 때부터 대학을 가기 위해 입시 종합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악기에 손을 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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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정말 하루 종일 공부만 했던 것 같아요. 스트레스도 엄청 받았고요.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에서 기타리스트 정성하의 연주를 보게 되었어요. 초등학교 남자애가 핑거스타일로 연주를 하는데 너무 빠져들었어요. 많은 자극을 받았죠. 그 당시에 아마 10개월 동안 관련된 영상들만 봤을 거예요. 그러면서 핑거스타일 연주가 뭔지 알았고 기타의 매력에 완전히 사로잡혔어요.  그게 중학교 1학년 여름이었어요. 엄청 더웠던 것 까지 기억해요 (웃음). 게다가 기타가 너무 갖고 싶어서 부모님에게 기타를 사달라고 일부로 거실에서 음악소리를 크게 틀어놓기도 하고 종이로 기타를 만들어 연주하는 척하면서 어필을 엄청 했어요. 그래서 결국 사주셨죠. (웃음) 그렇게 기타를 잡으면서 작곡도 시작되었어요.


그리고 고등학교를 갔는데 학교에서 제가 직접 기타반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그 당시에는 기타 치는 여자 캐릭터가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온 동네에 소문이 나면서 학교 축제는 기본이고 다른 학교 축제도 많이 갔죠. 모교로 나온 중학교에 가서 후배들을 위해 노래도 하고 그렇게 공연을 꾸준히 하러 다녔던 기억이 있어요. 심지어 학교에서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 선생님들이 상위권 대학교에 갈 수 있는 친군데, 기타 치면서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 같아 담임선생님들이 걱정을 많이 했었죠. 학교에서는 좋은 대학 보내려고 선생님들이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까 더 그러셨던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그리고 그때는 지금은 웃으면서 하는 얘기지만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슬픈 기억도 있어요. 저는 동갑내기 친구들과는 어울리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초, 중, 고등학교 때에는 늘 그들과 함께 있잖아요. 그래서 학교 친구들이랑 즐거웠던 기억이 많이 없어요. 그 시기에 기타를 잡으면서 잘 견뎌낸 것 같아요. 도망칠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겁쟁이 같았나 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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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상이 피아노와 기타, 노래가 되었고 첫 자작곡을 중3때 만들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 정도부터 시작된 것 같은데 학창 시절의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경험들이 제 음악의 원천 같다는 생각을 지금은 하고 있어요. 그때 느꼈던 외로움이나 사람 간의 관계에 관한 감정들이랄까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노래를 하고 작곡을 하면서 고2때 음악을 안 하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부모님이 반대는 하셨는데 저의 기나긴 설득으로 결국, 입시 준비를 하게 되었고 11개월 정도를 준비를 하고 실용음악과로 진학을 했어요. 준비기간이 그렇게 길진 않았는데도 좋은 학교에 입학했어요. 여러모로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여기까지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의 제 인생 1부의 이야기예요.(웃음)


대학교는 실용음악학부 작곡 전공이었어요. 게다가 기타와 피아노를 치면서 곡을 쓰고 노래까지 하는 학생이 크게 없었어요. 그래서 학교 사람들이 제 전공을 싱어송라이터로 많이 오해하기도 했었지요.(웃음) 당시에 CJ 아지트라는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콘테스트가 있었는데 20살 때 상위 성적으로 본선 진출까지 했었어요. 그때 함께 진출한 아티스트들이 세컨 세션, 바이바이배드맨이 있었어요. 그 당시 무대를 보고 관계자분들이 저에게 많은 연락을 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인연으로 가수 김조한 선생님께 보컬 레슨도 받고 산울림의 김창완님이 제 목소리가 옹달샘 같다고 했던 기억도 나네요! 그때가 제 인생에서 음악 하길 참 잘했다고 느꼈던 첫 기억이에요! 지금 생각해보면 부족한 실력으로 거기까지 올라간 것도 신기한데 말이에요. (횡설수설 웃음 X100) 어쨌든... 그 와중에 ‘바닐라 어쿠스틱’이라는 팀에 공석이 생겼다며 아는 선생님이 추천해주셨어요. 그렇게 11년도 여름에 멤버들을 처음 만나 팀에 합류할 준비를 했고요. 이후로 ‘오뙤르’나 ‘타’ 클럽에서 공연을 무지무지 많이 했던 기억이 나네요!


Dike : 추억의 ‘오뙤르’와 ‘타’군요. 저도 오뙤르에서 공연했었어요.(웃음)


타린 : 정말 추억이죠.(웃음) 그리고 이후 소속사(쇼파르뮤직)와 계약을 했고, 바닐라 어쿠스틱의 정식 멤버가 되었어요. 12년도에 들어가서 15년도까지 활동했어요. 많은 경험을 했어요. 페스티벌이나 행사, 방송도 많이 했고 20대 초반을 그렇게 정신없이 공연하고 음악만 하며  보냈어요. 그리고 이후 홀로서기를 하게 되었어요.



타린의 <단 한 사람> MV



이제 3부예요.(웃음) 홀로서기를 시작해서 바닐라 어쿠스틱 활동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차를 샀어요. 일부로 까맣고 큰 차를 샀어요. 지금 생각하니까 되게 재밌는 것 같아요. 진짜 ‘인디펜던트’가 시작된 거죠. 제가 원래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리고 방송도 잡으려고 작가님들을 직접 만나러 다니고 라디오도 하고요. 또 뮤지션리그라는 플랫폼에서 엄청 열심히 했어요, 이것저것...


아티스트가 할 수 있는 일이 음악을 만드는 것 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아티스트가 거기서 멈춰서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건 바보 같기도 했고요. 직접 발로 뛰고 다 미팅하고 전화하면서 행동으로 움직이려고 했어요 공연장 현장에서 동선을 체크하는 일부터 유통사 미팅, 스스로와 스태프들의 페이를 책정하는 일 등을 15년부터 17년 5월까지 2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한 달에 한 곡씩 앨범도 내구요 그때 진짜 몸이 많이 망가졌어요.


단독 공연장에 사람들도 꽉 차고 한창 달렸었는데 그러다 느낀 건 공연만 한다고 해서 계속 발전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음악도 공연도 좋아야 하는데 혼자서 이걸 다 하니까 밸런스가 무너져요. 열정도 열정이지만 몸이 따라 줘야 하고 마음이 잘 맞는 함께할 사람 찾기도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서 17년도부터 회사를 찾기 시작해서 미팅만 10군데 넘게 했어요. 그리고 지금의 회사를 만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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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전의 타린과 지금의 타린이 좀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A. 타린 :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어른들이 크면 알 거라고 했던 얘기들이 요즘 와 닿고 있어요. 음악적으로는 언제나 멜로디와 리듬에 꽂혀있었어요. 최근에 와서는 노랫말에 더 신경을 쓰려고 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에 비해 정말 많이 달라진 점이에요. 그래서 가사를 쓰고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Q. 본인 곡 이외에 외부 작업도 많이 하시나요?


A. 타린 : 음악 작업을 예전에는 작사만 외부 작업을 많이 했었어요. 그거는 바닐라 어쿠스틱 때부터 많이 했던 작업이고. 글을 잘 쓰는 친구들이랑 협업을 특히 많이 하려고 해요. 최근 <그 밤의 music>에 함께한 혜인 작가님도 너무 좋아요. 그리고 제 친동생도 글을 잘 써서 이것저것 많이 작업 해보려고요. 또 최근에는 작곡, 편곡에 참여한 게 있어요. 5월 30일에 발매된 이하이님의 앨범에 ‘20분 전’이라는 곡이에요! 수록곡들 다 되게 좋아요 많이 많이 들어주세요!!



타린의 <너 그리고 너> LIVE (BAND VER.)



Q. 바닐라 어쿠스틱의 멤버로 중간에 합류하며 데뷔했어요. 그 이후에 솔로로 독립하셨죠. 첫 솔로 미니앨범인 <IN THE ROOM>이 나오기 전에 콜라보 프로젝트를 하면서 유승우, 계범주님과 함께 했어요. 이 콜라보 프로젝트 때 유승우님과 함께한 <너 그리고 너>를 저도 한때 엄청 들었어요.(웃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타린 : <너 그리고 너>는 13년도에 엠넷에서 방송했던 ‘슈퍼히트’라는 서바이벌 작곡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상위권에 진출한 작곡가들이  슈퍼스타K 출신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무대가 있었고 제가 유승우님과 하게 되었는데 그때 한 곡이 <너 그리고 너>였어요. 방송이 끝나 그 곡을 자연스럽게 앨범으로 내게 되었고 그게 시작이었어요. 그리고 이후에 제 주변의 아티스트 분들과 조금씩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어요.



Q. 바닐라 어쿠스틱 때부터 작곡 실력이 뛰어난 걸로 알려져 있었어요. 타린님의 솔로 앨범에도 바닐라 어쿠스틱 시절부터 이어져 온 마이너한 감성과 깔끔한 사운드의 음악을 개인적으로도 엄청 좋아해요. <IN THE ROOM> 앨범의 타이틀곡 <뜨뜬미지근 (Feat. 제이켠)>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타린 : <IN THE ROOM> 앨범의 타이틀곡이었어요. 설명하신 것처럼 깔끔하고 미니멀한 편곡이 대부분인 앨범이에요. 제가 여전히 제일 빠져있는 장르인 미디엄 템포의 블루지한 느낌의 멜로디를 가진 곡이에요. 곡을 완성하고 래퍼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았고 제이켠 오빠를 소개받아서 완성이 되었어요. 제이켠 오빠의 낮은 음색이 엄청 매력적이에요. 그래서 타이틀곡이 되었어요. 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뜨뜬’이 아니라 ‘뜨뜻’이잖아요.(앗) 제가 생각 없이 잘못 쳐서 보낸 거를 회사에서 “ 타린이가 의도가 있나 보구나~“ 하면서 아티스트의 느낌을 존중해준 것 같아요. 푸하핫-! 바꾸고 싶어요.(같이 완전 빵 터짐) 이건 비하인드 에피소드.(웃음) 그때는 그런 거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좀 슬퍼요.


Dike : 그런 게 인간미 있고 좋은 거랬어요.
  

타린 : 맞춤법... 후... 어쨌든 그렇게 탄생한 곡이에요. 제목 그대로의 남녀 사이의 ‘뜨뜬’미지근함을 노래하고 있죠.(웃음)



타린의 <뜨뜬(!?!)미지근 (Feat. 제이켠 of 럭키제이)>






NEXT

너와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타린의 음악 Part 2


소녀, 기타를 만나다 (2)






오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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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싱팀 Vlinds의 작곡가이자 인디레이블 캔들인유어스(Candle In Yours)의 공동대표.


자아가 생길 때부터 밴드음악에 빠져 일렉기타를 치며 음악을 시작한 인디덕후.


사실 음악보다 글 쓰는 일을 더 좋아해서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중이다.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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