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빌레라, 이쇼라스!

글 입력 2019.06.1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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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와 70대가 함께 품은 꿈, ‘발레’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나빌레라’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많은 이들의 응원 속에 막을 올렸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틀을 잡는 소재는 ‘발레’로 서울 예술단과 무용단이 함께 무대를 꾸몄다. 발레를 잘 하고 싶어하는 20대 청년 ‘이채록’과, 평생의 꿈이었던 발레를 이제야 시작하는 70대 할아버지 ‘심덕출’이 함께 그리는 그림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꽤 큰 마음의 울림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원체 ‘꿈’이라는 것이 이루기 어려울뿐더러, 찾기는 더 어려운 요즘, 뮤지컬 <나빌레라>는 '꿈'이라는 것을 한번 찾아보고 싶게끔 하는 힘을 전달한다. 팔팔한 20대의 발레와, 인생의 끝자락에 남겨진 70대의 발레는 전진하는 속도부터 확연히 다르지만, 서로를 도와가며 이뤄가는 두 사람의 발레는 참 아름답다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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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장면들을 연출해내기 위해 주연인 뮤지컬 배우들은 끝없는 연습을 반복해야 했을 것이다. 노래뿐만 아니라 발레까지도 극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니 그 부담은 배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전문적으로 발레를 하는 프로들은 아니니 그만큼의 깊이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극을 전달하는데 필요한 아름다움은 충분히 전달할 수 있었다 말하고 싶다. 물론 ‘발레’라는 요소를 무대에서 가장 빛나게 표현해 준 무용단의 역할 또한 정말 컸다. 모든 사람의 노력이 모여 만들어진 무대는 그야말로 열정으로 가득 찬 ‘힐링’ 뮤지컬이라 할 수 있겠다.




여러 면에서 드러난 ‘무난함’



필자가 뮤지컬을 관람하기 전,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음악’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웹툰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극이었기 때문에 스토리 라인에 대한 걱정보다는 ‘음악’이 과연, 어떻게 각 장면들을 표현해 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다. 극을 관람한 후 들었던 생각은 ‘무난하네.’ 였다. 아, 부정적인 쪽이 아니라 긍정적인 쪽으로의 ‘무난’. 길이 남을 엄청난 음악은 아니어도, 대사와 장면에 적합한, 그에 맞는 감정을 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음악. 전형적인 뮤지컬에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 할 수 있겠으며 이는 극을 이끌어나가는데 전혀 거슬림이 없었다.


‘무난함’은 음악뿐만 아니라 극 전체에 녹아있었다. 무대의 사용, 연출 등, 주어진 시간 내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뛰어넘는 장면들이 많았음에도 큰 부자연스러움이 없었다. 무대 세트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여러 상황과 배경을 만드는 점도 좋았고, 그래서 화려하지 않지만 화려하지 않아야 나타나는 ‘무난함’에 마음이 편안해 지는 공연이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그렇다. 채록은 채록답게, 덕출은 덕출답게, 저마다의 매력대로 그들을 풀어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배우도 없었을 뿐더러 모두 진심으로 공연에 임하고 있다는 것은 관람해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이 진심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무난함’은  거창하지 않은, 일상의 감동을 만들어내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 생각해보았을 때 무난함은 화려하거나 강렬하진 않지만, 나름대로의 부드러운 매력을 가지고 있음으로서, ‘힐링’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됨에는 틀림이 없다.




웹툰과 뮤지컬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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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니, 필자를 포함한 많은 관객들은 이미 그 내용을 전부 알고 있으리라. 이러한 인기 원작을 베이스로 둔 공연은, 이미 알려진 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느냐, 또한 공연의 특성상 짧은 2~3시간 안에 어떻게 축약하느냐에 자연스레 초점이 맞춰진다. 그 초점을 맞추어 보았을 때 조금은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1부의 채록과 덕출의 관계 형성은 자연스럽지 못한 전개로 이어졌고, 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갑자기?’ 등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었다. 둘의 연습 장면이 조금 더 나왔더라면 성장한 채록과 덕출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을 테지만, 겨우 몇 분 되지 않던 둘의 연습 장면은 개그 요소로 소비되는 등, ‘연습’에 오로지 초점이 맞추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1부의 마지막 채록과 덕출이 한층 나아가 진지한 자세로 서로를 마주하게 될 때, 의문점이 많이 남았다.


저 둘이 언제 저렇게 가까워 진거지? 대체 어떤 모습과 열정을 계기로 예술이라는 ‘발레’를 함께 임하게 된 걸까? 단순하게 덕출이 치매라는 이유로 동정심에 그들의 마음자세가 바뀌어 본격적인 ‘발레’를 시작하게 했다는 것은 너무도 1차원 적이다. 웹툰에서도, 공연에서도, 현실에서도, ‘발레’를 그저 둘의 교집합으로 만의 쉬운 요소로 그려내고자 했던 것은 아닐테니. 예술 으로서 ‘발레’는 간절함과 열정, 땀으로 얼룩진 장면들이 완성했어야 했다. 1부에서의 ‘발레’는 장면의 부족으로, 그저 많은 감정들 중 하나를 표현하는 요소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덕출의 간절한 열정이 더욱 보였어야 했다.

     

하지만 1부와는 다르게 2부는 훨씬 훌륭했다. 전개도 자연스러워졌으며 발레에 진지한 그들의 모습이 잘 그려졌다. 쓸데없이 개그 요소로 치부하지도, 가볍게 넘기지도 않았고. 정면으로 발레를 마주했다. 그로 인해 공연의 완성도가 훨씬 높아졌으며 그 아름다움과 열정이 많은 사람들을 눈물짓게 했다. 문화예술 속의 문화예술은 그 속에서 더욱 진지하게 그려질 수 있음을 깨닫게 했으며, 뮤지컬과 무용의 만남이 자연스레 어우러져 치우침이 없었다. 다행히 만족스러운 2부가 1부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만회하여 필자에게는 ‘힐링극’으로 충분한 극 이었다 기억된다.


한 작품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색다른 매력과 행복을 안겨주었다. 앞의 내용을 모두 통틀어 대중적이었던 웹툰으로 시작해, 대사가 노래가 되고, 장면이 춤이 된 ‘나빌레라’는 원작에서 느꼈던 따듯한 감정과 왠지 모를 열정을 입체감 있게 전달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루었다 할 수 있겠다.



[임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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