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행복을 말하는 100가지 방법 - 행복은 늘 내곁에 있어 [도서]

글 입력 2019.06.1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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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파랑새>가 전하는 교훈은 단순하다. 할머니의 요청으로 어린 남매가 온종일 찾아 헤맨 파랑새는 바로 집에 있었다는 줄거리에서 파랑새를 행복으로 가정한다면,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결론에 쉽게 이를 수 있다.

 

때론 이런 결론을 조금 비틀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어떤 사실이, 진실이냐고 되물어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라든가 ‘고생 끝에 낙이 온다’같은 말들. 고생 끝에 남는 게 고생뿐인 일은 분명히, 있으니까. 그러니 행복도 가까이에 있다는 말도 어쩌면 실체 없는 합리화일 수 있다고.

 

하지만 이런 비관은 사람을 지치게 할 뿐이다. 그래서였을까, <행복은 늘 내 곁에 있어> 책 제목을 보고 행복에 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어졌다. 파랑새의 행복 말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의 행복 말고, 이 책을 읽는 순간부터 일부러 다시 써 보는 나의 행복은 어떤 모양일지, 순수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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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에도 나와 있듯 임진순 작가가 100명의 사람들에게 건넨 주문은 단순했다. ‘행복’이란 단어로 시나 글을 써 달라는 것.


책을 보기 전에는 그래서 정통으로 행복이 무엇인지, 언제 행복한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지에 관한 글을 기대했지만 긍정적인 의미로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행복'이 재료라면, 그 재료 자체를 묘사하는 방법도 있지만, 과감히 싹둑 자른 단면을 보여주는 방법도, 그것을 아예 감추는 법도 있었다. 그렇지, 꼭 행복을 찬양하는 글을 쓸 필요는 없지. 행복이 없다고 부정해도 되고 행복이란 개념을 배반하는 현실을 써도 행복에 관한 글이 되는 것이지.


 

p.41


“‘나는 누구이고 여긴 어디인가?’

이제 또 남은 인생은 어디로

무엇을 찾아 떠나야 할지…….“


66년생 - 배경환

 


생년과 이름으로 기록된 작가의 정보와 글, 그림의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부모님 세대인 사람들의 글을 읽을 때면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곤 했다. 청년 시절의 전유물로만 알았던 진로 고민은 그 시절을 한 차례 보낸 사람들의 시간에도 여전히 존재했다. 미래에 뭔가 더 좋아지거나 안정될 것이란 환상을 가만히 도려내라는 경고의 편지를 받은 기분이었다. 대신 그 빈 자리를 너는 아마 새로운 의지로 계속해서 채워나가야 할 것이라는, 인생에 완성된 순간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p.59


“지금은 내 인생의 심오한 기쁨을

찾는 투병기간이다.”


68년생 -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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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어른이 되면, 더욱 더 나이가 들면 나의 주변은 내가 그토록 바라던 초연함에 이를 수 있는 줄 알았다. 아니다. 똑같이 ‘투병기간’ 이고, ‘그만두지 말자’고 스스로 다독여야 하는 시간이다. 이 다독임은, 다시는 갈 것 같지 않은 낡은 자동차에 아주 오랜만에 시동을 걸듯, '한번 더' 라고 나직이 읊조리는 음성이다. 인생은 원래 그런거라고? 누군가는 얘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원래'에는 불순물 같은 체념이 깔린 탓에 끝내 뿌리치고 싶다. 대신 선택하는 것은, 어떤 사람의 내밀한 경험으로 돌아가기. 같은 의미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말해지는 행복과 인생을 마주하기.

 


p.125


“지금 내 아이 또래였던 그때의 나는 

많은 고민들의 상흔을 지워내려는 듯 

수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스스로에게

위로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 

그저 나의 남은 날들을

꼭꼭 씹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고자 한다.”


71년생 - 민영주

 


나와 아주 똑같은 생각을 가진 글을 보면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나는 나에게 글을 쓰며 받고 싶었던 위로의 모양이 무엇이었는지 그려보곤 했다. 그러면서 얻은 결론은,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었다. 삶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다, 행복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행복보다는 차라리 위로가 더 간절했다. 위로 없이 다음에 오는 행복이 있을까.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생각은 변하지 않았고, 그래서 여전히 내 삶의 일 순위는 행복이 아니다. 완전한 위로가 오지 않았다고 느끼는 탓이다. 나에게 행복이란, 그러니까 내가 행복을 떠올리며 하는 일은 가장 먼저 행복을 버리는 일이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밥을 꼭꼭 씹어 넘기듯 살아내는 것이다. 견디는 것과는 별개의 의미로 살아 내는 것. 반짝반짝 빛나는 삶 이전에 반드시 있어야 할 그저 살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 이 글에서 그런 감정을 보았다.


 

p.215


“나는 바닥을 내려다봤다.

버스의 바닥은 너무 딱딱해서 눈물이 나왔다.

버스는 몸살을 앓듯 진동하고,

그 안에서 나는 행복은

사랑 같은 감정일 거라고,

막연하게 울며 생각했다.”


01년생 - 임국희

 


묘하게도 행복이 없는 곳에서 행복은 얼굴을 드러낸다고, 꽤 오래 생각해왔다. 행복을 말하지 않을 수 있는 상태가 가장 행복한 상태일 것이다, 행복을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상태가. 행복에 관해 잠시라도 사색에 잠기려는 순간, 이미 너는 불행하다는 상태로 진단하면 잔인할까? 불행하니까, 행복을 찾는 거 아니겠냐고.


 

p.205


“저걸 매고…"


54년생 - 오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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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판단은 조금 어리석은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어 수십년 동안 매고 다닌 넥타이를 ‘저것’이라고 직시한 상태를 불행으로만 판단하긴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은 ‘매인’ 것만 같아도 한때는 설레어 ‘매었다는’ 사실 또한 진실이기에. 여기서 행복과 불행을 나누는 기준은 시간이다. 넥타이는 변하지 않았다. 단지 시간이 흘렀고, 마음이 변한 것이다. 뻔한 말이지만 역시 맞는 말이다, 행복은 상대적이라는 말.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 맞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진실은, 한때 자부심이었던 넥타이가 염증으로 둔갑한 지금을 변호할 만큼 강력하진 않은 것 같다. 지나간 시간에 돌아가 살 수는 없으니까.


*


100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행복만을 단편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다. 그러면 행복을 이미 버린 나도 부담을 덜고 이야기를 보태볼까? 101번째가 될 것이다. 제목은 ‘리듬’으로 하고. 내게 ‘행복’이란 가슴 뛰는 설렘보다 익숙하고 안정적인 흐름에 가까운 이미지니까,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꾸준히 해나가는 나의 모습, 그런 상황. 그런 내용을 담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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