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낭만 한자락에 대한 기록 : 레인보우 뮤직&캠핑 페스티벌 2019

글 입력 2019.06.0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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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페스티벌은 늘 즐겁다. 좋아하는 음악을 라이브로 들으면서 맘껏 춤을 추고,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한량 마냥 풀밭에 드러누워 쉴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맥주! 평소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많은 양의 맥주를 온종일 들이켜도 누구 하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뮤직 페스티벌로 향하는 날은 그야말로 행복과 힐링의 날이 되어버린다.


어디든 좋다만, 가평에 위치한 자라섬에서 열리는 '레인보우 페스티벌'은 여행과 같은 즐거움을 더해줘서 더욱 설레고 행복하게 느껴진다. 20살 무렵 엠티의 설렘을 간직한 가평! 차편을 알아보고, 기차표를 예매하고, 숙소를 찾아보면서 여행의 설렘과 떨림을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다. (공연 날이 다가와서 숙소 예매를 하는 게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캠핑권을 놓쳐 숙소 예약이 필요한 분들은 꼭 미리미리 예매를 하셔야 한다.) 작년에 다녀오고선 한동안 그 여운에 빠져 살았는데, 다행히 올해도 레인보우 페스티벌과 함께할 수 있었다.




또 다시,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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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다. 작년에 폭염주의보로 고생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적당히 흐리고 적당히 더웠다. 가평역에서 자라섬까지 걸어가느라 힘들다고 툴툴대긴 했지만,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길게 늘어선 행렬을 보니 슬슬 설렘과 기대감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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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배부터 채울까 싶어서 F&B존으로 향하는 길에 백스테이지가 우리를 반겼다. 길게 줄지은 푸드트럭은 메인 스테이지인 레인보우 스테이지의 백스테이지와 바로 맞닿아 있다. 아티스트의 이동 동선이기도 해서 출연진의 출퇴근길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지만, 질서 유지가 안 되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어찌 보면 이것 또한 페스티벌의 묘미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종종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 걱정스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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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다시 찾은 불초밥! 작년에 하도 맛있게 먹어서 불초밥 부스가 보이자마자 바로 뛰어가서 구매를 했다. 역시나 맛있다.

레인보우 페스티벌에서는 모바일에서 미리 음식의 주문을 받는 퀸즈 스마일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결제가 안 되거나 사이트 자체에 접속이 안 되는 등 불편함을 겪은 사람들이 많았다. 올해는 이를 보완하려는 듯이 현장결제가 가능한 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있을 땐 현장결제가 불가능하긴 했지만, 공연을 찾아오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적절한 개선 방안을 내놓은 것 같아서 좋았다.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올해도 역시나 맥주를 계속해서 들이켰다. 올해는 '대마 맥주'라 불리는 '카나비즈'와 함께했다. (대마의 씨앗에서 추출한 오일을 사용해 만든 맥주인데, 우리가 흔히 아는 마약처럼 환각 증상을 불러일으키는 건 아니라고 한다.) 어디선가 먹어본 듯한 맛이 났는데 향이 참 독특했다. 일반적인 공연에서처럼 맥주 기계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병맥주를 하나씩 따서 컵에 따라주었는데, 그 과정이 꽤나 오래 걸려서 다소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맥주를 손에서 절대 놓지 않았다.



'음악'과 '청춘'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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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스테이지


배를 채우고선 드디어 메인 스테이지인 '레인보우 스테이지'에 도착했다. 이미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번에 한 가지 실수를 한 게 있다면 돗자리를 가져가지 않은 것이었다. 작년엔 돗자리를 대여할만한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바리바리 챙겨갔었는데. 올해는 그냥 뛰어 노는 것을 선택했다. (내년엔 꼭 가져가야지.)

레인보우 페스티벌 측은 ‘미러 크라운’이라는 컨셉에 맞게 스테이지가 거울과 구조물로 꾸며질 것이라 예고했었지만, 도착해보니 무대는 거울 대신 스크린으로 꾸며져 있었다. 거울 속에 비춰질 또 다른 풍경들이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사되는 햇빛에 날이 더 뜨겁게 느껴지면 어떡하나 걱정했던 터라 이번 무대 디자인이 그리 실망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무지개가 떠오르는 디자인에 더해, 브레이크 타임때마다 흘러나오던 'over the rainbow'는 레인보우 페스티벌만의 컨셉과 분위기를 더 확실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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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만난 아티스트는 잔나비였다. 연이은 논란에 나조차도 지친 상태였지만, 이들의 음악은 사뭇 씁쓸하게도 청춘과 낭만에 가장 잘 어우러졌다. 그저 즐기러 온 것뿐이니까, 별 다른 생각 없이 그냥 그 음악과 순간에 취하는 것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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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스테이지


잔나비의 무대가 끝난 후 포레스트 스테이지로 향했다. 올해의 포레스트 스테이지는 작년과는 꽤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작년에는 아티스트와 관객이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낮고 작은 무대와 함께 천막으로 꾸며져 있어 아기자기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지만, 올해는 조금 더 본격적인 느낌이었다. 무대의 방향도 바뀌어서 무대 앞에 돗자리를 깔 수 있는 공간이 더욱 넓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아티스트와의 엄청난 내적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던 작년의 무대가 그리웠지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 작년보다 더 많아진 관객들을 수용하기 위한 나름의 적절한 방안이 아니었나 생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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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을 돌려 다시 레인보우 스테이지로 향했다. 귀가 녹아내릴 것 같은 음색을 선보이는 자이언티에게 심취하기도 했고, 밤톨머리를 선보이면서도 ‘역시는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존재감을 뽐내던 빈지노의 음악에 빠져들기도 했다. 빈지노는 밴드와 함께 무대를 꾸려나갔는데, 그 구성원은 모두 군대에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한다. 음악이 주는 무언의 힘과, 그로 인한 인연의 소중함 따위가 느껴져서 괜스레 감동적이었다. 아무튼, 몇 년 만에 듣는 빈지노의 라이브를 들으면서 미친 듯이 춤추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역시, 여전히 청춘이다.



낭만 한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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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의 진가는 역시 노을이 지는 순간에 나타난다. 아름답게 힘을 잃어가며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고 있자면 괜히 감성적으로 변한다. 노을과 어우러지는 케이윌의 달달한 음색을 듣고 있자니 사랑하는 누군가와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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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런 저런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하다. 낭만적이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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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입구에는 관객들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부스도 있었다.
가수가 아닌 이들의 노래를
듣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돌아가는 길에야 사진을 찍었네. 아쉽다.



아쉽게도 예약해두었던 숙소 때문에 시간이 너무 늦기 전에 공연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MFBTY의 불타는 청춘과 같은 무대를 끝으로 공연장을 나섰다. 그로부터 한 시간 뒤에 포레스트 스테이지에 오를 지바노프(jeebanoff)의 무대를 가장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자라섬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불꽃놀이를 보았다. 숙소가 생각보다 자라섬과 가까웠던 탓이었다. 광활하게 하늘을 수놓는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도착 후 숙소의 창문을 열어보니 YB의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뒤에선 지바노프가 부르는 'Timid'의 반주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만나 여전히, 그리고 또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행복하고, 낭만적이고, 즐겁고, 벅찬 하루였다. 이 글은 내 청춘의 한자락에 대한 기록이자 행복했던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언젠가 꺼내 보고는 이 순간과 감정을 다시금 느끼고 싶다. 내년에도 이렇듯 행복하고 낭만적인 순간을 느끼고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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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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