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의 뻔함이 주는 힘 [사람]

글 입력 2019.06.06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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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수면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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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9년째 수면장애와 싸우고 있다. 과수면과 불면증이 1년 주기로 바뀌었었는데, 어느 부턴가 3년 동안 불면증을 겪고 있다. 9년간 안 해본 짓이 없다.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는 걸 들은 사람들은 운동이나 낮에 미친 듯이 일을 해보라거나 등등의 충고를 해 준다. 고맙긴 하지만, 9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내가 누구나 아는 그런 방법을 해보지도 않고 치료가 안 된다고 말을 했을까, 설마?


자신도 불면증이 있던 적이 있는데 ‘~한 방법’으로 이겨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 역시 나도 해 봤던 것이다. 물론 제일 유명한 대학 병원에서 밤새가며 뇌파 검사도 해 보고, 약도 안 먹어 본 약이 없다. 인지 치료도 해 보고, 운동이나 명상 일 열심히 하기, 체력소모, 육체적 피곤을 일으킬만한 행동 해보기 등등. 너무 답답해서 최면 치료까지 받아 봤다.

 

사실 수면 장애만 있진 않다. 수면 장애는 주 정신적 질환에 따른 일종의 합병증이랄까. 그래서 더 고치기 어려운 것 같다. 근데 이런 내가, 약 일 년간 약 없이 잘 잔 적이 있다. 원래 약은 서서히 끊어야 하지만, 일주일 만에 끊을 수 있었다. (약을 갑자기 끊으면 부작용이 올 수 있으니 서서히 끊는 게 더 좋습니다.)


 


불면증 극복 비결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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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잘 때 안아주면 잠에 잘 든다는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논문이 아니더라도 각종 매체를 통해서 접한 적도 많다. 그래서 아마 이 얘기를 아는 사람이 적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난 이걸 직접 경험했다. 여자는 사랑을 받으면 예뻐진다지? 근데 나의 경우, 근본적인 질환이었던 우울증이 많이 치료됐다. ‘그’ 덕분에.

 

‘잘해주는 것’과 ‘사랑받는 것’은 다르다. 사랑을 받으면 ‘이 남자가 날 좋아할까?’라는 의심조차 들지 않는다. 그냥 느껴진다. ‘아-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라고.

 

때는 한창 약을 과복용 할 정도로 자신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정량을 먹어야 하지만, 약에 취한 상태임에도 잠자리에 들지 못하면 약이 약해서 잠이 안 온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된다. 판단력이 흐려지니까. 그래서 약을 더 먹고, 그럼 내성이 더 강해지는 이런 악순환이 생기게 된다.


이런 때에, 그를 만나고 그와 사귀게 됐다. 그는 팔베개를 해주며 나를 안아주었다. 처음엔 정량인 한 봉지만 먹고 잠이 들었다. 좀 놀라웠다. 하지만 여기까지겠거니 했다. 그런데 어느새 약을 먹지 않아도 새근새근 자고 있는 나를 느꼈다. 악몽도 꾸지 않았다.

 

그는 나를 위해 안아주면서 말없이 내가 잠들 때까지 토닥여주었다. 그렇게 일주일 만에 (당시) 5년간 겪은 수면 장애가 사라졌다. 간단하다. 사랑받고 있음이 느껴지면서 더는 우울하지 않게 됐으니까.


 


사랑의 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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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드라마나 영화 장르가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면 ‘뻔하다’라고들 한다. 근데 뻔하다는 건, 그만큼 많이 일어나고,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기에 직·간접 경험이 많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드라마나 영화도 로맨스 장르가 꾸준히 나오는 것이다. 물론 주인공들끼리 사랑 없는 드라마도 많이 나오면서 ‘연애신 없이도 재밌을 수 있다!’라는 평들이 많았지만, 결국 로맨스는 돌고 돈다.

 

뻔한 걸 뻔하지 않게 쓰는 게 작가의 몫이지, 로맨스 장르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인기 있던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를 살펴보면, 뻔하더라도 지루하진 않다. 대리만족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공감하며 보는 사람들도 많다.


사랑 노래는 그렇게나 공감하면서 드라마나 영화는 왜 보지도 않고 “또 로맨스야?”라고 할까? 물론 유치한 것도 많지만, 막상 보면 공감되는 부분도 꽤 있는데 말이다. 드라마 <연애의 발견>은 아직도 유명하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장면들과 대사가 꽤 많기 때문이다.

 

사랑은 뻔하지만, 이 뻔함이 주는 경험은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공감대 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 그리고 실제로 사랑은, 많은 것을 변하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랑을 경험할 때마다 그 유형과 형태는 달라진다. 배우는 것도 많고, 성숙해지기도 한다.


이 중 가장 좋은 변화는 마음의 안정이다. 든든함이다. 싸워서 감정 낭비를 하는 건 연애의 단점이고, 사랑의 장점을 생각해 본다면, 사랑은 정말 좋은 경험이다. 그와 헤어지고 다시 불면증을 겪게 됐지만, 그의 사랑으로 인해서 불치병이자 난치병을 잠시나마 치료할 수 있었다. 사랑이 주는 뻔함은 이토록 큰 힘을 발휘한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할 때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이다.


- 빅토르 위고 (Victor Marie Hu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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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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