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미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의 프리뷰 – 베르나르 뷔페전

글 입력 2019.06.0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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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미술과 거리가 멀다. 멀어도 한참 멀다. 고등학교 때 미술 과목 첫 실습수업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내게 “장난치니?”라고 하셨다. 초상화 그리는 실습이었는데.. 난 진지했다. 하지만 내 미술 실력은 남들이 보기에 장난친다고 생각할 정도로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날 계속 지켜보신 선생님께서 수행평가 때 말씀하셨다. “기본 점수라도 점수 줄게...” 내가 장난이 아니라 진짜 그림을 못 그린다는 것을 인정하셨다! 뭔가 억울한 게 풀리는 것 같아서 좋은 일도 아닌데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동안 미술과 관련된 콘텐츠는 피하고 있었다. 프리뷰도, 리뷰도 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베르나르 뷔페전에 초대받았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계속 피하기만 하면 난 영영 미술을 접할 수 없을 거야. 그리고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어?” 그래서 고민 끝에 용기 내 향유 버튼을 눌렀다.


근데 걱정은 맞아떨어졌다. 프리뷰를 써야 하는데 도무지 뭘 써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래서 있는 사실 그대로를 쓰기로 마음먹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작가에 대한 정보를 읽고 나니까 작품이 왜 유독 어둡고 우울한 느낌이 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작품 속 선들이 거칠고 기괴한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실내에 앉아있는 남자.jpg
[실내에 앉아있는 남자]

Bernard Buffet, Interieurs - Homme assis, 1953, huile sur toile, 218x195cm,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벗겨진 등.jpg
[벗겨진 등]

Bernard Buffet, Les ecorches, ecorche de dos, 1964, huile sur toile, 130x97cm,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미친 사람들, 식사 2.jpg
[미친 사람들, 식사Ⅱ]

Bernard Buffet, Les folles, le repas II, 1970, huile sur toile, 200x195cm,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이젤과 초상화.jpg
[이젤과 초상화]

Bernard Buffet, Autoportrait au chevalet, 1948, huile sur toile, 200x94cm,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파리의 풍경, 시테 섬과 노트르담.jpg
[파리의 풍경, 시테 섬과 노트르담]

Bernard Buffet, Paysages de Paris - La Cite et Notre-Dame, 1956, huile sur toile, 114x162cm, ⓒ Bernard Buffet

/ ADAGP, Paris - SACK, Seoul, 2019



내가 생각한 기괴하고 선들이 거칠며 우울하면서도 쓸쓸한 느낌의 사진들을 몇 장 골라 봤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까 작가의 심리 상태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일종의 패턴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베르나르 뷔페 작가는 살아생전 인터뷰에서 자신이 ‘광대’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혼돈의 시대에 태어나 일찍이 천재로 인정받은 화가이자, 당시 70대였던 거장 피카소의 ‘대항마’라고도 불렸던 예술가이다.

 

사전 정보를 간략히 쓰자면,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뷔페는 "모든 것이 파괴되고 공포 속에서 살았다. 그 시절에는 먹을 것과 그릴 것만 찾아다녀야 했다"라고 말하며 삭막하고 쓸쓸한 풍경, 메마른 사람들 그리고 좌절의 초상을 그려냈다.


황량했지만 자유로웠던 세상에서 자신에게 허락된 최소한의 색상과 스스로 창작해낸 방법으로 그려낸 캔버스는 많은 이들의 외롭고 지친 감성을 대변해 주며 공감을 자아내었다. 그 결과, 1948년 10대 청년이었던 뷔페는 유명한 비평가상을 받으며 프랑스 화단에 혜성처럼 나타나 모두를 열광하게 만들었다.

 

또한 1958년에는 뉴욕 타임즈의 "프랑스의 가장 뛰어난 젊은 재능 5인"으로 선정되었다. 30대에는 '꼬네상스 데자르 매거진(Connaissance des Arts magazine)'에서 프랑스인이 제일 좋아하는 작가 1위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레지옹 도뇌르 문화훈장을 2번이나 수여 받은 프랑스의 20세기 최고이자 마지막 구상회화작가이다.

 

추상회화를 지향하는 시대의 흐름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유지하며 그 어떤 혹평과 비난에도 굴하지 않은 진정한 화가였던 뷔페는 파킨슨병으로 인하여 더는 작업을 할 수 없게 되자 1999년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 개인적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부분이 안타까우면서도 베르나르 뷔페다운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전시 기획 노트



포스터.jpg
 


<나는 광대다_ 베르나르 뷔페 展: 천재의 캔버스>는 20세기 프랑스의 마지막 구상회화 작가인 베르나르 뷔페의 국내 최초 대규모 단독 회고전이다.

 

이번 전시는 파리 시립 근대미술관,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푸쉬킨 박물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의 회고전에서 선보였던 작품들을 비롯하여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4-5미터에 이르는 대형 작품을 포함한 총 92점의 유화작품들과 한 편의 영화 같은 그의 삶을 소개하는 영상 및 사진 자료들로 구성되어 있다.


살아생전 한 인터뷰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베르나르 뷔페는 "모르겠어요… 아마도 광대일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그렸던 광대나 서커스의 테마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인간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내면과 외면의 이중성에 대한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일 것이다. 뷔페는 5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작품활동을 하며 본인이 마주하는 일상 속의 사물이나 사람 그리고 본인의 초상을 캔버스에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베르나르 뷔페의 시대별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 초반에는 유명해지기 시작한 1940년대 후반,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1950년대의 대표적인 정물화와 인물초상화 그리고 평생의 뮤즈이자 아내였던 아나벨과 서커스 테마가 등장하는 1960년대의 대표작들을 보여준다.

 

전시 중반은 거친 직선으로 표현한 잔혹한 아름다움을 가진 건축 풍경화와 강렬한 색상이 특징인 인물화 그리고 오디세이와 같은 문학작품을 소재로 한 대작들을 보여준다. 마지막 부분은 1990년대의 작품들로 구성되며 뷔페가 죽기 전까지 작업하였던 화려한 색상의 광대 시리즈와 죽음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홍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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