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연극 "비클래스" - 완전하지 못한 우리의 이야기 [공연예술]

글 입력 2019.06.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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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봉선 예술 학원은 A클래스와 B 클래스로 나뉜다. 학원의 스타일에 맞는 노래와 연기, 예술을 하거나 부와 명예가 있는 학생이라면 A클래스. 그렇지 못하면 B 클래스. 마지막 학기만 남겨 둔 김택상, 이수현, 치아키, 이환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패스 도장을 받기 위해 이를 받을 수 있는 졸업 공연을 함께 준비하게 된다.

B 클래스인 그들은 학교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서로 싸우면서 갈등만 커진다. 자신이 미래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서로 싸우며 힘들어하는 무대 위 그들을 보면, 나의 10대를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모두 완전하지 못한 아이였기에 완전하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학생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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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 예술 학원은 학생 개개인의 음악성을 바라보지 않고 계속해서 대학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예술 활동을 강요한다. 우리 현실에서도 입시 코디네이터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만들어질 정도로 학생들에게 오로지 대학에 가기 위한 교육을 펼치고 있다. 개개인의 미래를 생각하고 만들어나갈 준비를 하는 고등학교 생활이 아닌, 단순히 다음 목표로 세워진 대학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고등학교 생활인 것이다.

그러한 예술 학원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을 고민하고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이는 해결되지 않고 친구들과 부딪히며 더 심화한다. 작곡을 맡은 택상, 보컬을 맡은 수현, 피아노를 맡은 이환, 현대무용을 맡은 치아키 4명의 아이는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서로 성격도 다르고 일을 준비하는 태도도 다르고 각자의 생각이 달라 많이 싸운다.

서로가 예민한 상태에서 졸업 공연 준비를 하다 보니 싸우게 되고 서로의 아픈 곳을 더 할퀴고 생채기를 낸다. 서로에게 실례가 되고 말하고 나서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마음 아픈 말을 툭 던지는데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래서 더 이런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도 안타까웠다.

A클래스에 올라가면 뭐가 달라질 것 같냐고, 서로 떨어트릴려고 환장을 하고 있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다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는 대사 하나하나가 너무 현실이었고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 공연을 보는 도중 갑자기 울컥하기도 했다.



무대 위 아이들과 과거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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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에 재능이 있다고 믿었던 그들이 이 학원에 들어와 제대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학원에서 버려진 존재가 되었을 때의 그 자괴감과 비참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의 대사와 상황들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겉으로 강해 보이는 수현도, 행복해 보이고 세상 걱정 없이 좋아 보였던 치아키... 모두 그들은 아직 꿈을 꾸기에, 충분한 어린 학생들인데 너무나 차가운 현실이 그들을 가로막는 걸 보면서 그들만큼은 꼭 지켜주고 싶었다는 생각이 든다.

싸우면서 정든다는 말이 있듯 그들은 서로에게 자신을 풀어놓으면서, 진솔한 마음속 이야기들을 꺼낸다. 우정이 그렇게 생기는 듯싶었으나 한순간 깨져버리는 그 순간도 너무 안타까웠다. 친구 관계는 언제든 의도치 않게 갑자기 꺾여버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보통 공연을 보면 어떤 인물들의 의도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운 그런 배역이 있는데, 그 연극 <비클래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이해되고 내가 고등학교 때 한 번쯤은 다 겪었던 감정들을 가진 사람들이라 그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며 충분히 고개 끄덕이며 같이 마음 아파한 것 같다.

A클래스에 가야만 했던 택상이를 보면서 친구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그 마음을 안다. 그런 복잡한 심경을 가질수록 더 말이 심하게 나오고 친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는 것도 공감한다. 그리고 겨우 마음 다잡고 노력해보려는 수현이가 택상이의 소식을 듣고 난 뒤의 그 허무함과 고3 입시에서 너무나 많이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이기에 더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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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아가기

이 모든 것은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이 어떻게서든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게 현실이기도 해서 그들의 졸업 공연을 보며 더 울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를 돌아보면 웃었던 기억도 있지만 힘들었던 기억들이 분명히 많다.

우리가 노력해서 만든 결과에 대해 누구도 반응해주지 않고 인정해주지 않았을 때도 있고, 의도하지 않게 친구를 실망하게 하고, 내가 오로지 믿을 수 있었던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질 때도 있었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좀 마음이 나아지기도 한다.

그런 순간을 잊고 살아가다가 지금 이 연극을 보면서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극이 끝나고 그렇게 힘들게 버티면서 만들어온 결과가 현재인데 그만큼 내가 지금 행복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봉선 예술 학원의 아이들이 원했던 것처럼 만족할 만한 대학에 갔고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는데, 그렇게 엄청난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B 클래스의 수현, 택상, 이환, 치아키가 커서 재회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현재의 모든 B 클래스의 아이들에게도 그런 완전하지 못했던 내가 모여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고, 견디기만 하라고 전하고 싶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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