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 [전시]

글 입력 2019.06.03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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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에 갤러리가 있었다. 톤코하우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알고 보니 이제 갓 생긴 스튜디오구나. 건물 외벽부터 팔랑거리는 돼지와 쏟아지는 나비가 있어서 시선을 사로잡았다. 세상에나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이야. 생각만큼 규모는 적당했다. 캐릭터의 설정? 컨셉과 배경 등 스토리보드 같은 것들이 있었다. 너무 귀엽다. 이렇게 귀여운 일러스트들을 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 초-중학생 때 되고 싶었던 애니메이터가 떠올랐다. 나도 이런 케릭터와 세계관을 멋있게 만들고 싶어서 친구들끼리 그림 그리고 정하고 그랬었는데, 그때가 생각났다. 이름도 정하고 세계도 정하고 즐거웠는데.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전시였다.

캐릭터가 너무 귀여웠다. 왜인지 시무룩한 돼지들. 수채화 같은 그림도 있었고, 페인터로 그린 듯한 컨셉의 그림들도 있었다. 그냥.. 너무 귀여웠다. 몇가지 캐릭터로 무한정 만들어낼 수 있는 스토리 화면들. 컨셉만 보다보니 애니메이션이 보고 싶어졌다. 사실 내용을 모르고 컨셉만 보니까 그렇게 막 와닿지는 않았다. 작품을 보고 스토리를 상상하는 걸 즐기는 다른 친구와는 달리 나는 있는 스토리에서 살 덧붙이는 걸 좋아한다. 각 벽마다 작품의 제목들이 있어서 빨리 내용을 보고 싶었다.

2층 올라가는 계단에는 꺠알같은 드로잉들이 눈에 보였다. 아, 나는 이런 그림들이 좋더라. 깨알같은 낙서들. 직원분이 말씀해주시기를, 실제로 감독님이 오셔서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어쩐지 곳곳이 너무 귀엽더라. 그리고 앱을 사용해서 즐길 수 있는 캐릭터와 책을 소개해주셨다. 그리고 메인인 피그와 친구들 외 다른 감독님들의 다른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작업 중에 있는 그림들. 도깨비나, 로봇도 있었지만- 노래하는 벌?개미가 진짜 제일 귀여웠다. 난 역시 살짝 얼빵(?)해보이는 케릭터들이 좋더라. 그리고 안쪽 벽면은 통쨰로 낙서장이었다. 역시 센스있게, 적당히 배경을 그려넣어서 사람들이 쉽게 낙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나는 빈 공백을 더 채워줬다. 대빵 큰 피그 와 폭스, 엔트(혹은 비)를 그렸다. 음 마음에 들어. 그리고 적당히 다 둘러본 것 같아서 영상관으로 들어갔다.

뭄이 있었다.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처럼 포스트 아포칼립스? 한 번 멸망 후 세계였다. 해맑고 초원이 가득찬데 버려진 열차나 전화기 등 온갖 물건들이 호수로 떠올랐다. 그럼 노랭이는 그 속에 갇힌 추억,기억을 해방시켜주는 일을 한다. 굉장히 귀엽고 뭉글뭉글했다. 젤리 같은데 눈만 빤짝이니까 좀 무섭기도 하고.. 남자/여자를 나눈 것마냥 핑크색과 마스카라 등이 있어서 좀 애쉽기는 했지만, 애기 웃음소리로 함께 편안하게 봤다. 나도 같이 애가 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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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키퍼. 세상에.. 결론부터 말하면 동화치고 (굉장히) 우울했다. 그래서 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몽실몽실 부드러운 애기 돼지, 아빠가 하는 일- 댐 풍차를 돌린다. 뭘 막는지 모르겠지만 일 하고 나서 까매진 얼굴로 등교를 한다. 너무해 왕따라니. 내가 다 속상했다. 가족 하나 없이 꿋꿋이 일도 하고 학교도 가고. 쓸쓸함을 보니 왠지 만화 나루토가 생각나기도 하고. 그네 타고 혼자 앉아있는 뒷모습 나루토 엉엉. 여우가 전학왔다. 인싸 성격, 이기를 끄는데 착한 여우는 또 돼지를 도와준다.


아니 애기가 보는 거 치고 해리포터처럼 애기 괴롭히는 장면이 이렇게 슬퍼서야.. 흑. 화장실에서 짜져있는 돼지를 여우가 도와주고, 기분 풀 수 있도록 그림 그리면서 논다. 사실 그림 그리는게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낭만적으로 그려진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고 왔는데, 다음날 보니 여우가 자신을 조롱한 그림을 보게 된다. 아니 이렇게 갑자기 배신하는 게 어디있어.


그리고 암흑에 빠진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좋았다. 알람소리가 울려도 일을 하지 않았다. 나는 댐지기여서, 물을 막는 댐인 줄 알았다. 그래서 홍수가 생기나 했는데, 갑자기 암흑이 밀려왔다. 물이 아니라 어둠이었다.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어둠이 들이닥쳤다. 미세먼지 같은 황사 같은 어두움이지만 명확히 까만색이었다. 이렇게 어둠 속에 혼자 마스크 쓰고 있는 모습이 참 기이했다. 이렇게 어두워질지 상상도 못했어서 조금 충격적이었다.

나중에 다시 풍차를 돌려 어둠을 몰아내고, 여우는 사과를 하러 온다. 사실 사과가 아니라 '네 오해였어'같은 시츄에이션이었다. 그걸 보고 다시 웃는데, 나는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충분히 오해할 소지가 있는 그림인데, 그걸 보고 충분히 마음의 상처를 입었는데, '설마 너 이걸 잘못 이해한거야? 하하'라는 반응에 머쓱하게 웃고 끝내서 지나가는 게 어디있어. 내가 더 속상하고 화나네. 그간의 마음 고생은 어떤지. 소외되는 경험은 겪어봐야 안다고.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어두움이 내려앉은 모습이 통쾌했다. 역시 나루토도 자신을 괴롭혔던 마을을 날려버렸어야 했어.. 라는 쓸 데 없는 생각도 조금 해보았다. 만약 여우가 돼지의 오해인 걸 알고도 사과했다면, 더 마음에 들었을 것 같다.


사람 마음 속에는 누구나 어두움이 자리잡고 있다. 없는 사람은 없을 걸. 상처도 어두움도 갖고 있다. 예술은 사람의 감정을 대신 표출해주어 대리만족,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이것도 아이들의, 그리고 아이들에 국한되지 않으니 어른들에게까지도 위로가 되어준다. 넌 혼자가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다음 키퍼도 보고 싶었으나 무려 45분짜리였고.. 시간이 안돼서 이정도만 보고 나왔다. 세상에나 이렇게 귀여운 돼지에게 이런 암흑이라니.. 너무 좋았다. 이 캐릭터들로, 이 스튜디오를 얼마나 더 키우고 성장할지 궁금해진다. 일단 나는 이 초창기의 전시를 봤어! 라고 자랑할 수 있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톤코하우스 응원합니다! 다음 애니메이션도 기대할게요! 전시를 얘기하자면 공간 활용과 깨알같은 아이템을 잘 살려서 아기자기하고 참 좋았다. 모처럼의 여유롭고, 단란한, 담백한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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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노트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의 주요 멤버 로버트 콘도(Robert Kondo)와 다이스케 ‘다이스’ 츠츠미(Daisuke ‘Dice’ Tsutsumi)가 독립해 만든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특별전”이 5월 3일부터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로버트와 다이스는 픽사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토이스토리 3> <월-E> <몬스터 대학교> <카2> <라따뚜이> 등의 작품에서 활약했으며 픽사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자신들만의 스토리를 보여주기 위해 2014년 톤코하우스를 설립, 2D, 3D 영화를 비롯하여 TV 시리즈, 도서, 게임, 교육 자료 및 전시회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복합 미디어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8월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청담동 톤코하우스 특별 전시장 약 400 평방 미터 규모에서 스케치, 원화, 캐릭터, 영상물 등 140여 점을 선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위치한 톤코하우스 스튜디오 모습이 전시장 내 재현되고 다양한 작품들의 제작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현재 작업중인 캐릭터들과 미공개 작품들이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스크리닝 룸에서는 2015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분에 노미네이트 됐던 톤코하우스의 첫 작품 <댐키퍼 (The Dam Keeper)>와 2016년 작품 <뭄 (Moom)>, 그리고 2018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 작품 <댐키퍼: 피그 이야기 (Pig: The Dam Keeper Poems)>가 상영된다. 전시장 한 켠에는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KIAFA)와 협업, 촉망 받는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톤코하우스 작품을 재해석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톤코하우스 증강현실(AR) 앱을 다운받아 실행하면 움직이는 3차원 가상 캐릭터를 전시장 전경에 담아보는 즐거운 경험도 할 수 있다.


톤코하우스 특별전에는 작품 감상 이외에 직접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평소 예술 작품을 통한 교육 프로젝트 개발에 노력을 쏟고 있는 톤코하우스의 결과물이다.


만 4-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술과 교육을 접목시켜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우고자 기획된 톤코하우스 워크북이 이번 전시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이 워크북은 현 톤코하우스 아트디렉터이자 전 구글 비주얼 디자이너, 두들러로 활동한 마이크 더튼이 담당했다. 마이크 더튼은 세계 여러 나라의 명절, 이벤트, 인물, 문화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구글 로고 두들을 기발하고 다양하게 표현해 주목 받은 인물이다.


톤코하우스의 <댐키퍼> 시리즈는 환경 오염, 미세먼지, 학교 내에서의 따돌림과 같은 사회 이슈를 다룬다. 친숙한 동물 캐릭터를 바탕으로 탄탄한 스토리, 따뜻한 색감과 빛을 활용하여 다소 무거운 주제를 서정적으로 풀어나간다. 그 속에서 가족의 사랑과 친구와의 우정, 책임감과 이타 정신, 환경 보호에 대한 톤코하우스 작품 주제를 전달한다.


애니메이션만이 줄 수 있는 꿈과 상상력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여 서로 교감할 수 있게 한다. ‘모든 사람들이 재미와 깨달음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인 톤코하우스는 이번 전시를 통한 한국 관람객들과의 만남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톤코하우스는 페스티벌, 영화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앞으로 애니메이션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비전을 보여주고자 한다.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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