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만나다 -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전

글 입력 2019.06.0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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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글한 귀여운 외모를 지닌 아기 돼지와 어딘지 개구진 표정을 한 그의 친구 붉은 여우.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두 캐릭터가 이끌어나가는 애니메이션 <댐 키퍼>는 아기자기한 그림체뿐 아니라 마음 깊은 곳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서울에 톤코하우스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특유의 퐁신퐁신한 컬러와 이미지가 담긴 포스터를 보고 반해 득달같이 달려갔지만, 사실 애니메이션을 미리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전시를 다녀온 후 최애 애니메이션은 <댐 키퍼>가 됐을 정도로 감명 깊은 이야기를 선물받았기에, 진심이 가득 담긴 리뷰를 써볼까 한다.

톤코하우스는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소재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다. 일본 도쿄 출신 아티스트로 픽사를 비롯한 다양한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한 다이스케 다이스 츠츠미와 픽사의 아트디렉터이자 프로덕션 디자이너인 로버트 콘도가 만나 결성됐다.


화려한 경력 못지않게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자적인 따스한 감성을 지닌 이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재미와 꺠달음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호기심을 자극하고 영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을 사명으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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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세상에 한줌 사랑을 전하는 이들의 애니메이션은 세계로 이름을 알려나가는 중으로, 이번 서울 전시는 스튜디오의 역사와 제작 애니메이션, 다양한 2차 창작물, 더 나아가 실제로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는 별도의 룸을 갖춰 무척 풍부한 볼거리를 전한다.


특히 매 시간대에 따라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달라지므로, 미리 상영 시간을 파악하고 가면 더욱 알차게 전시를 즐길 수 있으니 참고할 것.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아예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2층에 먼저 올라가서 애니메이션을 쭉 보고 1층으로 내려오면 좀 더 재미있게 전시를 볼 수 있을 듯 하다.


전시는 총 2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1층은 톤코하우스의 시작과 더불어 메인 애니메이션 두 가지를 함께 소개한다. 가장 유명한 작품인 <댐 키퍼>의 제작 과정과 캐릭터 스케치 등을 꼼꼼하게 볼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전시장 중간에 놓인 거대한 돼지 피규어는 그 자체로 엄청난 포토존. <댐 키퍼>는 언뜻 보면 귀여운 동화 같지만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왕따, 소외, 정신적 스트레스 등 삶의 다양한 모습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홀로 댐 위에 살며 어둠이 몰려오지 않게 풍차를 관리하는 돼지는 그 누구보다 귀중한 일을 맡고 있지만, 오히려 더러워진 얼굴과 옷으로 놀림받으며 따돌림받는 존재다. 이때 돼지가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 여우는 함께 낙서하고 그림을 그리며 점차 친해진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돼지는 댐 관리를 소홀히 해 세상을 어둠에 빠뜨리나 다시 극복하고 원상복귀 시키며, 그를 찾아온 여우와 만나는 것으로 오리지날 스토리가 마무리된다. 스토리만 보면 무난한 내용 같지만 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표현력과 상상력에 미친듯이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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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처럼 빛이 번진 듯 자연스러운 수채화 느낌의 작화를 바라보노라면 그 자체로 가슴이 따듯해지는 걸 느낀다. 스틸컷도 스틸컷이지만 이 동화틱한 그림이 실제로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을 봐야 한다. 이 애니메이션을 만든 이들은 정말 생각을 깊게 했구나 싶어지는 부분. 남녀노소 흥미로워할 만한 이 이야기는 실제로 학교에서 효과적인 단체 상담을 이끌어낼 정도로 감정적, 정서적으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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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스토리는 그 작품상을 인정받아 글로벌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으며, 그래픽 노블이나 3D 애니메이션 등으로 변주되고 있다. 특히 전시관 한쪽에서 3D 애니메이션 일부를 상영하는데 정말 꼭 보길 추천하고 싶다. 눈으로 느껴지는 보송보송한 털의 부드러움과 실크 살결에 만지고 싶다는 생각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든다.

이외에 한켠에서는 단편 영화 <뭄>이 상영돼 톤코하우스가 제작한 다양한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을 접할 수 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스토리라인은 그대로, 잊히고 버려진 물건들에 대한 기억이 살고 있는 신비로운 땅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특유의 따듯한 색감으로 빚어낸 말랑말랑한 캐릭터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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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올라가면 다른 애니메이션에 대한 설명과 함께 체험 콘텐츠를 만들어 전시에 몰입하도록 이끈다. 가장 안쪽에 별도로 분리된 룸에는 몇 개의 벽을 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그림판이 자리한다. 톤코하우스의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본 만큼 자신만의 상상력을 덧대 그림을 그려보는 코너다. 숨어있던 상상력 고수들이 여기저기 그려놓은 그림을 보는 것 만으로도 재미있었고, 또 동행한 친구와 우리만의 캐릭터를 그리며 동심에 젖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어딘가에 낙서를 한다는 게 생각보다 오랜만의 일이라 느낌이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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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곳곳에 숨어있는 캐릭터들이 시선을 끄는데, 현수막에 설명된 톤코하우스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재미있는 AR 체험을 할 수도 있다. 화면에 표시된 캐릭터를 벽 어딘가에서 찾아 가져다 대면 여우가 잘했다고 뿅 하고 등장, 캐릭터를 모두 모으면 거대한 도깨비를 화면에 소환할 수 있는 기능이 열린다. 방문했던 시간대가 폐장 직전이었기에 관람객이 우리밖에 없어서 온갖 곳을 쏘다니며 포켓몬 잡듯 캐릭터를 모았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시종 깔깔대며 앱을 즐겼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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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상영관에서 눈물을 또 쏟으며 감상을 하다가 내려오는 길. 출구 전에는 기프트샵이 있다. 제작자 사인이 들어간 한정판 책부터 실생활에 다양하게 사용 가능한 굿즈까지 꽤 선택 폭이 넓다. 친구와 나는 귀염둥이 돼지가 그려진 손거울을 사 들고 전시장을 나섰다.


들어가기 전에 유리에 그려진 돼지 친구를 봤을 때랑 나와서 봤을 때랑 감흥이 전혀 다르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있다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유튜브로 복습하고 끊임없이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내용을 곱씹었다. 애니메이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대만족할 전시라고 생각한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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