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판소리와 ASMR, 뉴트로의 탄생 - '춘향전쟁'

음향을 느껴보세요.
글 입력 2019.05.3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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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판소리에 ASMR이요? 

레트로가 유행을 넘어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 SNS에서 인기 있다는 카페들은 대부분이 7, 80년대 레트로 컨셉이다. 단순히 ‘과거의 향수’ 때문만은 아니다. 레트로 컨셉을 향유하는 대다수가 20대라는 것을 고려하면, 7, 80년대 이미지는 하나의 ‘힙’한 무언가가 되었다는 게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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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든 퓨전이든, 1탄을 넘어서는 2탄이 탄생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정전이 정전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원작 그 자체가 매력적이고, 희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고나 퓨전 컨셉의 창작물이 큰 성취를 이루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그 1차, 즉 원작이 된 창작물이나 시대 자체를 사랑했거나 겪어봤던 사람들이라면 레트로나 퓨전으로 재탄생한 2차를 꽤 까다로운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사랑받았던 이유는 그 시대를 충실히 고증함에 더불어, 시대를 겪지 않았던 1, 20대들도 공감할 수 있도록 세련되게 다듬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레트로에서 중요한 것은 어울리지 않을 법한 것들을 매력적으로 어울리는 것, 이 아닐까.

하지만 ‘춘향전쟁’에서 이런 걱정은 기우가 아닐까 싶다. 정동극장의 창작ing 시리즈 중 ‘적벽’은, 이미 한껏 우린 원작에서 또 다른 새로움을 우려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더불어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장르인 판소리를 쉽게, 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게 가미하여 극의 중심을 잃지 않았다.

판소리와 밴드 음악, 적벽대전과 21세기를 훌륭하게 섞어 낸 전적이 있으니, ‘춘향전쟁’ 또한 소름 돋게 세련된 레트로를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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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과 2019년


이 극은 1961년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과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이 연이어 개봉했던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개봉 전에는 대부분 젊은 배우와 베테랑 감독의 콜라보였던 ‘춘향전’의 승리를 예견했지만, 결과적으로 ‘성춘향’이 서울 관객 36만 명을 기록하며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흥행을 기록했다.

‘춘향전쟁’은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은 영화들의 전쟁을 배경으로, 톡톡 튀는 상상력과 음악적 실험성을 더한다. 1961년과 2019년의 조화, 감히 상상되지 않지만 그만큼 큰 기대감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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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쟁’은 과거의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구성되었지만, 현대적 형식으로 이를 재해석한 ‘뉴트로’ 작품이다. 극은 영화 개봉을 앞둔 어느 날, 영화감독 신상옥과 폴리아티스트가 완성도 있는 음악을 영화에 덧입히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폴리아티스트, 조금은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이들의 일은 전혀 낯설지 않다. 이들은 영화 전반에 목소리와 배경음악을 제외한 소리 중 물체 고유의 소리를 녹음하는 역할을 한다. 영화의 소리를 완성하는 직업인 것이다.

이때 이 극에서는 실제 영화 ‘성춘향’의 영상 위에 소리를 입히는 장면을 보여주며 음향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성한다. 더불어 세련된 국악이 함께 극을 이끌어 나가, 전통 음향과 현대 음향의 조화를 선사한다. 단순히 복고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재와 과거를 아름답게 섞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ASMR, 음향을 느끼다


공연에서 음향이 빠지면 어떻게 될까. 내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음악 때문이다. 무대 앞에서 느낄 수 있는 벅찬 감동은 음악과 음향으로 완성된다. ‘춘향전쟁’은 이러한 음향의 중요성을 시청각적으로 구현한다. 영화 ‘성춘향’의 성공은 음향 효과가 만들어냈다고 이야기하며 폴리아티스트를 통해 소리의 세계를 보여준다. 콩으로 만드는 파도소리, 풍선으로 만드는 불꽃놀이 소리 등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영화 음향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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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표현하는 방식의 확장을 보여주고 싶다. 연구자들의 악기가 음향효과의 도구가 되고 소리꾼의 목소리는 또 다른 악기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소리의 표현방식이 다양하다. 소리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다.

- 신창렬 작곡가


이 극이 가진 소재와 무기는 충분하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뉴트로, 영화 음향이라는 독특한 소재, 그리고 무대에서 많이 시도되지 않았던 ASMR까지. 이제 이 많은 매력을 어떻게 뒤섞어 훌륭한 레트로를 만들어낼 지가 관건이다. 정동극장이 다시 한 번 더 세련된 문제작을 탄생시켰으리라 기대한다.


시놉시스

1961년, 서울. 통행금지 직전. 내일이면 그 유명한 춘향전쟁! 김지미 대 최은희, 홍감독 대 신감독, 국제극장 대 명보극장!

영화 ‘성춘향’ VS ‘춘향전’을 둘러싼 숙명의 대결이 펼쳐지는 역사적인 순간이 다가오는데! 그런데 이때, 영화상영 준비에 한창이어야 할 신상옥 감독이 한양녹음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영화 ‘성춘향’의 폴리아티스트 세형이 원본 필름을 들고 잠적해버린 것이었다. 개봉은 내일, 과연 신감독은 무사히 필름을 극장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인가? 세헝은 도대체 왜 필름을 가지고 잠적한 것일까? 과연 이 소리전쟁의 승리자는 누가 될 것인가?

※ 이 작품은 당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여 작가의 상상력으로 구성한 픽션드라마입니다.



공연정보

공연일정: 2019. 6. 5 ~ 6. 23

공연시간: 화 - 토 8시, 일 3시 (월 쉼)

공연장소: 정동극장

스태프: 작·작사 경민선, 작곡·음악감독 신창렬, 연출 변정주, 작창 김봉영, 기술연출 김용국, 무대 남경식, 조명 이주원, 음향 조의근, 영상 김일현, 의상 김보영 외

출연: 신감독·소리꾼役  김봉영, 오단해 / 이세형(폴리아티스트)役  오대석, 김대곤

러닝타임: 80분(예정)

관람료: R석 5만원, S석 3만원

주최/제작: (재)정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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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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