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온 감각으로 느끼는 커피 - 커피사회 [시각예술]

ACC <커피사회>展을 다녀오다
글 입력 2019.05.3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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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빠지게 된 계기는 대학교 1학년 때이다. 용돈을 아끼기 위한 목적으로 가장 싼 가격의 ‘아메리카노’를 처음 마시기 시작했는데 나의 최애 음료로 거듭났다. 목이 마를 때, 피로를 풀고 싶을 때, 소화시키고 싶을 때 등등 모든 이유에서 커피를 찾았다. 그러다 보니 점점 커피를 만드는 방식을 알고 싶었고, 커피의 역사도 궁금해졌고, 다양한 카페 방문도 잦아졌다. 이 모든 것을 한 곳에서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 <커피사회>였다.



커피사회는 근현대생활문화에 녹아들어간 커피 문화의 변천사를 조명하고 일상 속에서 만나는 우리 사회의 커피 문화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기획된 전시이다.


본 전시가 개최되었던 옛 서울역은 근현대의 상징적 공간이면서, 그릴, 1.2등 대합실 티룸에서 본격적인 커피문화가 시작된 공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서울역에서 시작된 커피문화의 의미를 광주로 이어 지역의 다방문화를 읽어보는 기획의 장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 전시 도록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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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권은 티켓이 아닌 커피를 담을 수 있는 ‘종이컵’이었다. 이 컵을 통해 전시 중간에 복합3관과 4관에서 커피를 마셔볼 수 있었다. 커피사회에 걸맞은 귀여운 입장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인 전시를 둘러보기 전부터 기대감을 한층 높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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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청곡(토요디제이부쓰)_씨없는 수박 김대중



그리고 바로 보이는 곳이 바로 음악다방이다. 다방이라는 이름이 예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신청곡에 따라 음악을 틀어주는 방식은 우리가 지금 음악을 즐기는 방식과 비슷하다. 화면 안에서 기계가 선곡한 노래를 틀어주기 때문이다. 직접 손으로 적어 음악을 신청하는 방식 그리고 형광빛의 트렌디한 부스는 과거와 지금을 이어주는 것 같다. 이러한 결합을 통해 관객들이 음악다방의 문턱을 낮추게끔 한다.


작가는 음악의 힘을 믿는다. 어떤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공간에서 시대를 결합할 수 있는 것은 음악만큼 큰 잠재력을 가진 매체가 없기에, 본격적인 전시의 시작 전 관람객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전시에 녹아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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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케이크, 트리_박길종



큰 규모와 나란히 진열된 커피용품들에 눈길을 빼앗겼다. 작품의 맨 꼭대기를 보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다. 그리고 순서대로 커피 잔, 커피 그라인더, 커피와 잘 어우러지는 음반이 놓여있다. 아름다운 음악,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주는 기계, 예쁜 찻잔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만이 마련되어 있다면 행복을 완성시킬 수 있다. 커피사회를 향유하는 모든 이들의 행복을 나열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멀리서 봤을 때, 하나의 거대한 케이크 또는 초록빛 천으로 인해 트리를 연상케 한다. 작품명 <커피, 케이크, 트리>를 보고 참으로 재밌고 정직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소들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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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림쌀롱



이색적인 즐거움을 선사해줬던 점은 바로 이것이다. 광주의 양림동에서 운영되는 콘텐츠를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옮겨와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광주의 근대 역사에 귀 기울이게 했다. 양림쌀롱은 공연, 문학, 차 등을 즐길 수 있는 문화축제이다. 마을과 예술인 그리고 시민이 모두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 각광받고 있다. 1930년대를 중점적으로 다루는데, 당시의 분위기에 흠뻑 취할 수 있도록 당시의 엔틱한 가구와 소품, 의류 등을 마련해 두었다.


순회전은 광주의 근현대 문화와 커피를 집중조명 하고 있는데, 그때의 생생함 전달을 양림쌀롱이 하고 있었다. 이 신선한 팝업스토어로 남녀노소 불문 많은 관람객들이 가장 즐겁게 또 부담 없이 이 전시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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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_백현진



온몸으로 커피를 느낄 수 있었던 설치작품이다. 로스팅한 커피콩이 바닥에 가득 널려있고, 커피 향이 진동하고, 100Hz미만의 저음이 울린다. 후각, 촉각, 청각, 시각 모든 감각을 곤두세우게 했다. 온 감각으로 커피를 느끼며 사색의 공간 또는 즐거움의 공간을 선사한다. 앞쪽에 위치한 거울은 커피의 공간을 확장시키는 착시를 일으켜 커피 그 자체 혹은 이곳에 서있는 나 자체에 초점을 맞추게 한다.


온 감각으로 커피를 만나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냄새를 들이마셨다가, 손으로 한번 만져봤다가, 커피 가루로 범벅된 발을 들여다 보기도 했다. 커피 사회에 살아가는 나를 마주할 기회를 갖게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고 재밌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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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의 맛 _ 로이스 커피



눈과 몸과 향으로 즐겼던 커피를 입으로 즐기며 전시 관람을 마무리 했다. 시대마다 커피 맛은 조금씩 다르다. 여기선 가장 근대의 커피를 마실 수 있게끔 했다. 전시를 통해 둘러본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을 경험하게 한다. 특정시간에 맞춰 입장권(종이컵)에 커피를 받을 수 있었고, 매주 다른 카페들이 색다른 맛들을 전해주었다.


커피 애호가에게 커피 사회란 모든 것이 호기심투성이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커피의 역사를 쭉 살피며 무언가 더 깊은 애정이 생긴 것 같다. 커피를 흠뻑 느끼고 싶다면 <커피사회> 관람을 추천하고 싶다.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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