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상에서 찾은 신파 [공연예술]

1930년대 희곡, 신파극에 대하여
글 입력 2019.05.3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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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서재엔 다양한 책이 꽂혀 있다. 그래서 심심해지면 아버지의 책장을 둘러보며 시간을 떼우곤 하는데, 여러 책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던 중 책장 한 구석에 먼지 쌓인 채 박혀있는 ‘희곡’에 대한 책을 들어 읽어 보았다. ‘유민영’ 저자의 ‘해방 50년의 희곡’이라는 책이었는데, 문학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 어렵지만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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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눈에 띄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신파극’이다. 나는 사실 희곡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신파극이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반가운 마음이 컸다. 고등학교 때 ‘한국사’를 배우면서 수도 없이 들어봤지만 정작 깊게 공부해보지는 않았던 신파극.


신파극을 더 깊게 책에서 공부해보고 싶었으나 책 속에서 신파극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찾기 힘들었다. 다만 책에서는 신파극에 대해 1930년대 이후 희곡계 특징으로 사실주의 희곡만이 활자화되어 발표되었을 뿐 신파극 등의 작품들은 대본공연으로만 끝났다고 하며 문학성에 있어 낙후되어 있었음을 지적하는데, 이것이 나로 하여금 더욱 신파극에 대한 의지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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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극은 1910년대 초부터 1940년대 말까지 신극사(新劇史)의 주류를 이루었던 연극 양식의 하나로서 현대 세상 풍속과 인정 비화를 제재로 하는 통속적인 연극이다. 대체로 무르녹은 연애, 엽기적인 사건 등 강렬한 정서적 자극이 있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연극사로 볼 때 신파극은 일제강점기에 유행한 대중오락극 정도로 볼 수 있는데, 한국 신파극은 일본 신파극을 거의 그대로 직수입한 것이므로 일본 신파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한국 신파극은 언어만 달랐을 뿐 거의 모든 것이 일본의 양식 그대로였다. 신파라는 명칭은 가부키에 대립하는 연극이라는 의미에서 ‘신파’라 칭하였으며 이에 대해 가부키는 ‘쿠파’로 불렸다.


신파극, 즉 신파 대중극 작가 중 ‘이서구’라는 인물이 있다. 이서구는 1899년 서울에서 태어나 1923년에 유학생들과 함께 동경에서 극단 토월회(土月會)를 창립함으로써 연극운동에 뛰어들었다. 1935년에는 동양극장 설립과 함께 전속 극작가로 활약하였는데, 이때가 이서구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전쟁 후에는 방송국 쪽으로 방향을 돌려서 「햇빛 쏟아지는 벌판」 등 수많은 라디오드라마를 썼고, 텔레비전 방송국이 등장한 뒤에는 주로 텔레비전 연속극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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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구의 작품은 주로 대중의 비극적 정서에 호소한 신파 희곡이 많으며, 역사극에 능하였다. 주요 희곡작품으로는 「동백꽃」(1925), 역사극 3부작 「폐허에 우는 충혼」, 「배소(配所)의 월색(月色)」, 「서광 3천리」(1925), 「어머니의 힘」(1930)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어머니의 힘」은 기생을 여주인공으로 한 전형적인 신파희곡으로,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이서구는 동양극장시절 임선규 등과 함께 이 땅에 신파극을 대중극으로 토착화하는 데 기여한 대중극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 평범한 다른 문학도 쉬운 것이 아니었을 텐데 그렇게 환영받지 못했던 ‘희곡’을 주요 업으로 삼았던 그들의 모습이 참 신기하다. 비록 친일 행적이 있지만 신파극이라는 신극(新劇)을 한국에 자리 잡게 하고 이후 대중극으로 발전시킨 데에는 개척자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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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문학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렇듯 ‘지조’와 ‘신념’을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문학을 이 땅에서 개척해나갈 수 있을까. 평범하고 똑같은 지루한 일상이 반복되던 찰나 아버지의 서재에서 자리하고 있던 ‘신파극’의 발견은 내게 ‘나의 문학’을 생각하게 해 본 좋은 경험이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일상이 지루하다면 누군가의 서재를 잠시 뒤적여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이것이 일상에서 찾은 ‘신파(新派)’일지도 모르겠다.



[이정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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