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

전지적 고양이 시점에서
글 입력 2019.05.27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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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1964년 출간된 이래 전 세계적 사랑을 받은 고양이 책의 고전, 드디어 출간. 한마디로 ‘묘’한 책이다. 기묘한 시작과 동시에 읽는 내내 고양이 울음소리 ‘Meow’가 머릿속에 맴도는 책으로, 책을 덮을 때쯤 누구나 애묘가가 되어버린다.

책이 되기 전 원고의 저자는 고양이다. 어릴 적 엄마를 잃고 집도 없는 사고무탁 고양이가 인간 가족을 접수하고 어떻게 그 집의 여왕으로 살아가는지 도도하게 말한다. 아기 고양이들과 길 잃은 고양이, 집 없는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썼으며, 내용은 고양이계의 데일 카네기가 전하는 ‘고양이-인간 관계론’이다.

이 원고는 우연한 기회에 암호 해독 기술을 지닌 작가에게 주어졌고 작가는 고양이 언어로 쓰인 원고를 온전한 책으로 발간한다. 책은 미국, 일본, 중국 등지에서 출간되었으며 50여 년 동안 고양이 책의 고전이 되었다.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기 위해’ 고양이들이 보여주는 센스는 인간의 뇌로는 따라갈 수 없다.

이 세상 존재가 아닌 듯 그들만의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친구이자 적, 고양이가 들려주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 본질적 질문에 답하는 신묘한 책이다.



저역자 소개


지은이 폴 갈리코

미국의 소설가. 1941년 발표한 <흰기러기>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고, 오 헨리 상을 수상했다. 그는 24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생활한 유명한 애묘가이기도 하다. <무례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은 1964년 출간된 뒤 지금까지도 미국과 유럽의 애묘가들 사이에서 ‘고양이 책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제니>, <토마시나>, <영예로운 고양이>, 등 고양이의 기질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꾸준히 내놓았고 그중 <토마시나>는 디즈니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재난 영화의 효시인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옮긴이 조동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영화학과 대학원 과정을 수료했다. 문화 잡지 ‘이매진’ 수석 기자, ‘야후 스타일’ 편집장을 거쳐, 지금은 문화평론가와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템테이션>, <모멘트>, <빅 픽처>, <파리에 간 고양이>, <프로방스에 간 고양이>, <브로크백 마운틴>, <매일매일 아티스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배드 대드>, <웨스 앤더슨 컬렉션: 일곱 가지 컬러>, <기묘한 사람들>, <텔리니> 등 다수가 있다.





우선 책의 기본 설정이 신선했기에 내 흥미를 돋우었다. 저자는 이 책의 원본을 별나게 건네받았다고 첫 문장에 밝힌다. 그 뒤로 계속 이어지는 글은 더더욱 재미있었다. 저자에게 원고를 건넨 이웃은 출판사 편집자인데, 어느 날 아침을 먹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려서 나가봤더니 현관 매트 위에 웬 두꺼운 원고 뭉치가 놓여 있었다는 것.

편집자이니 이런 식으로 배달되는 원고에 익숙하긴 했지만, 배달원도 없고 거리는 텅 비어있어 놀란다. 그리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희귀한 암호로 가득 채워진 미스터리한 원고. 저자는 암호에 일가견이 있고 또 전쟁 때 실제로 암호를 해독한 경험이 있어 이 신비스러운 원고를 해독하기로 결심, 그리고 해독 과정 중에 이 원고를 쓴 저자는 바로 고양이라고 추측한다. 저자는 원고를 정말로 누가 썼는지는 여전히 추측에 머물러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결론을 내린다. 놀라운 재능을 지닌 한 고양이가 편집인과 발행인을 완전히 사로잡아 이렇게 책을 내도록 만들었듯이, 나중에는 고양이가 인간을 완전히 접수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과연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이 책은 스트릿 출신의 고양이 시점에서 멍청한 인간들의 집을 어떻게 '접수'해나가고 완벽한 고양이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어린 고양이들에게 꿀팁을 전수하고 있다. 어떻게 인간의 집을 방문하여 결국 그 집에서 눌러살 수 있는지, 인간은 어떤 성격과 특징을 가진 희한한 존재인지, 왜 동물 병원을 가야 하는지, 이런저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혹은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고양이로써 가져야 할 태도와 자세는 어떠한지, 놀이나 오락, 혹은 말하기에 대해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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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 쓰인 책이다 보니 지금 시대상과는 맞지 않는 점이 꽤 많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 책이 처음 출판되고 난 후 적어도 50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 읽기 불편한 묘사나, 어린 길고양이들을 위한답시고 고양이의 시점에서 글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고양이를 기르는 집사의 시점에서는 조금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이 쓰인 시대의 정서와 지금의 정서와는 매우 다른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것은 바로 귀여운 '고양이'이다. 이 책이 1960년대에 쓰인 것이든, 지금 현대에 쓰인 것이든 시대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고양이의 커다란 보석같은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세상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을 한껏 담아내어 읽는 이로 하여금 기쁨과 즐거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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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고양이를 모시고 있는 집사로서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에서 공감했다. 인간은 사실 외로운 존재라는 것. 사실 나도 우리 고양이가 집으로 오기 전까지 아무런 삶의 낙을 느끼지 못했다. 한 치의 과장도 없이, 정말로 삶에 있어서 즐거움도 기쁨도 모르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 그림을 그려야하면 그림을 그렸고, 글을 써야했으면 그냥 글을 써야했다. 집은 그냥 집이니까, 하고 기계적인 삶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러던 와중에 아주 우연히도 조그만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고, 그 때만해도 고양이에 대해 잘은 몰랐던 터라 고양이를 키워가며 나도 같이 성장했다. 어린 고양이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는지, 고양이의 사회성과 인간과의 의사소통 신장을 위해 마치 사람의 아이처럼 어릴 때에 고양이에게도 말을 많이 걸어줘야하는지도 그 때 처음 알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집 고양이의 어린 시절이 새록 새록 떠올랐다.


Photo by Raphael MARTIN on Unsplash.jpg
 


함께 사는 인간이 슬프고 속상하고 외롭고 우울해서 고양이에게 의지할 때도 있다. 고양이를 안고 쓰다듬으며 위안을 얻고 싶은 것이다. 인간이 이런 감정인지 아닌지는 고양이라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럴 땐 순순히 몸을 맡기는 게 매너 있는 행동이다. 그냥 편하게 있으면 된다. 할 수 있다면 인간의 손을 한두 번 핥아도 좋다.


- p.131



특히 공감이 갔던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함께 사는 인간이 슬프고 속상해서 외롭고 우울해서 고양이에게 의지할 때도 있다.' 실제로 나나 우리 가족들이 우울하거나 슬퍼할때 고양이가 와서 손등을 핥아주거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리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그 때만큼 고양이가 위로가 될 때가 없다. 고양이는 비록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하지만 그들의 맑디 맑은 두 눈을 들여다보면 사람이 할 수 있는 말 보다도 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다.

우리집 고양이는 내가 몸이 안좋아 오랫동안 침대에 누워있으면 조심스레 내 방으로 들어와 내 안색을 살피기도 한다. 평소 일어나는 시각이 지나도록 방에서 나오지 않아도 걱정이 되는지 방으로 찾아온다. 그러고는 몸을 기울여 내 얼굴을 살피고 내가 괜찮다 싶으면 발 한 쪽을 털고는 이내 방을 빠져나간다. 어떨 때는 고양이가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도 종종 한다.


Photo by Veronika Homchis on Unsplash.jpg
 

고양이는 털도 많이 빠지고, 제멋대로 인데다가 종종 털을 토해내기도 하고, 가끔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이상한 행동도 하지만 바로 그 점들이 고양이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털이 많이 빠지는 것 쯤은 하루에 청소기를 2번 돌리면 되고, 제멋대로 인 것은 사람도 마찬가지이며 털을 토해내면 그냥 휴지로 잘 치우면 된다.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이상한 행동들은 고양이 자체를 더욱 흥미로운 존재로 만들어준다.

이 책에서 인간은 흠도 많고 결점도 많고 이상한 존재로 묘사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고양이를 필요로 하는 것같다. 서로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서, 보완해나가는 존재. 인생의 동반자이자 영원한 친구이고 가족인 고양이. 이 책은 바로 그런 고양이의 매력적인 면들을 한층 더 강조해준다.



출판사 서평


인간 세상에 공개된 고양이가 쓴 책

어느 날 집 앞으로 배달된 주인 없는 원고 한 통. 그 속엔 알아볼 수 없는 암호들이 가득했다. 원고를 쓴 이의 정체는 ‘거얀이’. 오랜 집고양이 생활로 지혜를 터득한 고양이가 어린 고양이들을 위해 쓴 지침서로, 인간과 공존하며 안락한 삶을 살기 위한 비법과 처세술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오직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인간의 교활하고, 우유부단하고, 욕심 많은 본성을 온 세상에 까발려 놓는다. 솔직한 고양이의 화법은 유머러스하기도, 씁쓸하기도 하다.

이 비밀스러운 원고는 1964년 폴 갈리코가 번역 출간한 이래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고양이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고양이가 하는 말을 한번쯤 알아듣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 고양이의 행동과 속마음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인간과 고양이. 이렇게나 다른 두 동물이 어쩌다 함께 살게 된 걸까?

이 책은 철저히 고양이를 중심으로 쓰였다. 고양이로서 어떻게 인간을 이해할 것인지가 아닌, 인간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 적혀 있다. 그렇게 인간을 접수하고 길들이며 원하는 것을 마음껏 얻어내는 고양이들. 그럼에도 우리는 왜 고양이를 사랑하는가? 이 책에 따르면 인간은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은 어리석은 존재라고 한다. 다만 한 가지, 강렬하고 멋진 것이 있는데, 바로 ‘사랑’을 할 줄 아는 존재라는 것. 그래서 언제나 외로운 인간은 고양이를 원한다. 그리고 고양이는 그런 인간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간택 당했다’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인간은 고양이를 위해 무언가를 해줬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고양이가 얻어낸 것은 아닌가? 사랑스러운 책이지만 읽을수록 마음은 복잡해지고, 복잡해질수록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이다.


진짜 애묘인이 번역한 고양이 책

이 책의 원고를 번역한 폴 갈리코는 <흰기러기>를 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다. 디즈니 영화 <토마시나의 세가지 삶>, 재난 영화의 효시인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원작자이기도 한 그는 실제로 24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생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다수 펴냈을 정도로 누구보다 고양이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사랑한다. “내 고양이는 안 그래!”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드러나는 그의 절절한 마음은 수많은 애묘인들의 공감을 샀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란 동서고금이 없으리라.

이 책은 고양이에 대한 애틋함과 동시에 한 가지 사실을 더 깨닫게 해준다. 사람들은 세상에서 자기 고양이가 가장 특별하다고 믿지만 사실은 세상의 모든 고양이가 특별하다는 것. 세상에 똑같은 고양이는 한 마리도 없다. 고양이가 고양이를 위해 쓴 이 책은 폴 갈리코의 말처럼 우리 애묘인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아직 애묘인이 아니라면, 이 책을 손에 쥔 순간 고양이의 ‘묘’한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김초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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