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크루볼 코미디, 그의 연인 프라이데이를 분석해보자 [영화]

글 입력 2019.05.2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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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영화임에도 내내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유쾌한 영화, 그의 연인 프라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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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줄거리는 이혼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와 사형수의 형 집행에 관한 정치적/개인적 이해관계의 충돌이 엮여있다. 하위 스토리에는 사형을 선고 받은 남자의 탈옥과 그 남자를 진심으로 걱정했던 한 여자의 애절함이 묘하게 뒤섞여 구성되어있다.


밝고 가벼운 이야기와 어둡고 무거운 상황이 수시로 교차하며 빠르고 많은 대화를 통해 정신 없이 흘러간다. 로맨스 코미디 스릴러 시사 등을 적절히 섞어놓은 재미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으며 자본주의에 의해 타락한 직업 윤리 의식(기자), 여성의 권익향상에 대한 남자들의 거부감 등을 스크루볼 코미디 장르를 통해 나타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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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볼 코미디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에 유행했던 코믹극의 한 종류로 남녀 주인공이 나와 재치 있는 대사로 갈등과 애증을 겪는데, 처음에는 갈등의 폭이 커지지만 결국엔 행복한 결말에 이르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1929년에 미국에 대공황이 들이닥친 후에도 사람들은 도시로 밀려들고 있었으며, 아울러 사회문제는 더욱 커져갔다. 서사드라마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장르의 인기는 시들해졌고, 서민들은 코미디나 멜로드라마를 통해 마음을 달래곤 했다. 할리우드가 도시인을 다루는 데 재미를 붙일 즈음인 1934년, 두 편의 역사적인 영화, <뉴욕행 열차 20세기 (Twentieth Century)>와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It Happened One Night)>이 등장하면서 스크루볼 코미디라는 장르가 생겨났다.


영화의 플롯 구조는 철저하게 장르적인 믿음을 따르고 있다. 누군가가 목표를 성취하려는 욕망을 가지고 출발하여, 완벽한 개연성과 논리성을 성취한 채 인과율의 흐름에 따라 사건이 발전한 뒤, 종내는 모든 인물의 갈등이 해소되어 더 이상 이야기가 발전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심어주고 종결시키는 방식이다. 이런 점에서 스타일로서의 연속성과 플롯 구조로서의 연속성을 모두 성취하고 강력한 현실감을 전달한다. 또한 플롯이 발전하는 와중에 서브플롯이 항상 로맨스(힐디와 월터는 다시 맺어질수 있을 것인가?)의 부분 역시 절묘하게 충족시킨다.

 

스타일에 있어서는 철저히 보이지 않는 스타일을 지향하는 연출 방식을 가지며 인물을 계속해서 비추는 미디엄 투&쓰리샷을 사용하여 내러티브에 관객을 철저히 종속시키면서 스타의 모습이 최대한 부각되게끔 한다. 이런 스타일이 배우들에 크게 의존하는 스타일임에도 주관적인 감정 몰입보다는 시종일관 객관적인 관점이 유지된다. 클로즈업보다는 계속해서 미디엄 샷 이라는 특정 프록시미티를 유지한 채, 적당히 끊어지는 편집 리듬이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중 카메라 중 하나가 전체 장면을 하나의 롱 쇼트 또는 미디어 롱 쇼트로 촬영을 마스터 쇼트라고 하는데 <그의 연인 프라이데이>는 마스터 쇼트 촬영들로 가능해진 복합성의 예라고 할 수 있다.

 

형식, 기법 외에 영화 속 설정, 내용 속에 담긴 여러 의미와 상징들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실업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경찰관을 쏜 후 사형을 선고 받는 ‘얼’이 30~40년대 대공황 시기에 경제적으로 침체된 미국 사회 현실을 반영한 인물이다. 또한 스크루볼 코미디 장르 자체로서, 여성의 지위 향상이 묘사되어있는데 결혼을 통해 평범한 당시 여성상에 종속되어 살 것인지, 본인이 열정을 느끼는 기자 일에 계속 매진할 것인지에 대해 영화 전반에 걸쳐 여주인공 힐디가 계속 고민하는 모습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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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총에 대해 ‘쓰라고 만든 물건’이라는 표현은 영화 내에서 인물의 행위를 합리화 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이는 영화의 서사가 비판하는 고전 영화의 작위적 인과연쇄 법칙이 하나의 가공방법으로서 사용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합리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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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여주인공 힐디가 착용하고 자주 언급하는 ‘모자’는 남근을 상징하며 이는 남성주의적인 세력 속의 여성으로서 자신을 지키고 저항하기 위한 무기의 역할을 한다. 힐다가 거리 세트에서 등장하는 장면에서 액션을 방불케하는 날렵한 몸날림으로 중년 남성을 잡는데, 이 남성은 대머리이며 힐디의 몇 달러에 매수되는 관료로서 남성성 상실한 거세된 존재를 상징한다. 재미있는 점은 여기서 힐다가 머리에 모자를 쓰고 나오지 않았다는 점인데, 이는 거세된 남자를 상대할 때는 무기조차 불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영화 내에서 인간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가볍게 표현, 이용하였는데 이는 죽음/사고 등을 가볍고 우스꽝스럽게 묘사되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영화에서 가장 휴머니즘적이었던 몰리의 허무한 죽음, 그 직후 확대·과장·왜곡 등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 태도로 일관해 온 기자들의 정적과 집단적 성찰 시간을 통해 반어적으로 휴머니즘적 태도의 필요성 드러내고 있다.

 

제목, <그의 연인 프라이데이>에서 프라이데이는 소설 로빈슨 크루소에 나왔던 충실한 원주민 심복인 프라이데이를 가리키고 있는데 영화에서는 손과 발, 말 잘 듣는 사람을 의미하며 이는 월터한테 힐디가 없어서는 안 될, 손과 발 같은 사람임을 의미한다. 그녀가 결국은 월터 밑에 구속· 정착하여 결말에서 드러나는 상하관계를 보여주며 자신을 위해 힐디가 언제나 곁에 있어주기를 원하는 윌터의 그녀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담고 있는 은유적인 표현이다.

 

1940년 작이며 흑백 영화인 그의 연인 프라이데이. 지루하고 단조롭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영화를 보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사라졌다. 빠르고 재치 있는 인물들의 대사와 남녀 주인공의 공방전으로 재미있고 순식간에 볼 수 있었다. 역대 최고 코미디 영화 100위 안에 드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속에 들어있는 여러 의미과 비판. 힐다의 마지막 선택에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한번쯤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경쾌하고 속사포의 대사들로 이루어진 시원한 진행이 점점 더워지고 있는 요즈음 날씨에 잘 어울릴 것이다.





[윤혜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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