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프란츠 카프카, 그는 왜 하필 ‘벌레’를 선택했을까? [도서, 사람]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글 입력 2019.05.1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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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아주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이다. 서점을 둘려보아도 카프카의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먼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해변의 카프카, 실제로 프란츠 카프카의 이름을 따와서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이야기하는 책 카프카의 서재, 만화로 읽는 세계문학 에세이인 퇴근길엔 카프카를 등의 책들이 있다. 이렇게 작가들 사이에서도 아주 유명한 프란츠 카프카. 그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인 『변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작품을 한 번 읽고 나서는 왜 이렇게 단순한 내용이 명작이 되었을까? 라는 의문점을 가졌다. 사실 책 내용을 보면 아주 단순하다. 주인공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읽었을 때는 조금 슬프고 허무한 느낌이 들었다. 작품을 깊게 파악하기 위해서 서사 전개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변신』의 서사와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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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판사원인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의 몸이 한 마리 커다란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가 출근하지 않아서 사정을 알고자 찾아온 회사 지배인은 그 모습을 보고 놀라 도망가고, 어머니는 졸도하고, 아버지는 방안으로 쫓아 버리고 문을 닫는다. 그나마 그의 누이동생 그레테는 음식을 챙겨주고, 방을 주기적으로 청소해주며 신경을 써준다.


그러나 가족을 먹여살리던 그레고르의 변화로 돈벌이가 끊겨 가족들은 점점 궁핍해지고 그레고르에게 신경도 쓰지 못한다. 가족들을 사랑했던 그레고르는 이제는 가족들한테 미움을 받고,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등을 맞아 그 상처 때문에 식욕도 없어지고 만다.


어느 날 그레테의 바이올린 소리에 감동을 받아 자신의 모습을 하숙인에게 들킨다. 더 이상 참지 못한 가족들도 이제 그가 죽기를 바라고, 상처가 더욱 악화되고 이제는 죽어야겠다고 생각한 어느 이른 아침, 종탑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죽어 간다.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집을 떠나 교외로 소풍을 나간다. 그리고 잠자 부부는 그레테의 젊음을 보며 희망을 느끼고 끝이 난다.




카프카가 바라본 인간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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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큰 배경은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해 살아가는 삶인데, 그것보다 오히려 그레고르의 가족과 주변인물들의 심리와 행동묘사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다. 등장인물중 아버지는 그레고르를 노골적으로 외면한다. 방으로 사납게 몰아버리거나 존재를 탐탁치 않아하고 사과를 굴려 큰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상황이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아들을 의지했던 아버지는 반대로 자신이 가족을 부양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어머니는 모성애를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의 흉측한 모습을 보기만 해도 실신해버린다. 모성애의 충동과 벌레의 존재에 대한 공포, 혐오감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누이동생 그레테는 그레고르의 음식을 챙겨주고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주는 등 그레고르와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가족 중 제일 변화가 큰 인물이다.


점점 일이 바빠지면서 음식을 챙겨주지 않고, 방 청소를 하지 않고 방치해두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레고르를 죽이거나 내쫒아버리자고 먼저 이야기하는 가장 큰 이중성을 띄는 인물이다. 바로 이 작품에서는 등장인물의 심리와 행동묘사를 통해 인간의 이중성과 부정적인 측면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그레고르의 심리변화 또한 잘 나타나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친밀한 혈연집단이자 공동체라고 여겨져 온 ‘가족’에 대한 생각을 여지없이 깨트린다. 식구들은 수치심과 슬픔에 빠져서 그의 존재를 거부한다. 그러나 내용 초반부터 꾸준히 그레고르는 가족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자신의 존재를 거부하는 가족들을 보면서도 가족을 책임지려하고, 궁핍해진 삶에 슬퍼하며, 자신이 다시 돌아와 집안일을 할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누이동생을 음악학교에 보내줄 계획도 생각한다. (그레고르의 일방적인 마음을 보며 애정결핍이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그레고르의 마음은 사과 사건으로 큰 상처를 입고 가족에 대한 희생정신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누이동생이 내쫒아버리자는 것을 듣고는 완전히 마음을 비우고 방으로 들어가 죽는다. 이것은 바로 ‘희생하는 삶’에 대한 조롱을 나타낸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청춘과 꿈을 희생했던 그레고르는 결국 가족들로부터 버림받는다.


 

 

카프카, 자신을 향한 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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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나는 이 소설이 카프카의 자전적인 모습을 나타낸다고 느꼈다. 실제로 아버지의 강요로 법학 박사가 되었고 원하지 않는 직장생활을 계속 해야 했던 카프카 자신의 삶에 대한 조롱. 이것을 외판원인 자신의 직업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을 하는 소설 속 그레고르를 통해 표현한 것 같았다. 그리고 별레로 변신한 충격적인 상황과 달리 주인공은 조금 놀랄 뿐, 자신의 변신을 담담하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줘 카프카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벌레로 변한 주인공. 이 상황을 가지고 다른 작가들이 글을 써냈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나 또한 이 설정으로 이야기를 만든다면 벌레로 변해버리고 방에서 쓸쓸히 죽는 것보다는 다른 행동을 하다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의문점도 들었다. 왜 하필 그 많은 것들 중에 ‘벌레’로 변하였을까? 벌레를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드는 감정은 아마도 비슷할 것이다. 벌레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혐오감이 느껴지고 징그럽고 몸서리쳐지는 존재이다. 누구나 손대고 싶지 않고 차라리 피하거나 도구를 사용해 죽이려고 한다. 이처럼 카프카는 주인공을 혐오감이 들고 피하고 싶은 존재로 만들어 압박감에 짓눌린 자신을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리고 또 자신의 모습을 사람이 아닌 다른 것으로 표현한다면 카프카는 자신을 실제로 벌레. 그런 하등한 존재로 생각했던 건 아닐까. 모습이 변함으로써 자신을 억압했던 일에서 해방될 수 있고, 또한 자신의 존재 자체로 거부감을 일으키는 가족들을 표현하기에는 아마도 ‘벌레’가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작가로서의 프란츠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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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변신』은 1912년(29세)에 쓰고 1915년에 출판된 작품으로, 카프카의 문학세계를 집약해서 보여준다. 사실적이고 간결한 표현, 난해한 상징과 비유, 그로테스크한 묘사, 인간 소외를 비롯하여 현대사회의 인간이 직면해 있는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집요한 추구 등을 변신에서 발견할 수 있다.


사르트르와 카뮈에 의해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높이 평가받은 카프카 문학의 의의는 무엇보다도 인간 운명의 부조리성, 인간 존재의 불안과 무근저성을 날카롭게 통찰하여, 현대 인간의 실존적 체험을 극한에 이르기까지 표현한 점이다. 

 


“이윽고 전차가 목적지에 도착하자 그레테는 제일 먼저 일어나 젊고 싱싱한 팔다리를 쭉 뻗었다. 잠자 부부의 눈에는 마치 그 모습이 그들의 새로운 꿈과 아름다운 계획을 보증해 줄 것처럼 느껴졌다.”


- 프란츠 카프카 『변신』 中






마지막 결말은 참으로 잔인했다. 열린 결말의 느낌이 들면서, 카프카 다음은 그레테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니 카프카는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읽고 솔직히 큰 감명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왜 이렇게 큰 명작으로 손꼽혔을까. 아마 그 시기에 이렇게까지 인간의 모습을 가장 날카롭게 표현한 것은 카프카의 작품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작품을 읽고 전율을 느끼지 않았을까. 우리가 이제껏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르나 음악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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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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