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먹을 것보다 좋아하는 뭔가가 있다 - 아프리카 오버랜드

좋아한다, 그리고 공감한다, 다시 좋아한다
글 입력 2019.05.17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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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는 자기가 겪지 않은 삶을 이야기할 때 세 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는 태도를 보인다.


첫째는 비난하는 것이다. 자기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대의 삶의 도덕성과 윤리성을 비난하게 된다. 또는 자신과 비슷한 상황, 또는 더 못한 상황에서 그럴듯한 가치를 추구하지 않고 생존을 위해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을 뿐인 사람들을 ‘더럽다’고 여기거나 피하는 것도 비난의 태도에 속한다. 그 태도는 앞으로 이어질 나머지 두 가지 태도와 비교해서 가장 부정적인 감정일지도 모른다.


둘째는 공감하는 것이다. 같은 처지는 아니지만, 사실 세상에 어떻게 같은 처지가 있겠느냐는 생각도 들지만 유사한 경험을 했을 경우, 그 경험을 한 대상에 대해 공감을 한다. 공감하는 목적은 상대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비슷한 경험을 한 무리 사이에 들어가 연대의식을 느끼기 위한 것이다.


셋째는 동정하는 것이다. ‘불우한’ 처지, 길거리에서 뼈가 드러날 정도로 다쳐 상처를 햝고 있는 고양이를 볼 때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그런 느낌, 가엾다는 생각. 어쩌면 동정을 느끼는 마음 뒤편에는 우월감과 이기심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들은 여러 가지 태도를 보이며 살아간다. 포커페이스를 가장하며,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사람의 내면에서도 감정이 들기 마련이다. 사회를 살아가면서 감정을 숨기는 법을 배워가고,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게 훈련받지만 깊은 내면에는 그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감정과 태도가 있다.


가령, 나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다거나 부러움을 많이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여성을 성적인 노리개로 삼는다거나, 음주 운전을 시시때때로 하며 자랑거리로 삼는 사람을 경멸한다. 동시에, 지하철에 갈 곳 없는 노숙자가 두 손에 가득 들어올 만큼의 자기 짐을 양옆에 늘어놓은 채 양손으로 텅 빈 통을 내밀며 나와 눈을 마주치는 모습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그리고 상반된 두 개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법을 24년간 살아가면서 익혀왔다. 그 ‘덕분’인지, ‘때문’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사회의 가르침은 침을 뱉어버리고 싶을 만큼 억울한 상황과, 주저앉을 것만 같은 커다란 두려움 앞에서도 나를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앞으로 걸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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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던 <아프리카 오버랜드>



<아프리카 오버랜드>의 문화초대를 받았을 때 사실 조금 걱정스러웠던 것은 과한 동정심이 드러나는 감상적인 공연이 될 것 같아서였다. 싸구려 감성팔이라도 분위기만 잡히면 쉽게 눈물이 터져버릴 만큼 마음이 약한 편이라서, 정상적인 관람이 힘들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오버랜드>는 즐겁게 부르는 노래 속에, 아프리카 아이들의 삶이 담겨있어 감동이 있었지, 한낱 시간 보내기를 위한 감성팔이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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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하림’, 좋아서 하는 밴드 ‘조준호’, 가수 ‘양양’, 단단이라는 부부밴드로 곧 데뷔할 거라고 하는 ‘이동준’, 세렝게티 초원의 나비 역할을 맡은 ‘마더바이브’ 다섯 사람이 관람객을 이끌고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초원으로 떠난다. 사실 나는 그 다섯 명이 어색하게 공연장에 들어와서, 기타의 줄을 다듬으며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면서부터 그들이 좋아졌다.


관람객들이 어색하지 않게, 점심 얘기라던가 저녁 식사 얘기를 매우 어색하게 하고 대화 소재가 끊겨, 서로에게 자꾸만 쑥스러운 웃음을 짓는 모습이라던가, 양양 씨가 하림을 장난스레 타박하는 모습에서 가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조준호 씨와 하림이 10년이나 알고 지냈다고 하는데, 과연 그게 진짜일지 의심스러울 만큼 어색해 보이는 그 모습에 오히려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들은 각자 역할을 맡아 관람객들을 데리고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난다. 마더바이브가 자기 역할을 너무 부끄러워하는 바람에 약간 오글거리기도 했는데, 곧 그 어색함을 가라앉힐만한 아름다운 음색이 퍼져나갔다. 무지개를 연상시키는 구슬이 흐르는 소리가 흘러가면서 여행이 시작된다. 그와 함께 무대에 색색의 조명들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데도 한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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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이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이층차의 바로 옆에서 기린을 만나면서 바로 지은 노래를 들려주거나, 자기에게 망고를 파는 아프리카 소년들을 보면서 감정을 바로 담아낸 노래. 노래 자체는 무척 신나고 즐거웠지만, 그 속에는 망고를 팔기 위해 애쓰는 아프리카 아이들이 담겨있었다. 노래와 노래 중간에는 하림과 조준호 씨의 만담으로 주로 진행되면서 마사이족의 신발이 폐타이어로 만들어졌다는 것 같은 아프리카 사람과 동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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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기타 포 아프리카”



하림이 <아프리카 오버랜드>를 하게 된 이유는 마사이족에서 만난 소녀 때문이다. 무려 9명의 자식이 있고, 그중에 ‘산에서 낳은 아이’라는 이름을 가진 셋째딸이 우쿨렐레를 참 잘 치고 노래를 잘 불렀다고. 그래서 하림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기타를 하나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막상 그 아이를 잊었지만, 아이가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공연을 통해 모금해서 그 애에게 기타를 보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떤 아이는 먹는 것, 입는 것보다 자신을 위한 악기 하나에 더 행복해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가난하다고 하여 꿈까지 가난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 이후로 하림은 공연을 통해서 손이 닿는 대로 아이들에게 기타를 보내주었다고 했다. 그런데 한 아이가 대성공해서 유튜브로 이름을 검색하면 나올 정도로 유명해졌다는 소식에, 10년을 알고 지낸 하림의 눈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르는 것을 보면서 조준호 씨는 보면 안 될 것을 본 것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결과를 생각하면 우울해지니까 그러지 않고 기타만 보내왔는데, 예상치 못한 소식에 감동을 했다. 그래서 ‘기타 포 아프리카’는 끝나지 않고 올해도 계속하기로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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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결여를 느끼던 삶의 한복판에서



때로 나는 내 인격이 아닌 것만 같은 또 다른 인격이 나의 목소리를 따라 한 채, 어쩐지 불안해서 미칠 것 같은 감정 상태에 파묻혀 버릴 때가 있다. 남부러울 것 없고, 그다지 비관적이지도 않은 나의 상황에 그 목소리는 자꾸만 내가 사는 삶에는 삶이 모자란다고 외친다. 언제, 어느 순간에 그 목소리가 튀어나올지 몰라서 불안했다. 그것이 나만 알아차릴 수 있는 변화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알아차릴 만큼의 변화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더욱 무서웠다. 혼자만의 사적인 문제에서 나아가 커다란 문제가 된 것만 같을 때, 나의 엄청난 비밀을 들킨 것만 같아서 두려워진다.


앞서 말한 비난과 공감, 그리고 동정이라는 세 가지 태도의 예외로 아무 감정이 없는 경우가 진짜 있을까 싶어 이야기하기가 조금 조심스럽다.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받아들이는 경우, 그 경우는 과연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아무런 감정이 없는 것인가.


하지만 그래도 이곳에 나의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서 그래도 내가 다른 이의 삶을 엿보며 공감은 할 수 없더라도, 다른 사람은 삶에 어떤 사건에 대해 그렇게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는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내가 그런 감각을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말이다.


다칠까 봐, 상처받을까 봐 늘 가장자리에서만 머무르려고 했던 삶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온 지금, 세상에는 ‘좋아하는’ 것이란 게 존재하는구나, 라는 사실을 타인이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리고 나의 그 '좋아한다'라는 감정이 아프리카 아이들이 기타를 받고 '좋아하는' 모습과 닮았다는 것을 보면서 나도 공감을 해도 되는 것인가, 아니면 제 4의 감각과 태도를 가진 내 모습을 평범한 모습으로 인식해도 좋을지 그런, 다른 사람들은 쉽게 공감할 수 없을 갈등을 하게 되었던 <아프리카 오버랜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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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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