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View] 이야기를 전하는 작가주의, 김슬기의 음악 Part 1

글 입력 2019.05.1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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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주의 아티스트 김슬기의 이야기 (1)



글 - 작곡가 오상훈(Dike)



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쭉 듣다 보면 시간 순서에 따라 이 아티스트가 발전 혹은 변화하는 것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작년에 <Blue eyes>가 나온 이후 내 주변의 사람들이 '김슬기'라는 아티스트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전부터 듣고는 있었지만 나도 그때를 기점으로 이 아티스트의 음악을 계속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후로 기존의 어쿠스틱 음악만이 아니라 다양한 색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기다리고 있던 카페의 창문 아래로 그녀가 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드디어 오늘,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작곡가가 만나는 인디 아티스트들의 이야기, <인디 View>. 열세 번째 주인공인 김슬기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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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A. 김슬기 : 안녕하세요. 저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따뜻한 음악에 담아 이야기하는 싱어송라이터 김슬기입니다.



Q. 지난 <별 구름 바람 사랑> 이후 한창 공연을 많이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요즘엔 어떻게 지내고 계셨나요?


A. 김슬기 : 5월 7일에 새 싱글 앨범이 나올 예정이에요. 작년 하반기부터 쭉 준비해보던 일들이 이젠 2달에 한 번 간격 정도로 싱글로 나올 예정이고 그래서 5월엔 <눈을 감아요>라는 싱글이 나올 예정이에요. 현재는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어요.


Dike : 미니앨범 준비하다가 한 번 엎으셨다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김슬기 : 어,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얘기했나요?


Dike :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말씀하셨어요.(웃음)


김슬기 : 맞아요. 사실 작년부터 준비했던 작업이 EP를 내려고 준비를 했던 거였어요. 그 전에는 계속 싱글만 하면서 그때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곤 했는데 이게 어느 정도 쌓이다 보니 저라는 아티스트가 가진 색이 너무 여러 가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이걸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스로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첫 앨범이니 그런 부분에서 앞으로 내가 어떤 음악을 하는 사람인지 보여지는 모습도 중요할 것 같아서 지금 하던 것들을 다 엎고 처음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EP로 준비했던 곡들 중 몇 곡을 기존에 했던 것처럼 싱글로 발매를 하고 아예 새롭게 EP에 대한 컨셉을 구상하고 있어요.




김슬기 <사실은 좋아해> LIVE @에반스라운지



Q. 슬기님의 성장과정이 궁금해요. 지금까지의 일생을 짧게 들려주세요.


A. 김슬기 : 저는 울산에서 태어났어요. 학창 시절을 쭉 울산에서 보냈고 대학교를 실용음악과로 가게 되면서 서울에 올라왔어요. 음악을 시작하게 된 건 아버지가 음악을 좋아라 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김광진님이나 조덕배님 등의 음악을 많이 듣고 자랐어요. 어렸을 때 듣고 자란 것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글을 쓰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을 많이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부모님이 두 분 다 꽤 보수적인 분들 이어서 음악을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다가 고3 때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과 좋아하는 일의 교집합이 있는 일이 뭘까, 라는 고민을 하다가 음악을 시작해야겠다고 뒤늦게 결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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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운이 좋게 현역으로 대학을 갔어요. 대학생활을 하다가 트레이너로 활동을 했었고 그냥 막연하게 노래하고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홍대에 있는 오픈 마이크나 클럽 공연 위주로 다녔어요. 그렇게 공연을 시작한 지 3개월쯤 되었을 때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신인 계발을 하는 공연을 하는데 섭외가 들어와서 그 무대를 서게 되었어요. 그때 공연을 웨스트브릿지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님이 좋게 봐주셔서 그 연으로 계약을 하게 되었어요. 굉장히 빠른 시일에 아무런 활동 경험도 없었고 아무것도 모르고 팬도 없는 상태에서 제가 가진 거라고 자작곡 5곡 밖에 없었는데 ‘우리 회사랑 같이 일해 볼래?’라고 하셔서 계약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해에 바로 데뷔를 하게 되었어요.


Dike : 자작곡 5곡이면 아티스트로서 시드머니는 가지고 시작하셨군요.(웃음)


김슬기 : (웃음) 자작곡도 생기게 된 계기가 오픈 마이크를 다니면 오디션을 보잖아요. 그때 자작곡이 있으면 좀 더 유리하다는 글들이 있어서 곡을 쓰게 되었어요. 그 전에는 작곡을 배우지도 않았었고 곡을 쓴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가 자신의 공연을 하려면 자작곡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말을 들어서 쓰게 되었어요. 그렇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죠.


Dike : 음악을 시작하게 된 본격적인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김슬기 : 계기가 있기보다는 그냥 노래를 하는 게 좋았고 무대를 찾아 헤맸고.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제가 그 위치에 있었어요. 제가 한 거는 노래할 장소를 찾아다닌 것 밖에 없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회사에 들어가고 음원을 내고 했어요. 지금 상황에서 돌이켜보면 그렇게 상황들이 흘러간 게 감사해요. 물론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고 노력을 했기도 하지만 제가 한 노력에 비해 너무 많은 결과들이었다고 생각해서 80%는 운이었다고 생각해요.


Dike : 다른 곳에서 한 인터뷰를 보니까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을 하실 때 몸이 아프셨던 시기가 있으셨다고 하셨더라고요.


김슬기 : 정확히 몇 살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22살 정도부터 갑자기 몸이 확 안 좋아졌어요. 그걸 앓으면서 1년 정도를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요. 중간중간에 회복이 되었다 다시 아팠다 했던 것들이 반복되었는데 그때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진짜 하고 싶은 게 뭐고 왜 음악을 시작했는지 하는 것들이요. 당장 노래를 못 부르는 시점이 오니까 다른 건 다 괜찮았거든요. 잘 못 걷거나 못 먹는 건 괜찮았는데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때 좀 절실히 많이 느꼈어요. 좋아하는 게 뭐고 내가 뭘 하고 싶어 했었던 사람이라는 걸...(웃음) 저도 까먹고 있었는데 알려주셔서 지금 기억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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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를 다닐 때는 완전 아싸였어요. 입시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대학을 들어간 거라 기본적인 화성학도 몰랐었고 심지어 그때는 기타랑 베이스도 구분을 못했어요. 그런 것도 있었던 게 다들 서울 사람인데 저만 울산 사람이라서 사투리 못 고쳐서 말을 못 걸겠는 거예요. 낯가림도 심한 편이었고. 그래서 1학년 1학기는 거의 연주나 합주를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진짜 이론 수업만 들었어요. 그걸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실용음악과인데 공부만 하고 친구 한 명 없이 대학생활을 했죠. 여름방학 때 뭔가 패기가 넘치던 때라 열심히 해서 성공한 아티스트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2학기부터 발표할 연주곡을 방학부터 연습해서 합주도 엄청 하면서 학교생활을 진짜 열심히 했어요. 1학기 때는 완전 아싸였어요.(웃음)


Dike : 웨스트브릿지와의 계약 이후에는 어땠나요?


김슬기 : 처음 들어갔을 때는 대표님이 아무것도 안 시키셨어요. 제가 아이돌 연습생이 아니었다 보니 계약은 했는데 일정에 대한 얘기 없이 있으니 뭘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리고 사실을 회사라는 게 생겼다는 자체가 너무 신기했어요. 아티스트들이 돌아가면서 쓸 수 있는 연습실이 있었는데 다른 아티스트 분들은 다들 개인 작업실들이 있어서 거의 안 오셨어요. 그래서 제가 거기에 살다시피 했어요. 직원 분들 출근하기 전부터 가서 퇴근할 때까지 있었어요. 할 게 없으니까 앉아서 계속 곡을 쓰고 피아노를 치고, 그곳에 Mac이 있었는데 로직이 기본으로 깔려 있어서 써도 되는지 물어보니까 써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스터 건반 같은 게 조그마한 것도 있는지 물어봤는데 그냥 S90 같은 걸 ‘이거면 돼?’하면서 주시는 거예요.(웃음)


Dike : 좋은 회사네요.(웃음)


김슬기 : 막 ‘우아아, 감사합니다’하고.(웃음) 그래서 유튜브를 보면서 로직을 혼자 만져보면서 4, 5개월 정도를 보냈어요. 되게 재밌었어요. 왔다 갔다 하면서 ‘브로콜리 너마저’나 ‘좋아서하는 밴드’같은 분들도 보고. 재즈 아티스트 중에 ‘나희경’님이 있는데 제가 입시를 할 때 카피를 했던 분인데 같은 회사시더라고요. 어쩌다 몇 마디 나누고 하는 것도 재밌었고 그분들 입장에서는 어린애가 뭘 모르고 들어와서 맨날 ‘와-’ 이러고 있으니까 많이 알려주시고 했어요. 실제로 <위로>는 회사에서 새벽에 모든 분들이 다 퇴근하고 홈 레코딩처럼 저 혼자 녹음을 했었는데 그때 장비를 다 윤덕원님이(브로콜리 너마저) 빌려주셨어요. 굉장히 감사한 시간이었고 많은 걸 받은 시간이었어요. 그때 곡도 한 30곡 정도를 썼어요.


Dike : 30곡이요?! 반성하겠습니다. 저 큰일 났는데요.


김슬기 : 저도 지금은 그렇게 못해요.(웃음) 제가 계속 그렇게 있으니까 대표님이 제가 눈이 밟히셨는지 12월에 앨범 하나를 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첫 싱글 치고는 성적이 좋았어요. 데뷔를 했는데 그게 인디차트 안에 올라갔어요. 그것도 너무 신기했어요. 앞으로 활동하면서 1년 동안은 차트에 올라가는 걸 목표로 해야지, 했는데 첫 싱글이 올라가고 그다음 싱글은 8, 9위까지도 올라갔어요. 네이버 뮤직에서는 전체 차트에서 연령대별 차트에 20대 부분에서 탑에 올라갔어요. 웨스트브릿지에 있으면서 정말 꿈꾸듯이 음악을 했던 것 같아요.



김슬기 <2년째 연애중> 어쿠스틱 LIVE



Q. 데뷔곡 <2년째 연애 중>으로 데뷔하고 그동안 많은 싱글들이 나왔어요. <2년째 연애 중>은 소재 자체는 사랑이야기지만 흔한 시각의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보통은 이별이나 막 시작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류잖아요. 이런 가사를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A. 김슬기 : 저한테 개인적인 의미는 태어나서 처음 쓴 곡이에요. 그래서 첫인사를 드릴 때 가장 진솔하고 솔직한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줄 수 있는 곡은 아무것도 모르고 바라지 않고 썼던 이 곡이 그런 모습을 보여 줄 수도 있겠다 싶어서 고른 것도 있어요.


사랑 얘기가 세상에 굉장히 많은데 우리는 자기와 잘 맞는 너무 좋은 누군가를 만나서 오래오래 연애를 하기를 꿈꾸고 그런 연애를 지향하는데 그런 오래도록 좋게 만남을 유지하는 사랑에 대한 연애 얘기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보통 오래된 연인들이라고 하면 대부분 이별이나 바람, 권태에 대한 얘기를 하거나 아예 결혼을 얘기하는 축가용 노래들이 많은데 딱 그 시점에 머무르는 연인들에 대한 노래는 없는 것 같아서 이런 내용으로 노래를 만들면 어떨까, 해서 쓰게 된 곡이에요.



김슬기 <위로> 어쿠스틱 LIVE



Q. 아마 사람들이 슬기님의 곡 중에서 <위로>를 가장 많이 듣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곡이 나오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이 곡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그리고 작업을 할 때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김슬기 : <위로>는 실제로 제 친구한테 들려주고 말 곡이었어요. 발매 계획이 없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쓴 곡이었어요. 그때 당시에 친한 친구가 일과 관련된 부분으로 힘들어해서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저는 원래 들어주는 건 좋아하는데 조언은 잘 못하거든요. 그날은 진짜 조언을 못 하겠더라고요. 그 친구는 엄청 고민을 하고 있는데 저는 제삼자잖아요. 3자의 시선으로는 이 시기만 버티면 더 좋은 단계로 갈 게 눈에 보였거든요.


그 친구가 너무 힘들어하고 제가 당사자가 아니니까 지금 잘하고 있다고 얘기하기엔 공감을 못 해주는 것 같고 그 친구한테 짐이 될까 봐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들어주기만 하다가 그날 집에 돌아가서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는 누군가가 너의 곁에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편지를 쓰고 그 편지의 내용을 추려서 가사를 쓰고 곡을 쓴 게 <위로>에요. 뭔가 정성이 많이 들어가기보다는 30분 만에 술술 쓴 곡이었어요. 그래서 그 친구한테만 딱 들려주고 말 노래였는데 그 친구가 이 노래를 듣고 별로 안 좋아했어요.(웃음)


Dike : 앗?! 반전인데요.


김슬기 : 하하하, 감동을 받기보다는 그냥 ‘곡 좋네’하고 넘겨버리더라고요. 그래서 곡이 별로인가 생각하고 버리려고 했는데 그때 당시에 1주일에 한 번씩 매주 클럽 공연을 했었어요. 그래서 매주 합주를 했었고 새로운 곡을 쓸 때마다 같이 합주하는 건반 친구에게 들려줬었거든요. 그래서 그 곡도 버릴 곡이라고 하고 들려줬는데 버리지 말라고 화를 내더라고요.(웃음) 또 ‘조항오’라는 첼리스트 친구가 있었는데 셋이 한 번만 공연을 하자고 편곡을 해서 녹음한 mp3 파일을 제가 쭉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다 대표님이 2월에 발라드 내보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셔서 이 곡을 들려드렸는데 너무 좋아하셔서 세상에 나오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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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ke : 그 친구가 사실은 감동받았는데 츤데레였던 게 아닐까요?


김슬기 : 제 생각에는 그걸 들을 여유조차도 었을 것 같아요. 너무 바빴고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진짜 좋았다고 했어도 그게 그 친구의 최선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요. 그래서 저에게는 <위로>를 발매했을 때 DM이나 페메로 많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거든요. 처음에는 그게 묘했어요. 이 곡의 당사자는 감동을 받지 못했는데 제삼자들이 이 곡으로 위로를 받는 것을 보면서 좋으면서도 씁쓸하고 묘했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통해 위안을 받는 게 감사했고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서는 제가 이 곡을 천 번은 넘게 불렀으니까, 부르고 부르고 하니까 저에게 하는 얘기 같았어요. 제가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들었지만 사실 만든 본인인 저도 그렇게 못살잖아요. 가사 중에 ‘조금은 천천히 걸어가도 돼. 모든 걸 혼자 지지 않아도 돼’라는 부분이 있는데 저도 가끔은 제가 모든 걸 혼자 지려 하고 가끔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해서 불안하기도 하고 그러거든요. 무대에서 들려드리면서도 여러분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고 저 또한 되새기면서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게 되는 곡이에요.



Q. 확실히 보컬 트레이너 출신이라 그래서인지 가창력이 굉장히 안정적이라고 느꼈어요. 학생들을 가르칠 때와 비교했을 때 활동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보컬을 대하는 관점에 변화가 있을까요? 전 아무래도 보컬리스트가 아니다 보니까 그런 점들이 궁금하더라고요. 스스로 프로듀싱도 하고 있으시잖아요.


A. 김슬기 : 아무래도 보컬 트레이너는 말 그대로 트레이너라서 한 사람이 가진 색을 찾아주기보다는 노래를 부를 때 기술적으로 잘 소화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기 위해서 노래를 부를 때 필요한 근력이나 기관들은 튼튼하게 훈련해주는 훈련법을 알려주고 노래에 접목시켜주는 역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별도로 입시를 하거나 오디션을 할 때만 이 사람의 매력이나 색을 당사자보다는 제가 더 잘 발견하니까 그것에 맞는 곡을 찾아서 디자인을 해주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발성과 소리로 오랫동안 목을 상하지 않게 노래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에 포커스가 더 맞춰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그게 보컬로서의 매력과는 직결되는 게 아니고 특히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면서 그런 점을 더 느꼈어요. 녹음을 할 때는 제가 쓴 곡 안에서 제가 가진 음색이나 매력을 잘 표현하는 데 집중하려고 하고 무대에 설 때는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내 무대에 몰입하는 것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음정 같은 부분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활동 초반에는 확실히 레코딩이 너무 어려웠어요. 그런 매력적으로 들리는 부분이나 흔히 말하는 맛있게(?) 부르는 부분들을 체크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제가 싱글을 발매할수록 톤이 조금씩 달라져요. 제가 따로 디렉터를 두지 않고 혼자서 다 하다 보니 아직도 찾아가는 단계인 것 같아요. 레코딩 뿐만이 아니라 코러스 디자인이나 녹음 환경, 믹싱, 트랙을 쓰는 법 등으로 음원에서 보컬이 들려지는 방법이 천차만별이더라고요. 그래서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것만이 음악활동을 하는 데 전부는 아니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해요.


Dike : 굉장히 디테일하네요. 이 정도를 기대하지 않았는데 역시 트레이너는 달라요.(웃음)



김슬기 <아빠 이야기> MV



Q. 너무 많이 들었을 것 같은 질문이지만 안 할 수 없어서 슬기님에게는 좀 뻔할 것 같은 질문을 하나 할게요.(웃음) <아빠 이야기>와 <엄마 같은 엄마>를 통해 부모님 두 분의 이야기를 모두 곡으로 쓰셨어요. 뭔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같은 질문을 피하기 위한 공정함이랄까.(헛소리다) 이 2곡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김슬기 : 이 2곡도 데뷔하기 전에 공연하기 위해 만든 5곡 중 2곡이에요. 몇 안 되는 저의 실제 이야기가 담긴 노래예요. 저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곡이에요. <엄마 같은 엄마>는 제가 울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처음 서울로 올라와 독립을 하면서 깨닫게 된 것들을 곡을 쓴 거예요. <아빠 이야기>는 아버지가 2교대 근무를 오래 하셔서 잠드시기가 어려워서 반주를 자주 하셨어요. 어렸을 때는 소주 냄새도 싫고 술은 마냥 나쁜 거라고 생각하니까 아버지에게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를 했었는데 성인이 되고 나니까 밤을 새운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어요. 대학교 때 밤샘 합주를 할 일이 많았는데 가면서 아빠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해서 그동안 어떻게 버텼는지 물어봤어요. 사실 밤을 잘 새우는 노하우를 물어보려고 했던 건데(웃음) ‘너희 때문에 버텼지’라고 대답하셔서 그때 아, 하고 느낀 감정들을 가지고 쓴 곡이에요.


Dike : 역시 예상했던 질문과 예상했던 답변들이었군요.(웃음)


김슬기 : 약간 평소에 잘 안 하는 얘기를 하자면 <엄마 같은 엄마>의 후렴에서 ‘정말 엄마 같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라는 부분으로 끝나는데 여기서 잘 모르겠다는 게 이중적인 의미예요. 정말 엄마 같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는 뜻과 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 싶은 가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는 뜻도 있어요.


Dike : 아... 심오한 곡이었네요.


김슬기 : (빵 터짐) 으하하하하- 예전에는 듣는 사람들이 알아서 느꼈으면 좋겠어서 말을 안 하고 다녔는데 아무도 모르더라고요.


Dike : 모르죠, 모르죠. 당연히 모르죠, 이런 건. 이런 건 말하고 다녀야 해요. 저도 처음 알았어요.



김슬기 <엄마 같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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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전하는 작가주의,

김슬기의 음악 Part 2


작가주의 아티스트 김슬기의 이야기 (2)






오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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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싱팀 Vlinds의 작곡가이자 인디레이블 캔들인유어스(Candle In Yours)의 공동대표.


자아가 생길 때부터 밴드음악에 빠져 일렉기타를 치며 음악을 시작한 인디덕후.


사실 음악보다 글 쓰는 일을 더 좋아해서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중이다.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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