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 to X] Prologue

글 입력 2019.05.1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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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A to X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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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은 모든 게 불확정적이며 무엇도 판별하거나 선언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을 만날수록. 그런 생각은 더해져서 어떤 글도 쓰지 않는 게 좋겠다며 좀 더 차갑고 헐거워진다.


글을 쓰는 일은 아주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는 엄정함을 꾸역꾸역 떠먹는다. 스스로가 가여워지면 고개를 가로젓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지’ 하면서는 고개를 주억거린다. 쓰기를 내려두고 읽기를 시작한다. 어떤 세계에 대한 말들이 그렇게 귀할 수가 없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금세 허망해지기에 일기를 쓰거나 편지를 쓴다.


일기랑 편지만 쓸 줄 아는 사람이 되어도 괜찮을까, 물었더니 네가 원한다면, 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람을 떠올리고 말을 건넨다. 누구야. 지금 어떤 걸 보고 무엇을 듣고 어떻게 생각하고 있니. 질문만 무성하다.


 


2.


 

사람을 떠올리면 그들이 무얼 읽는지가 제일 궁금하다. 그의 안목과 인품, 즐겨 사용하는 단어와 동경하는 세계, 은밀히 간직한 몽상들의 기원이 된 글들이 무척 궁금하다.


그가 도서관에서 책을 한 아름 빌려 차곡차곡 지고 갈 때면 어떤 글들을 부지런히 실어 가느냐고 묻고 싶다. 그가 책을 읽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떤 글을 마음에 새겨 넣는 중인지 묻고 싶다.


불확정적인 세계에서 당신이 무엇을 읽는지 만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증언인 거처럼 나는 당신이 읽는 책을 믿는다. (……) 당신이 읽는 책을 따라 읽고 나면 나와 그 사이에 무형의 다리가 놓인다. 나와 당신은 종종 같은 대목을 떠올릴 것이고 서로만이 눈치챌 수 있는 희미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당신이 보고 들으며 스쳐 지나는 결들의 한 가닥을 알아차릴 수 있을지 모른다. 그건 믿음과 용기가 된다.


 


3.


 

가끔은 뭘 읽어야 할지 막막하다. 그럴 때 나는 좋아하는 평론가의 평론집을 펼쳐서 목차를 따라 읽기 리스트를 짜기도 하고, 유명한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 중 하나를 무작위로 고르기도 하고, 핫한 작가들의 신작을 읽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책 읽기 방식은 사랑하는 사람이 추천해준 책을 읽는 것이다. 그가 좋다고 말한 책은 틀림없이 좋을 것이다.

 

<from A to X>는 내가 사랑한 글들을 소개하는 자리다. 사랑해 마지않는 이들의 서재를 훔쳐보고 부지런히 따라 읽으려 했다. 그러다 보니 익명의 그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익명의 당신을 수신자로 삼고 일기도 쓰고 편지로 쓸 거다. 당신은 어떤 책을 읽는지 몹시 궁금하다.





[양나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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