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안봐도 사는데 지장 없는 전시

글 입력 2019.05.15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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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jpg
 

산뜻한 노란색으로 시작을 했다. 테마는 '하루'를 시간별로 나누었다.

아침, 낮, 저녁, 새벽. 특히 '새벽'을 따로 나눈 구간이 좋았다. 역시 새벽은 누구에게나 필요한법이다. 나는 사실 내 인생도, 다른 이들의 인생도 모두 그 자체로 예술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전시가 유독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서울미술관에서 이런 테마를 기획해서 시도했다는 점이 신기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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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작품들만 꼽자면 아침에 출근길을 연상시키는 영상이었다. 그래픽으로 만든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공간 속에서 우르르르 다닌다. 이건 마치 내가 출근하는 지하철 안이잖아. 특히 환승통로. 계속 중독이 됐다. 저건 내 일상이니까.


근데 중간 중간 방해물이 있어도 끊임없이 계속 우르르 쏟아진다. 그리고 피를 뿌리며 쓰러져도 계속 밀려서 걸어간다. 이 이상한 감수성은 역시 일본이구나. Humanity라는 타이틀에 맞게, 현대 사회를 고대로 보여주는 구나.


저건 내 삶이야 엉엉. 전에는 그저 신기했던 직장인의 생활이 내겐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보편함 속에 안락함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다시로 빠지기에는 두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던지지 못하는 이야기는 묻어두고, 이런 대회를 '보편적'으로 감상하고 느낄 수 있어 여간 신기했다.



드롤_2012, Portations, Inkjet print, 59.4x42cm.jpg
 


외에 다른 회화들을 모았다. 익히 보이던, 혹은 낯설지 않은 작품들이 있었다. 다만 시간의 흐름 테마에 맞춰서 구성했다는 점. 내가 좋아하는 골목 감성, 지저분한 문짝 사진들도 모아져있었다. 더 가득히 채워졌으면, 혹은 더 크게 있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역시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것'에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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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사람들. 캔버스 천에 대롱대롱 달려 있는 일러스트 인물 한 명 씩이었다. 표정이 잘 보이지 않는 엄청 심플한 일러스트가 좋았다. 그냥 정말 동네에서도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니까. 생략된 선과 간단한 라인들. 그냥 현실에 있는 모습인데? 사진보다 더 현실같았던 작품이었다. 조금 기묘한 느낌도 들고. 이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속에 있을 텐데도 영원한 혼자의 모습을 갖추었으니.

사람은 모두가 주인공이자 동시에 엑스트라이다. 그래서 내게 지나가는 이 행인들을 고르고 잡아 하나를 내세웠을 때는 주인공이 된다. 많은 작품들 중 이 작품이 기억에 남는 작품은 이 그림이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단순하고 별 거 아닌데, '평범함을 평범하지 않게' 보여주는 성질을 가져서 그런걸까. 하물며, 전시를 보는 당시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은 내게 행인 뿐인걸. 심지어 친구 마저도 내게 주연 혹은 조연일 뿐이다.

나도 상대의 조연이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그림이 좋았다. 다수를 갑자기 개별로 끌어내고, 잡아 내어주어서. 이렇게 일상은 예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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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은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세련된 B급 감성. 역시 독특했다. 하루하루 달력이 이어져있었다. 하루의 끄적임, 아무 말도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의미가 생긴다. 위트 있고 재밌고 개성있는 작품이었다. 바다가 가고 싶고, 옷을 보고, 정말 우리 모두의 모습이 들어있었다. 매일을 의미있고 가치있게 만드는 메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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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게임을 해보고 싶었는데, 줄이 너무 길었다. 아쉽게 뒤로 하고 나왔다. 게임이라니, 일러스트도 너무 좋았는걸. 물론 음.. 실제라면 취향은 좀 다르겠지만. 공간 자체가 너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 형광과 함께 있는 드로잉 작업도 좋았고, 사진도 시간이 멈춰있었다. 확실히 사진은 시간을 잡아두는 힘이 강렬하다. 공혀감이 가득했다. 또, 세포로 가득한 사진 작품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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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캡션을 안읽는 편이지만, 읽어도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어려워하는 사람에게는 쉽고 친절한 전시가 될 것이다. 나쁘지 않았다. 서울미술관에서 가벼움을 느낄 수 있었다. 라이트한, 트렌디함을 담으려는 노력이 보였다. 그러나 역시, 확실히 여타 다른 '포토존용'갤러리와는 비슷하지만 극명한 차이점이 있었다. 적당한 무게감을 지니고 있어서, 그래서 인상깊었다.


어느 정도의 철학을 지닌 작품들을 가볍게 보이도록 비치한 것이었다. 어렵지 않은, 친숙한, 그러나 무게가 없어 떠있지는 않은 전시였다. 특히 2층과 3층 야외 석파정까지 표 하나로 다 볼 수 있으니 산책길로 추천한다.



대표 포스터 이미지.jpg
 

▶전시 정보



전시명: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Unnecessary Exhibition In Life》展

기간: 2019. 4. 3(수) - 2019. 9. 15(일)(예정)

장소: 서울미술관 본관 M1 1층

출품 분야: 회화, 사진, 조각, 영상, 설치, 모바일 게임, 폰트, 포스터, 도서 (현대미술 전 분야)

참여작가: 총 21명

(김명실, 김태연, 김혜진, 노연이, 드롤(DRÖL), 마운틴 스튜디오(Mountains studio), 문제이, 빛나는, 에이미 프렌드(Amy Friend), 열린책들, 오쿠야마 요시유키(Yoshiyuki Okuyama), 우아한 형제들, 유고 나카무라(Nakamura Yugo), 이영은, 이오, 이정우, 이형준, 정다운, 지호준, 채우승, 황선태)

작품수: 약 100여 점

주최, 주관: 서울미술관

관람안내: 관람일 | 화요일~일요일

휴관일 | 월요일

본관(M1) 전시 관람시간 | 10:00 – 18:00(1시간 전 입장마감)

신관(M2) 및 석파정 관람시간 | 11:00 – 17:00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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