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혼밥, 혼술, 혼영, 그리고 '혼행' [도서]

글 입력 2019.05.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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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 ‘혼자’ 무엇인가를 하는 것에 대한 신조어가 세상에 등장한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이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는 등 두 명 이상과 함께 했던 활동들을 혼자 하는 것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내향적이고,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 나에겐 이런 흐름이 정말 반가웠다. 이것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사회의 흐름으로 자리잡자 식당에는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는 자리가 생겼고, 혼술이나 혼영을 위한 콘텐츠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혼자 어떠한 활동을 한다는 것에 대한 편견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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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변해 가는 흐름 속에서 나는 혼밥, 혼술, 혼영 ‘만렙’을 찍게 되었다. 혼자 라이프를 한창 즐기던 무렵, 내가 혼자 해 보지 않은 영역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여행이었다.


생각해 보면 여행은 늘 누군가와 함께 했었다. 물론 행복하고 즐거웠지만, ‘언젠가 혼자 여행을 떠나 보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지만 위험하지 않을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겹쳐 망설이다 포기하기 일쑤였다. 요즘은 ‘혼행’ 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며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되었지만, 내가 여행을 고민하던 때에는 그렇지 않았다. ‘혼행’을 즐기는 사람이 꽤 많았지만, 혼자 하는 여행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굳이 혼자?’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무엇이든 처음은 어렵다. 해보지 않은 것이니 두렵고 망설여지는 것은 당연했다.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일단 스타트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가까운 해외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한국에서 서너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으로 티켓을 끊고, 무더운 여름 방학에 첫 ‘혼행’을 떠났다.


나는 완전히 나의 속도에 맞추어 여행했다. 마음에 드는 장소가 있다면 다음 일정을 취소하고 그곳에 하루 종일 머물러 보기도 하고, 사람들이 꼭 간다는 명소에서 살짝 옆으로 새 우연히 발견한 서점에서 오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유명한 장소를 다 보고 오지도 못했고, 꼭 먹어 봐야 한다는 것, 꼭 사 와야 한다는 것도 챙기지 못했다. 난 행복하고 즐거웠는데, 주변 사람들은 내 여행 이야기를 듣고 나서 꼭 한 마디씩 보탰다. ‘그럴 거면 집에 있지, 도대체 여행을 왜 간 거야?’


나는 그 이후 나의 ‘혼행’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망설였다. 물론 내 여행 스타일이 틀리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마음이 복잡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한 마디씩 보태는 사람들 때문에. 마치 ‘혼밥’이라는 말이 만들어지기 전, 혼자 들어간 식당에서 테이블을 차지한 것에 잔뜩 눈치를 주던 주인 아저씨 앞에서 밥을 먹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혼자 들어간 카페 책장에서 이 책을 발견해 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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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진짜 나를 만났다는 저자는 이 책 한 권에 걸쳐 혼자 떠나는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만의 속도로 여행하는 기쁨’,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떠나는 자유’ 등 챕터명도 매력적이다. 여행, 그 중에서도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만 찾을 수 있는 자유로움과 즐거움이 따뜻한 문체로 쓰여 있다. 여행지에서 혼자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함, 다른 사람의 속도 말고 온전히 나에게 맞추어 여행하는 것의 자유에 대해 노래한다.


이 책을 읽으며 쪼그라들어 있던 나의 마음은 다시 자신감으로 가득 차게 됐다. 특히 책 속에 담겨 있는 여행자들의 짧은 인터뷰는 나의 마음을 다시 말랑말랑하게 만들었다.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겐 ‘난 충분히 안전하고 즐겁게 여행했으니, 나를 걱정해 주는 마음은 고맙지만 내 여행에 대한 평가는 마음 속으로만 해 주었으면 좋겠다’ 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물론 혼자 여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도, ‘무조건 혼자 여행을 떠나 보라’는 식은 아니다. 혼자 하는 여행은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조심스럽게 살펴야 할 것도 배로 늘어나기에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행 후에 두 배, 세 배의 행복감이 밀려들어온다는 것 역시 분명하다는 사실, 이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

 

‘혼행’ 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내 생각엔, ‘혼밥’ 이나 ‘혼술’ 이라는 단어가 그랬던 것처럼, 이 단어도 일시적으로 반짝 쓰였다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혼자 하는 여행은 여행의 한 방법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혼자 여행하는 것이 주는 행복감과 기쁨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그리고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김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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