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New Philosopher 6호 - 시간을 철학하는 방법

당신의 시간은 안녕하십니까?
글 입력 2019.05.1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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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철학하다, New Philosopher


<뉴필로소퍼>는 ‘일상을 철학하다’라는 그들이 내건 슬로건에 충실하다. 지금이 바쁘다는 이유로 삶의 기본이 되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은 우리에게 본질을 마주할 시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생활철학잡지를 표방하는 <뉴필로소퍼>는 깊지만 무겁지 않고, 매력적이지만 가볍지 않은 내용들은 우리가 미뤄왔던 생각들을 자극한다.

늘 어떤 주제를 한곳에 모은, 그래서 그 주제에 대해 골똘히 생각할 수 있는 장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뉴필로소퍼>는 호마다 한 가지의 심플한 주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 잡지가 아니라면 한 곳에서 함께 접하거나 비교하기 어려운 글들이 모여 있으니, 나처럼 산발적인 정보들과 지긋이 생각할 기회가 없는 것에 지쳐있던 사람이라면 더욱더 매력을 느낄 것이다.

<New Philosopher> 6호에서는 우리 일상에 늘 함께하지만,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시간’에 대해 사유한다. 철학, 물리학, 양자학, 인문학, 고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바라보는 시간을 한 책에 담고 있어 지금까지 정리되지 않았던 시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늘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던 시간에 대한 사유



“시간을 가장 어리석은 방식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짧다고 불평부터 하는 이들이다.”



잡지의 시작에서 <뉴필로소퍼> 호주판 편집장인 잔 보그가 인용한 첫 문장을 읽었을 때, 시간에 대한 고민이 꼭 필요하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시간은 너무 빨라!”라는 불평이기 때문이다.

되돌아보면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나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에 대해 한 번도 깊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면서 눈앞에 놓인 일들을 허겁지겁 해치우고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마음으로 지금의 시간을 그저 흘려보낸 적이 많았다. 어쩌면 우리 삶의 ‘시작과 끝’이라는 중요한 요소의 의미 또한 시간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임에도 우리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였는지 사유할 기회는 별로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시간에 관한 반성과 함께 시간에 대한 철학을 다루고 있는 <뉴필로소퍼> 6호를 읽기 시작했다. 때로는 새로운 지식으로부터 영감을 얻고,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활자로 정리하지 못했던 것들을 마주하며 반가움을 느끼기도 했으며,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가르침도 얻었다. 170여장의 책 속에는 시간에 대한 다층적인 시간이 꾹꾹 눌러 담아져있었다. 이 속에 빠져 시간에 대해 온전히 고민할 수 있었던 건 앞으로의 나의 삶에 있어 다행인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시간을 소비한 방식



기술철학자 제임스 윌슨 윌리엄스는 관심을 쏟는 행위가 “관심을 쏟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모든 것, 추구하지 않은 모든 목표, 만약 다른 일에 관심을 쏟았다면 얻을 수 있었을 모든 가능성”을 지불한다는 의미와 같다고 말한다. 관심을 쏟는 일은 결국 가능한 다른 미래를 포기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 Oliver Burkeman, <시간 도둑을 잡아라 中>


일상에서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에 대해 한 번도 ‘만약 다른 일에 관심을 쏟았다면 얻을 수 있었을 모든 가능성을 지불하는 의미’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평소에 ‘지금에 충실할 것,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말 것’이라는 신조 아닌 신조를 가지고 살아가려고 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각을 바꾸어 윌슨 윌리엄스가 이야기한 의미로 시간을 다시 바라봤을 때, 내가 지금 소비하고 있는 시간에 대해 조금은 더 신중해질 필요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무조건적인 신중함으로 시도조차 못 하는 것은 지양해야겠지만, 나를 통과하고 있는 시간의 무게에 대해 어느 정도의 묵직함은 느껴야 하니까.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이 100년 전에 <유한계급론>에서 설명한 것처럼, 상층계급은 ‘과시적 여가’를 즐겼다. 당시(빅토리아 시대) 노동은 열등함의 표시였다. 오늘날은 그 반대이다. 주로 직장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바쁘게 일하고, 집에서도 일하는 사람들이 명성을 얻는다. 분주하고 아슬아슬한 삶은 성공했다는 표시이자 명예로운 훈장이다.

- Tiffany Jenkins, <시간은 왜 늘 부족할까 中>


한편으로는 숨 가쁘게, 이게 인간의 삶이냐! 싶을 정도로 헉헉대며 살았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Tiffany Jenkins가 제시한 과거와 현재의 ‘바쁘게 보내는 시간’에 대한 시각 차이는 바쁜 삶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던 나를 조금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어떻게 보내는 시간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길 것인가?’ 하는 것은 절대적인 정답이나 기준이 확립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시대에 따라, 그리고 개인의 생각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를 포함해 무조건적인 바쁜 삶에 도취되어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브레이크를 거는 글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시간을 낭비할 것인가?


끝으로 수록된 글 중 매슈 비어드의 <어른들은 왜 재미있는 일들을 시간 낭비라고 하죠?>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공유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가거나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해요. 그런 이들은 종종 “시간이 언제 이렇게 갔지?” 같은 말을 하며 공황 상태에 빠지곤 하죠.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렇게 사라지는 시간을 크로노스라고 불렀어요. 요즘 말로 하면 ‘시계로 잴 수 있는 시간’을 뜻하는데, 이런 시간은 지나가 버릴 뿐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하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크로노스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뜻하는 ‘카이로스’라는 표현을 함께 사용했어요. 카이로스는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리는 것 같은, 우리가 애타게 바라고 평생 기억하는 마법 같은 순간을 뜻하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건 크로노스를 낭비하는 걸지도 몰라요. 하지만 잡다한 일로 인생을 채운다면 카이로스를 낭비하는 게 돼요. 자,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던질게요. 여러분은 어떤 시간을 낭비할 건가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대한 가치를 매기는 것은 절대적일 수 없다. 같은 행위라도 누군가에게는 크로노스를 낭비하는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카이로스를 낭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간의 가치가 상대적이라면 우리는 내가 온전히 가지고 있는 나의 시간을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 보내야 할 필요도 없다. 생각보다 인간의 삶은 허무하게 끝나고, <뉴필로소퍼>에도 자주 나오듯 인간의 시간은 한정적이며, 언제 끝이 찾아올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이로스 속에서 최대한의 인생을 보내려고 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의 행복을 위한 길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기 때문에 단 한순간도 낭비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수도 없는 낭비를 경험해왔다. 피할 수 없는 낭비라면 좀 더 나은 낭비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니 지금 내가 무엇을 하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내가 즐거울 수 있는 카이로스를 추구하자. 설령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크로노스의 낭비라고 해도.


[김윤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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